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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과 만화

『우먼 인 블랙』 리뷰

by 0I사금 2025.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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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었던 공포소설들 중에서 영국을 배경으로 했거나 하는 소설들을 약간 본 적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의외로 원귀가 등장하는 이야기는 나라를 막론하고 많은 거 같습니다. 불행한 삶을 살다죽은 사람들이 한이 되어 원혼으로 머물며 사람들에게 해를 끼친다는 이야기는 꼭 우리나라 특유의 처녀귀신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더란 생각이 들었는데 이 『우먼 인 블랙』도 어찌 보면 여성의 원혼이 등장하는 이야기예요. 실은 이 책을 찾아보게 된 것은 영화가 따로 있기 때문에 궁금해져서였는데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가 우리가 『해리 포터』로 익숙한 다니엘 래드클리프예요.


소설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주인공인 '나'는 크리스마스날 무서운 이야기를 나누려고 모인 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자기가 젊었을 적 겪은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변호사인 자신이 일하는 로펌의 고객인 드래블로 노부인이 죽고 그녀의 유산을 정리하고 장례식에 참석하기위해 '나'는 크라이신 기퍼드라는 마을에 가게 됩니다. 조수 때문에 따로 떨어져 있는 저택에서 홀로 살던 그녀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마을을 찾아온 '나'는 마을 사람들과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습니다. 설명하자면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을 감추는 듯한 느낌?


그의 장례식날 '나'는 어떤 검은 옷을 입은 여자를 목격하고 그가 일반적인 사람과 다른, 어딘가 증오의 기운을 품고 있다는 것에 공포심을 느낍니다. 거기다 저택의 뻘에서 마차가 빠져 마차에 탄 사람들이 익사하는 환영을 보고 혼란스러워하지요. 노부인이 남긴 서류를 정리하던 '나'는 어떤 편지를 발견하는데 그 편지는 과거 드래블로 부인의 여동생이 남긴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는 사생아를 낳았고 주위로부터 아이를 입양시키라는 압박을 받아 언니 부부에게 자식을 넘겨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그리고 마을 사람들로부터 진실을 듣게 되는데, 마을을 배회하는 유령 '검은 옷을 입은 여인'은 바로 죽은 부인의 여동생으로 그는 오래전에 심장질환으로 죽었다고 합니다. 남편이 외국으로 도망가는 바람에 언니 부부에게 자식을 넘겨야 했지만 아들이 그리워서 다시 데려가려고 시도했다고요. 하지만 불운하게도 안개가 심하게 낀 날 아들이 탄 마차가 뻘에 빠지고 그 충격으로 여동생은 미친 채 죽었다고 합니다. '나'는 그가 죽고 죽은 드래블로 부인도 여동생의 유령에 시달려왔음을 알게 되는데 마을 사람으로부터 죽은 여동생의 유령이 나타날 때마다 마을의 아이가 병이나 사고로 끔찍하게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나'는 공포에 질리면서도 아직 죽어나간 아이가 없다는 것에 불안해하면서 마을과의 연을 끊고 고향으로 돌아가 약혼녀와 결혼합니다. 그리고 아들을 하나 얻게 되는데 어느 날 다시 '검은 옷을 입은 여인'을 보게 되자 '나'와 가족이 탄 마차가 뒤집혀 아들은 즉사, 부인은 충격과 부상으로 열달 동안 앓다가 죽고 살아남은 자신은 그 고통스러운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다는 이야기로 끝맺게 되더군요. 굉장히 찜찜하고 우울한 결말인데 보면 제가 찾아본 영화의 결말도 비극적이긴 하지만 소설의 엔딩과 비교하면 그나마 여운이 있어서 원작의 엔딩이 더 배드엔딩에 가깝다는 생각이.


보면 이야기는 흔히 볼 수 있는 원혼설화와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내용 자체는 공포스럽기보단 굉장히 잠잠하게 흘러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생전에 자식을 빼앗기고 죽은 여인에 대한 동정심도 보이면서 그가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는 지적또한 빠지지 않더라고요. 소설의 분량도 많지 않고 책이 얇은 편이라 어렵지 않게 읽어나간 편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책에 흔히 부록으로 있을 법한 작가 설명이나 해설이 없어서 다른 생각할 거리가 줄어든다고 해야 할까요. 그리고 영화로 검색하면 실화냐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는 거 같은데 이 소설의 모티브가 뭔가 따로 있는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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