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1시즌 4화 리뷰입니다. 1시즌이 총 6부작이니 이제 결말까지 얼마 안 남은 상황이네요. 당장 정주행하고 싶은 걸 리뷰를 자세히 쓰기 위해 참고 있는 중이랄까. 개인적으로 이번 4화는 3화에서 배경인 동래가 초토화되는 긴박한 순간에 비하면 좀 덜하긴 했지만 보는 사람이 아찔했다 싶은 부분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주인공들을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좀비' 말고도 인간 측 빌런인 '조학주'가 있어서 인간들끼리의 대립도 크게 다뤄질 거라고 예상은 했고요. 하지만 좀비에 의해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한양 밖과 비교하면 궁 내부의 권력 다툼은 좀 지루한 느낌.
그리고 이번 4화에선 좀 열받는 장면이 많았는데, 으레 좀비물이 사람이 여럿 죽어나가고 자신도 언제 감염될지 모르는 급박한 상황을 다루는지라 이기적인 집단의 행보가 그려지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에요. 예를 들자면 영화 『부산행』에서 겨우 좀비가 있는 칸을 빠져나온 주인공들을 다른 칸의 생존자들이 억지로 쫓아낸 장면 같은 게 있는데, 이 드라마 <킹덤>에서도 자기만 살겠다고 울타리가 있는 군영의 문을 닫아건다거나 양반들이 유일하게 남은 배를 가지고 도망을 가는 장면이 묘사되었습니다. 심지어 세자인 이창과 익위사인 무영이 동래에 남아있는 상황임에도요. 여기까지는 그래도 클리셰라고 생각해서 넘어갈 수 있었어요.
하지만 그다음 생존자들이 당한 일을 생각하면 이 드라마의 빌런은 진심 용서가 안 되는 수준. 내가 웬만하면 모든 작품의 빌런들은 스토리를 이끄는 한 축이라고 생각해서 동정이나 미화는 하지 않아도 주연 못지않게 서사와 활약이 풍부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여기 조학주는 용납이 안 되는 상황이에요. 일단 자기 권력을 차지하겠다고 애꿎은 다른 사람들을 죽게 만든 건 생각도 않고 자기 아들 죽인 것에만 분노하는 것도 뻔뻔하지만, 이창을 역모로 몰아 죽이겠다면서 군사를 보내 생존자들이 대피한 지율헌을 습격한 장면은 그냥 욕이 나오는 수준이었어요. 혼자 배 타고 도망간 양반들은 어떻게 되었는지는 신경도 안 쓰였을 정도.
그나마 좀비들을 피할 수 있던 군영도 배를 수리한다고 나무를 떼어가서 쓸모가 없어졌고, 남은 생존자들은 그나마 멀쩡한 지율헌으로 대피한 것인데, 이 대피 장면이 전편 3화 동래 초토화 씬 못지않게 긴장되고 아슬아슬했던 순간이거든요. 밤 동안 동래가 좀비들의 습격을 받는 장면이 일종의 '재해'와 '전염병'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있다면 생존자들이 지율헌으로 급하게 도망치는 장면은 '전쟁'의 피난씬을 연상시켰습니다. 해가 지기 전이라는 급박한 시간 내에 움직임이 불편한 이들까지 함께 도망가야 했기 때문에 더 위급한 상황이었고요. 조선시대라는 배경이었지만 묘한 리얼리티까지 느껴져 현실에 좀비가 나타나면 빨리 도망갈 수 있을까 뻘 생각까지 하게 되었고요.
중간 노인들을 태운 마차가 돌부리에 걸려 움직이지 못하는 건 꽤 전형적인 위기도 생기고 점점 해가 떨어지면서 바위 틈에 숨은 좀비들이 움직이는 장면도 나와 보는 내가 조바심이 나는 정도였는데요. 다행히 끝까지 피난민들의 마지막 대열에서 지켜준 이창과 무영, 영신 덕에 생존자들은 위험을 간신히 피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창은 백성들의 굶주린 모습을 엿보게 되면서 나름 고민을 하는 장면도 삽입되고, 백성들도 이창에게 고마움을 표하면서 민심을 사로잡는 모습도 나와 이창이 군주로써 한 단계 더 성장한 뒤 생존자들과 함께 조학주 일파와 맞서게 되려나 싶었습니다. 그 수수께끼의 인물인 영신도 안현 대감을 찾아가려는 이창에게 협조하려는 면모를 보이게 되고요.
하지만 그다음 조학주가 이창에게 역모 누명을 씌운 뒤 그를 압송하라고 보낸 군인들이 지율헌의 생존자들에게 일방적으로 활을 쏘면서 겨우 위기를 모면한 이들은 반의반도 안 되는 숫자로 줄어버리고 맙니다. 비록 엑스트라고 큰 비중은 없는 이들이라고 하지만 위기를 빠져나오자마자 빌런의 계략에 의해 허망한 죽음을 맞아버리자 보는 내가 억장이 다 무너지더라고요. 중간에 영신이 이게 다 이창 탓이라며 저들 앞에 나가라고 하는 장면은 냉정한 소리긴 했는데 나도 모르게 공감을 하고 말았을 정도. 특히 엄마의 희생으로 겨우 살아남은 덕이라는 아이가 기어이 여기서 희생당하는 장면이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서비가 아이 몸에 꽂힌 화살을 떼어주고 시신을 눕혀주고 떠나는 장면도 굉장히 슬펐고요.
이때 생존자들의 입장에 너무 공감한 모양인지 그냥 화살부터 쏘고 본 군인들이 무영과 영신의 손에 살해당하는 장면은 별 감흥이 없었을 정도... 뭐 저들은 명령을 수행한 것에 불과하다지만. 그런데 여기 군인 대장이 꽤 오래 살아남으며 비중을 비추는 것이, 뭔가 나중에 활약이 또 있으려나요? 그냥 간단하게 나오고 말 캐릭터는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인데 빌런 타입은 아니라서 신기. 어쨌든 그렇게 다시 죽음의 위기를 겪고 살아남은 동래의 백성들은 관아로 피신하고, 이창은 상주에 있는 안현대감을 찾아가기로 결심하는데요. 여기서 영신이 상주 출신이라는 언급이 나오며 주인공들은 다시 상주로 떠날 채비를 하고, 그 와중에 봉화를 통해 동래에서 난리가 일어났다는 사실이 한양까지 알려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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