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슈룹』 5화 리뷰입니다. 이번 5화는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눈으로 확인하게 되니 충격이라 할 수 있는 내용으로 전개가 되었는데요. 일단 전편에서 세자가 피를 토했고, 몸이 좋지 않다는 징후가 많았기 때문에 죽음을 피하긴 어려울 거라는 예상은 들긴 했습니다. 그리고 그 동생인 성남대군에거 포커스가 많이 맞춰지기도 했고, 중전의 싸움은 이제 시작이나 마찬가지니 세자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더 큰 갈등을 유발할 것이라고 예상은 했는데요. 그래도 사망 클리셰를 비틀어 막판에 반전으로 세자가 살아나면서 중전인 화령이 위기 상황에서 역전하는 경우가 일어나지는 않을까 일말의 기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상한 그대로 세자는 죽음을 맞이하면서, 중전과 대비의 대립은 한층 더 격해질 것으로 예측되더라고요.
세자가 작중에서 후계자로써 흠집이 없는 인물로 묘사되었고 모든 것이 완벽했음에도 수명과 건강만은 타고나지 않았던 게 단점. 그런데 이번 5화를 보면서 좀 의외라고 생각했던 건 왕 이호의 행동이었는데 세자가 피를 토하고 쓰러진 뒤 중전이 자신을 속인 걸 알고 노하여 그를 유폐시켰을 때만 하더라도 화령을 가로막으면 막았지 도움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은 했습니다. 만약 방해는 안 하더라도 큰 도움은 안 될 거라고 예측했거든요. 아무래도 현 왕은 대비의 아들이고 조선이 유교 사회다 보니 결국 어머니의 편에 서게 되지 않을까 지레 짐작한 것도 있고 같이 보시던 엄마도 이 드라마는 중전과 대비의 대립이 주 내용이니 왕은 배경처럼 존재하는 거라고 하셨을 정도라...
그런데 세자의 병이 드러난 이후 대신들이 폐세자를 논의할 때 세자의 부족한 점이 무엇이 있는지 따져 묻는 화령의 편을 들며 폐세자 논의를 일축하는 걸 보면 의외로 화령과 적대적인 입장은 아닐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중전인 화령이 대신들과 대립하며 반론하는 장면은 조선시대에 가능한 장면 같지 않고 지나치게 현대적으로 각색이 되었다는 느낌을 주긴 했지만 이때 중전이 일갈하는 것이나 왕이 중전의 편에 선다는 점이 속 시원하기도 했습니다. 현 왕은 정통성 있는 인물이 아니라 대신들과 대비를 무시하기 힘든 입장인데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꼭두각시나 허수아비는 아닐 거라는 면모를 보여주더라고요. 그리고 은근 보검군을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던데 보검군이 이번 회차에서 어른스럽긴 했거든요.
전편인 4화가 아들인 성남대군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주인공인 화령의 비중이 줄었던 아쉬움이 남았던 데 반해, 5화는 주인공인 화령이 직접 움직이는 내용이 많아서 좋았습니다. 화령이 단순 왕자들을 낳아서 중전이 된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듯 유폐된 상황에서도 곳곳에 숨어든 중전의 심복들이 상황을 전달해 주거나, 좀 더 확실한 증거를 캐기 위해 궁녀의 복장으로 위장하여 궁 밖으로 나가기도 하는데요. 궁 내에 일하던 자들이라 하더라도 보통은 복식으로 윗사람을 구분하거나 기억하지, 그 얼굴까지 일일이 기억하지는 않는다는 등 주인공이 사람들 심리를 뚫고 있었다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근데 중전부터 왕의 명령을 안 듣는 걸 보면 그 아들들도 엄마를 많이 닮은 모양.
화령이 변장을 하고 밖으로 나간 건 선왕의 폐비를 만나 태인세자의 진짜 사인을 알아내려고 한 것이었는데 태인세자와 현 세자의 증상이 다르다는 점 때문에 세자는 독살 가능성보단 진짜 병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더라고요. 다만 태인세자의 죽음은 증거만 없었을 뿐 대비의 소행임이 확실해졌는데, 폐비 입장에선 현 왕이 자기 아들을 죽이고 왕 자리에 오른 자라 곱게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정작 자식을 살리려고 하는 중전에게 협력하는 등 이 드라마는 여성들의 대립과 협력이 중점으로 묘사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연대가 왕의 총애를 받는 게 목적이 아니라, 자식의 생존을 위해서라는 점에서 궁중 암투물치고도 특이한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정작 빌런인 대비는 자기 혈육조차 도구로 사용할 법한 포스를 보여주고 있지만.
이번 5화에서 웃겼던 장면은 성남대군 기다리던 병조판서 딸이 궁 밖으로 나온 화령을 보고 바람난 양반 댁 부인으로 오해하면서 멋지다고 동경하는 장면이었는데, 성남대군 얼빠이긴 하지만 (약간 오해가 섞였어도) 중전에게 호의적인 게 병조판서 집안도 결국 딸 때문에 중전 라인에 서게 되지 않을까 추측돼요. 그리고 이번 회차에선 세자의 질환을 치료한 것 때문에 옥에 갇힌 어의가 정말 불쌍했는데, 처음엔 입막음용이나 협박용으로 살해당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의외로 이번에 사망하지는 않더라고요. 기왕이면 억울하게 죽느니 좀 오래 살아남아 결정적인 역할이라도 하면 좋겠단 생각. 또 이 드라마에선 악역인 여성들의 포스가 눈에 띄다 보니 다른 남성 악역들은 오히려 개그캐처럼 보이는 부작용도 없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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