드라마 『슈룹』 4화 리뷰입니다. 전편인 3화만 하더라도 중전의 넷째 아들인 계성대군의 이야기가 그래도 훈훈하게 마무리되어 여운을 남겼더니, 이번 4화에선 도로 세자의 질환이 언급되어 긴장감을 야기합니다. 세자가 앓고 있는 병의 이름이 뭐였나 좀 가물가물했는데 이번 4화를 보면서 '혈허궐'이라는 이름과 피가 부족하여 생기는 증상이 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알았는데요. 작중에서 이 혈허궐이 치료할 방도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나 먼저 죽은 태인세자도 같은 질병으로 - 폐인이 된 중전의 말로는 다른 게 원인이라고 하지만 - 죽었다는 언급이 있어 일종의 유전병이니 현대로 치면 백혈병 같은 병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온천으로 피부병 때문에 요양을 갔다고 알려진 세자가 중궁전 깊숙한 곳에 숨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둘째인 성남대군이 알아차리는데요. 유달리 이번 4화에선 성남대군의 비중과 역할이 늘어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느낌이었습니다. 4화에서 활약만 본다면 주인공인 화령보다 더 비중이 컸다는 느낌. 심지어 배동 선발적 복시(2차 시험)에서 황귀인의 아들인 의성군, 태소용의 아들인 보검군과 경쟁하며 토론을 하기까지 하는데, 토론의 주제가 역병에 걸린 서촌의 백성들의 처우를 두고 의견을 내는 거였고 이번에 성남대군이 형을 고칠 의원을 찾으면서 그곳을 찾아간다는 것도 의미심장했습니다.
혈허궐을 다룬 적 있던 어의들은 대부분 죽거나 - 의문사로 보이는데 그 흑막은 대비로 추정 - 유배를 갔다는 사실 때문에, 성남대군은 아예 몰래 궁을 빠져나가 사람을 고용해 혈허궐을 치료할 수 있는 의원을 은밀하게 찾아내는데요. 그 의원은 토지 선생이란 인물로 현재 역병 환자들을 격리한 움막촌에 있다는 것을 알고 몰래 그곳에 잠입하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죽어가는 백성들의 처지를 목격하는 것이나, 그곳의 지리를 너무 익숙하게 알고 빠져나오는 것도 그렇고, 자칫 무례하다 할 수 있는 토지 선생의 행동을 문제 삼지 않는 것도 그렇고 성남대군에 한해선 비범하다 할 수 있는 묘사가 많이 들어가더라고요.
토지선생의 처방전을 받은 이후 약방에선 병조판서의 딸 - 아련한 척하지만 얼빠라 성남대군을 보자마자 반해서 도와준 -을 만나기도 하는 등 뭔가 성남대군을 중심으로 인물이 모인다는 암시가 있었는데 왜인지 전편부터 성남대군이 다음 세자 자리에 오르려는 복선이나 암시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은근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같이 보는 엄마랑 말이 갈리는 게 다음 왕이 누가 되느냐 이런 거였는데 결국 세자의 수명이 다한다면 어머니인 임화령을 지키는 것도 임화령이 지키게 되는 것도 차남인 성남대군이 되는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성남대군이 받아온 처방전을 이용해 회복한 세자는 얼마 안 가 다른 이들 보는 앞에서 피를 토하며 병색을 드러내거든요.
어머니인 화령과 동생인 성남대군이 그렇게 애를 썼음에도 결국 세자의 죽음은 피할 수 없는 느낌. 그런데 이번 4화에서 성남대군이 이래저래 궁을 빠져나가 활약하는 동안 화령은 말을 듣지 않는 아들들 때문에 속을 썩이는 어머니 포지션을 보여주더라고요. 현대의 엄마들과 다를 바 없는 그런 모습은 정감이 갔지만 정작 중전의 활약이 적었던 건 좀 아쉬웠다고 할까. 나머지 자식들은 배동 선발전에서 탈락했다고 아예 궁을 빠져나가 쏘다니는 짓을 벌입니다. 특히 3남인 무안대군은 기녀한테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왠지 중전의 아들들 관계가 실록에 기록된 조선 왕자들의 일화를 조금씩 따온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반면 후궁의 아들들인 보검군이나 심소군은 엄마가 좀 촐싹대는 스타일이지 성격은 나쁘지 않고 순해 보여서 딱히 중전이나 대군들과 척을 질 것 같지는 않은데요. (심소군은 이번 땡땡이 사건에선 다른 대군들이랑 잘 어울려 놀기도 했고 보검군 엄마는 좀 귀여워 보이기도 했고) 하지만 황귀인의 아들인 의성군은 이미 드라마 1화 때부터 성남대군과 적대적인 관계를 보여주기도 했고, 이번 4화에서 하는 말을 보면 왕이 되면 안 될 인물이라는 것을 대놓고 보여준다고 할까요. 대비와 손을 잡은 영의정의 손자인지라 주변에서 밀어주는 것 같은데 은근 상황은 잘 안 풀리기도 하고 차라리 그 엄마인 황귀인이 부각되는 것이 더 흥미진진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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