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첫인상은 항상 배신한다』는 FBI 프로파일러가 썼다는 내용이 들어 있어 흥미가 갔지만은, 왠지 내용이 만만치 않아 보여서 쉽게 읽기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래서 한동안 빌려오는 것을 미뤄두었다가 결국 도서관에서 대출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제목과 저자의 입장을 보면 어느 정도 내용 유추가 가능할 법도 한데, 책의 내용 중 상당수는 살인마 혹은 범죄자들을 만났거나 혹은 그들의 옆에서 살던 사람들이 그들의 겉모습이나 외적인 조건만 보고 범죄자를 좋은 사람이나 '그런 일'을 할 사람 같지 않았다고 여기는 어쩌면 우리나라에서도 익숙하게 보아온 상황들이 많이 인용됩니다. 그 외에도 위험한 상황을 가정하여 그 상황에 어떤 판단을 내리는 것이 더 현명하지 나름의 원칙과 기준을 정해주어 가이드해 주는 방법도 언급됩니다.
책에서 가정한 가공의 상황들은 외국의 사건들에 모티브를 따온 것이겠지만 의외로 한국에서도 먹혀들만한 충고가 제법 되지 않았나 싶어요. 특히 마지막 장에 나오는 상황 같은 경우, 누군가가 집에 침입하였을 때 칼을 들고 알 수 없는 침입자와 맞서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경우가 될 확률이 높으므로 (예를 들면 완력차로 무기를 빼앗긴다거나 혹은 늦게 들어온 가족을 오해하여 찌를 가능성도 없지 않으므로) 전화를 구비하거나, 전화선이 끊겼을 경우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구조요청을 하고, 탈출이 어렵다면 되도록 가족들과 한 곳에 피신하여 문을 잠근 뒤 침입자가 공격할 즘엔 창밖으로 도망쳐 소리를 지른 다음 이웃이 눈치채게 하라는 등의 방법이 언급됩니다. 책의 절반 가량이 범죄자 혹은 범죄상황에 대해 사람들이 하는 오해와 편견에 담았다면 나머지 절반은 위험한 상황에 대한 대처법이 주를 이룹니다.
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말로 자신의 본능과 직감을 믿지 말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흔히들 사람의 생존본능이 위기순간에 초월적인 힘을 발휘한다고 믿는 것과 달리 책에서 설명하기를 오히려 본능과 직감이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합니다. 그 예중 하나가 모성본능에 대한 허구, 어머니는 자식들을 어떻게든 지켜낼 것이라는 생각은 인용된 범죄사건 중 아이들이 강간당한 케이스에서 어머니들이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깨어지기도 합니다. 또 책의 한 장에서는 미끄러지는 자동차를 운전할 때 본능은 브레이크를 밟으라 하지만 실질적으로 살 가능성은 핸들을 돌리는 것이라고 언급되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생각난 것이 인간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대 재빠르게 움직이기는커녕 공포로 얼어붙는 경우들이 더 많다는 겁니다.
사람들은 위기상황에 빠진 사람들이 무기력하게 대처하는 것을 제삼자 입장에서 지켜볼 때 답답하게 여기겠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에 빠진 경험이 있는 사람들 말로는 머릿속이 새하얘진다거나 온몸이 굳어서 뭔가를 할 수 없다고들도 하는데요. 분명 위기상황이라면 그 자리를 피하도록 설계되어야 하건만 의외로 사람의 몸이나 정신구조가 언제나 상황에 맞게 행동하지는 않다는 겁니다. 아마 인간의 이런 반응은 꽤나 연구분야가 되지 않을까요? 하여간 본능이나 직감에만 의존한 판단은 위험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는 겁니다. 어떤 의미에서 교육이 중요시되는 이유가 이런 데 있지 않나 싶기도 해요.
책에선 범죄자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요소로써 사람들의 편견,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좋은 생김새였다, 좋은 집안에 좋은 직업을 가진 사람이었다는 이유를 드는데 의외로 여기서 언급되는 살인마들의 대다수는 이미 문제행동을 어느 정도 노출시키고 있었음에도 이웃이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는데 이것은 사람들의 합리화나 넘겨짚기가 작용하는 경우가 제법 있었다는 겁니다. 예전에 읽은 책에서 인간들의 무심함이 악을 키운다는 글귀를 본 적이 있는데 맞는 이야기 같더군요. 외에도 사이코패스에 대한 사람들의 착각을 일깨워주기도 하는데 저자들의 의견은 사이코패스는 감정교류가 불가능하는 전제를 가지고 가면서도 모든 사이코패스가 항상 극악무도한 범죄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며, 학대가 사이코패스 범죄자를 만들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그리고 사이코패스가 창작물의 악당들처럼 두뇌가 뛰어난 것도, 선악이나 반사회적인 행동도 구별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란 점, 그리고 정신질환은 더더욱 아니란 사실도 일깨워줍니다. 여기서 제가 가지고 있던 흔한 착각이 하나 깨어졌는데 동물을 학대한다고 해서 반드시 사이코패스는 아니란 점입니다. 성격 하니까 책에서도 언급되기를 한번 형성된 성격은 갑자기 변하거나 고칠 수 있는 게 아니며 사람들이 일면만 보고 성격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도 언급됩니다. 그리고 하나 더 책에서 언급되는 점은 범죄의 가해자가 반드시 낯선 이가 아닌 아는 이일 경우가 많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도 굉장히 피상적인 외부조건만 보고 판단하는 케이스들이 많아 보이더라고요.
거기다 항상 외양이 그렇지 않기 때문에 범죄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데서 사회의 외모지상주의적 편견이 제법 작용하는데 역자분의 후기에서도 중요하게 언급되는 점입니다. 그 사람의 조건 -외모, 직업, 가정, 인간관계-만을 가지고 지레짐작해선 안된다는 점이지요. 그리고 범죄자의 외모에 홀려 범죄자와 결혼하거나 연인상대가 되는 경우가 실제로도 있고, 이런 이야기도 책에서 언급되는데 이런 경우는 나는 피해자들과 다를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며 이는 자기중심적으로 상황을 해석하는 인간의 본능이 작용한 탓이라 생각됩니다. 책의 구절 말마따나 내가 하지 않는다고 해서 혹은 내가 그런 경우가 없다고 해서 남들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은 말아야 한다는 말을 새겨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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