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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비소설 기타

『르네상스의 어둠 : 빛의 세계에 가려진 11가지 진실』 리뷰

by 0I사금 2025.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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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이 책 『르네상스의 어둠 : 빛의 세계에 가려진 11가지 진실』을 발견했을 때 유럽사는 생각보다 많이 보지 못했지만 그리 어려워 보이지도 않고 책도 생각보다 가벼운 재질이라 생각하여 빌려오게 되었습니다. 책의 내용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데 의외로 중세유럽이나 서양사 다루는 책들에 도전했다가 결국 중도 포기한 적이 많아서 이번에 빌려온 책도 솔직히 다 읽을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책이라 그런지 (왠지 편견 같지만 번역서들은 이상하게 몰입이 되기 어렵다는 느낌을 종종 받아서) 읽기도 쉽고 내용도 어렵지 않게 테마별로 다루고 있어 복잡하지 않습니다. 테마별로 내용을 다루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 다양한 모습의 유럽사를 접한 셈이기도 한데요.

 

책을 다 읽고 나서 느낀 것은 으레 사람들이 느끼는 중세유럽의 부정적인 면모, 암흑시대라고 불리기도 하는 그 시대의 그림자는 실은 중세시대가 아니라 바로 중세와 근대의 징검다리 역할을 했던 르네상스 시절의 어두운 면모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책의 후기에서도 언급되지만 르네상스를 휘황찬란한 빛의 시대로 퍼뜨린 것은 계몽주의 시절 - 제국주의 시절과도 겹치는- 유럽 지식인들의 행위였다고 합니다. 어찌보면 이들의 사고관을 현대인들이 충실하게 이어받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성이 종교를 대신하여 대안으로 떠오르고 해외 식민지 개척이 활발해지면서 종교를 폄하하고 종교의 영향아래 있던 중세를 폄하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책에서도 넌지시 일러주지만 오히려 종교라는 이름으로 통제를 가하던 중세시절이 전쟁과 약탈, 인신매매와 마녀사냥등으로 얼룩진 르네상스 시절보다 비교적 평온했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종교의 통제가 사라진 시대에는 인간들은 거칠 것이 없어졌고 당시 유럽의 정치적 상황- 오스만 제국의 성장으로 인한 압박감과 유럽 국내외의 다양한 전쟁, 해적들의 침입, 흑사병의 창궐-으로 인한 공포와 불안감은 마녀사냥과 같은 비뚤어진 방법으로 해소되기도 합니다. 책에서 다루는 테마는 예술, 약탈, 해적, 전쟁, 흑사병, 종교개혁, 과학, 마녀, 노예, 제노사이드, 제국주의 이렇게 11가지인데 앞서 다루는 10개의 주제가 결과적으로 마지막 주제로 향한다는 점도 특이점입니다. 사람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그 휘황찬란했던 '르네상스'는 유럽내 국민들에게 평화롭고 풍요로운 시대는 결코 아니었으나 이 혼란스러움이 결과적으로 유럽인들의 세계 지배를 돕게 되었다는 아이러니 또한 존재합니다. 이것은 제가 예전에 리뷰한 바 있던 책 『전쟁이 발명한 과학 기술의 역사』에서 한번 언급했던 것처럼 제국주의 시절 서구의 전쟁기술이 동양을 압도하게 된 경위와 유사한데요.

 

유럽의 나라들이 내외의 국가들과 끊임없이 전쟁을 하느라 계속 전쟁무기를 발전시켜야 했던 것처럼, 해외개척 또한 유럽외 국가들에게 한참 밀리며 성장이 저지되던 유럽인들이 자신들의 경제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나선 것이 진면목이라는 사실을요. 여기서 아직도 위인서적등에서 미화되는 개척자들이 실은 얼마나 무자비한 학살자이며 약탈자들인지도 잘 드러납니다. 책의 후기에서 저자분의 글에서 드러나듯 이 책은 어떤 의미에서 서구의 '이성' 제일관을 비판하는 주제인지도 모릅니다. 르네상스 시절에 대한 호의적인 편견(?)은 이성을 중요시한 지식인들에 의해 전파되었지만 이성의 시대라고 알려진 르네상스 시절에 벌어진 일들은 현재에 벌어지는 극악무도한 사건들에 결코 질 바 아닙니다. 인간이 본질적으로 이성적인 존재는 아니기 때문에 이성이 중시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이성'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 또한 무시무시했음을 이 르네상스 시대의 어둠이 증명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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