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 블랙아웃』 14화 드디어 마지막 화를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이 드라마는 볼 예정은 없었지만, 드라마가 괜찮다는 주위의 평과 어쩌다 보게 된 초반부 회차 재방송 덕에 마지막까지 달려올 수 있었는데요. 요새 유행하는 사이다물과 달리 주인공이 누명을 쓰며 빌런들이 주인공을 사회적으로 묻어버리기 위한 악행이 계속된다거나 주인공이 심적으로 물리적으로 구르는 장면이 많아보는 입장에서 고통스러운 경우도 많았지만 드라마의 내용 자체가 흥미진진한 구석이 있고 사건의 진상이 어떻게 된 건지 궁금증을 유발하는 측면이 있어 고구마 답답한 구간이 있어도 참고 끝까지 볼 수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드라마의 원작이 동명의 독일 소설이라는 점 때문에 책을 직접 읽지는 않았어도 다른 사람들이 요약한 줄거리를 통해 스포일러를 미리 찾아보며 어떻게 영상화될 때 각색이 되었는지 비교하는 재미도 있었고요.
원작 소설의 스포일러와 비교하면 큰 틀은 가져온 게 맞지만, 상세한 부분이나 일부 설정에선 한국 실정에 맞게 각색한 부분이 보이기도 했는데 이 부분이 이 드라마에서 상당히 자연스럽고 훌륭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주인공인 고정우를 도와주는 인물들인 광수대 출신 형사 노상철이나 외지에서 온 아르바이트생 하설의 캐릭터가 매력적인 구석이 있어서 사건이 오리무중인 가운데서도 이들의 활약을 기대하며 보는 구석도 있고, 두 남자 주인공인 노상철과 고정우의 관계가 처음엔 최악이었다가 점차 호의적으로 변하는 등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브로맨스 관계도 흥미로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또한 주인공에게 누명을 씌운 진범들, 소위 무천시의 빌런들 역시 하는 짓이 악랄하며 이기적이긴 하지만 흔히 창작물에서 등장할 법한 과장되거나 지나치게 판타지적인 캐릭터들이 아니라 현실에 있을 법한 악인들이며,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가 그런 특성을 생생하게 살려냈다는 점도 장점이었어요.
하지만 드라마 자체가 편성이 어려웠다는 이야기도 있고, 본디 16부작에서 14부작으로 줄어들었다는 이야기가 있는 걸 보면 후반부 전개는 일부 내용이 생략된 채 급하게 진행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이번 마지막 화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최종 빌런인 무천시 경찰서장인 현구탁과 국회의원인 예영실의 범죄가 드러나는 과정이 없이, 뉴스의 나레이션으로 그 혐의가 인정되었거나 바로 교도소에 수감된 모습으로 등장하는 바람에 중요한 내용이 뭉텅이로 잘려나갔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더라고요. 드라마에서 인상 깊은 모습을 보여줬던 최나겸 같은 경우 전편에서 어떤 짓을 했는지, 어떻게 그 행적이 들통났는지 자세히 묘사되었고 이번엔 구치소에 면회 온 소속사 사장에게 정우를 데려와달라고 발악을 하거나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경찰들에게 끌려가는 모습이 나오기도 하는 등 그 마무리가 확실하게 보였거든요.
그리고 막판엔 정우의 연락을 받는다는 환상에 빠져 정신병원에서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그 행적이 기승전결이 지켜졌다는 느낌이었지만, 현구탁과 예영실 같은 경우는 중간 과정이 생략된 채 결말만 보여줬다는 생각이에요. 심지어 교도소에 수감된 모습을 보여준 것도 현구탁이지, 예영실은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나오지 않기 때문에 더욱 생략된 감이 있었고요. 이건 후반부에 교도소를 나오는 김과장도 마찬가지였는데, 김과장도 한 짓이 있으니 처벌을 받는 게 당연하지만 역시 중간 과정이 없어서 갑자기 교도소를 나오는 장면이 나와 당황스러웠다고 할까요? 마지막 화에서 현구탁이 사건과 직접적으로 연루되었다는 사실을 고정우가 알아챈 건 공범인 민수가 자폭이라도 하겠다는 심정으로 고정우한테 모든 걸 털어 넣으면서였는데요. 그때 현구탁은 아들이 수오가 은닉한 박다은의 미라화된 시신을 발견한 뒤 멘붕에 빠진 채 그 시신을 불태워 없애려는 시도를 하게 됩니다.
여기서 현구탁은 자신을 찾아와 진실을 추궁하는 고정우를 내쫓은 뒤 문을 걸어 잠그고 자살을 시도하는데, 처음엔 드라마를 이끌었던 한 축이 허망하게 자살로 마무리되나 불만스러웠다가 기어이 고정우가 문을 부수고 그를 끌어내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긴 했습니다. 다만 다른 사람 동행 없이 혼자 돌아다니다 변을 당하는 고정우가 초반에 좀 답답했을 뿐. 여기서 노상철이 뒤늦게 연락을 받고 그 자리를 찾아와서 경찰들이 현구탁의 혐의를 알게 되었거나 예영실이 낙방한 것 말고 구속되는 장면이 나왔더라면 저렇게 내용이 심하게 잘려나간 위화감을 느끼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그와 별개로 노상철의 동창인 변호사를 통해 고정우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는 내용이나, 고정우의 어머니가 회복하는 내용, 고정우가 과거 사건으로부터 마음의 짐을 던 하설과 같은 대학에 다니게 되고 무천시를 떠나 일상을 회복하는 결말은 주인공만이 아니라 그동안 드라마를 지켜본 사람들에게 보상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드라마 말미에서 수오는 무천을 떠난 고정우 모자와 함께 사는 것처럼 묘사되었는데 박다은의 시신을 숨기긴 했지만 수오의 상태가 상태인지라 큰 처벌은 받지 않았던 모양이네요.
'TV > 드라마(2024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산』 2화 리뷰 (2024. 1. 19. 작성) (0) | 2024.11.29 |
---|---|
『선산』 1화 리뷰 (2024. 1. 19. 작성) (0) | 2024.11.28 |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 Black Out』 13화 리뷰 (2024. 9. 28. 작성) (0) | 2024.11.27 |
『가석방 심사관 이한신』 4화 리뷰 (0) | 2024.11.26 |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 Black Out』 12화 리뷰 (2024. 9. 27. 작성) (0) | 2024.1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