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관에서 발견한 스티븐 킹의 소설 『톰 고든을 사랑한 소녀』입니다. 이 소설은 스티븐 킹의 다른 소설 『애완동물 공동묘지』 상하권과 함께 들어와 있더라고요. 『애완동물 공동묘지』는 예전에 읽어본 적이 있는 고로 이번엔 『톰 고든을 사랑한 소녀』를 빌려오게 되었는데요. 예전에 읽지 못한 책들의 리뷰를 찾아보던가 하는 식으로 반전 요소를 미리 알아버리거나 줄거리를 파악하는 둥의 일을 한 적이 있었는데 실은 이 소설도 마찬가지입니다. 대강 줄거리를 트리샤라는 아홉 살 소녀가 엄마와 오빠와 함께 숲으로 놀러 왔다가, 엄마와 오빠가 말다툼하는 사이에 길을 잃고 헤매며 무언가에 쫓기는 이야기라고 알고 있었어요. 분명 길을 잃은 소녀의 초조함과 공포심을 다루고 있지만 내용 자체는 초자연적인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간에 시시하다고 손에서 놓을 정도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엄마와 아빠가 이혼하고 오빠와 함께 엄마와 살게 된 아홉 살 트리샤는 매일 싸우는 엄마와 오빠에게 신물을 느끼고 그들이 말다툼을 벌이는 사이 오줌을 누기 위해 잠시 길을 빠져나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앞서나가던 엄마와 오빠를 놓쳐버리고 숲 속 깊숙이 들어가 헤매게 되는데 엄마와 아빠가 이혼한 뒤 트리샤의 맘 깊은 곳에 품었던 서운한 마음이라던가, 친하게 지내는 약간 불량끼 있어보이는 옆집 소녀 펩시(콜라 아님)와의 놀이를 비롯한 주위 사람 험담을 떠올리면서 숲 속을 헤쳐 나갑니다. 하지만 처음의 낙관과는 다르게 모기떼와 벌레, 갈증과 허기 등으로 서서히 지쳐가고, 트리샤는 가지고 있는 이어폰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톰 고든이 속한 팀의 경기 방송을 들으며 버텨나갑니다.
숲 속에서 트리샤는 벼랑 부근에서 떨어지거나 말벌에 쏘이거나 숲속의 물을 마신 뒤 설사를 하고 그 위에 자빠지는 등 말 못 할 고생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배가 고파서 열매를 따서 먹거나 송어를 날로 잡아먹는 등의 일을 하기까지 하는데 그 와중에 냉정한 목소리-후반에는 끈질긴 계집애라고 불리는-가 트리샤의 내면 속에서 들려오면서 불안을 가중시키고, 숲 속의 무언가가 자신을 노리고 쫓아온다는 사실을 눈치챕니다. 사슴의 찢긴 시체라거나 나무에 휘갈겨진 손톱자국 등 자신을 위협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트리샤의 눈에는 그 존재가 말벌집의 머리를 하고 있는 괴물이며 파멸의 신이 보낸 말벌사제라고 부르지만 후반으로 가면 그것이 무엇인지 대충 감을 잡을 수 있게 됩니다. 실은 그것은 곰이었는데 아이의 공포심과 환상이 괴물 비슷하게 묘사한 거였죠.
공포를 이기기 위해 트리샤는 경기 방송을 들으며 상상 속의 톰 고든과 대화를 하면서 숲 속을 헤쳐나가는데요. 그 와중에 트리샤의 가족은 트리샤의 실종을 신고하고 어느 순간 트리샤는 악명높은 유아성폭행범에게 납치된 것으로 오인받습니다. 가족들이 엉뚱한 곳에서 트리샤를 찾아 헤매는 사이 트리샤는 점점 숲을 벗어나게 되는데 경기도 끝나고 이어폰의 배터리도 떨어지지만 상상 속의 톰 고든으로부터 용기를 얻은 그녀는 파멸의 신(실은 정체는 곰)과 마주하였을 때 톰 고든의 투수 자세를 흉내 내며 자신의 이어폰과 워크맨을 말아 공처럼 쥐고 파멸의 신을 향해 던져 그를 쫓아냅니다. 이 부분은 목격자 증언대로라면 곰이 트리샤를 얼마든지 찢어발길 수 있었으나 마치 트리샤의 패기에 놀라 물러난 것처럼 묘사되는데요.
지나가던 밀렵꾼이 총을 쏘아 곰을 쫓아내고 트리샤는 겨우 사람들에게 구조되어 병원에서 눈을 뜨면서 가족과 재회합니다. 숲에서 헤맨 결과로 폐렴을 앓게 되었지만 트리샤는 자신이 무사히 시합을 끝냈음을 - 소설의 장은 1회 2회 이런 식으로 야구경기의 그것을 따라갑니다- 아버지가 알아준 것을 알고 만족스러워하면서 잠에 빠집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이야기는 우연히 사고를 당한 소녀의 성장통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예를 들면 트리샤는 숲속에서 길을 잃고 상념에 빠지면서 세상은 언제든지 널 물어뜯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만 끝내는 파멸의 신과 맞서면서 승리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으니까요. 근데 재밌게도 작가 후기를 본다면 트리샤의 이야기는 숲 속은 호락호락하지 않으니 길을 잃지 않도록 주의하란 뜻에서 쓰인 소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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