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1시즌 2화 리뷰입니다. 드디어 본격적인 좀비의 등장으로 내용이 좀 더 긴박하게 흐르기 시작했는데 일단 전반부는 지율헌(구휼소)에 도착한 이창이 왕을 진맥한 의원 이승희를 찾다가 그 안에 갇힌 시신을 발견하는 데부터 시작합니다. 여기서 모르고 그랬다고 하지만, 주인공인 이창이나 익위사(조선시대 세자를 호위하는 직책이라고 사전에 나옴) 무영은 서비와 영신이 지율헌에 겨우 가둬놓은 좀비들을 밖으로 꺼내놓는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거기다 시신들이 대량 발생한 것 때문에 관아에 신고를 하고 그것들을 옮겨버림으로써 좀비가 더 퍼지는 원인을 제공하기까지 합니다.
이게 좀 답답한 클리셰일수는 있지만 영신도 그렇고 이창도 그렇고 모르고 일을 저지르는 인간이 없다면 아예 전개가 되지 않고, 원래 일어난 사건을 전혀 모르는 제삼자라는 입장이라 탓하기도 그런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보통 저런 실수는 주인공이 아닌 다른 엑스트라들한테 맡기는 경우가 더 많을 것 같기도 해서 특이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좀비들의 본격적인 활약(?)보다 더 섬뜩했다고 여겨졌던 장면이 연못 아래 수장된 여인들의 시신 장면. 풍경은 예쁜데 그 안에 있는 것이 오싹한 아이러니라니. 예전에 대본집을 읽은 제 기억으로 저 시신들은 계비 조씨가 임신을 위장하려고 몰래 들여온 만삭의 산모들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저 여자들은 진심 뭔 죄인지... 보면 이 드라마의 빌런들은 합리화나 동정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악랄하게 그려지는데요. 범일은 버러지가 아니다 어쩌고 하는 대사를 보면 나름 신분제 사회에서 발버둥 쳤나 싶지만, 하는 짓은 그냥 역모에 범죄자 이 정도에 불과해서 합리화도 안 먹힐 수준.
이건 내가 조선시대 사람에 빙의해서가 아니라 신분제 사회란 걸 감안해도 빌런들 하는 짓이 선을 넘어서 그래요. 일단 이창은 역모 주동자로 금부도사에게 쫓기게 되었다고 하지만, 아직은 한 왕조의 정식 후계자고 조학주 일파는 어떤 명분이나 능력을 쌓아 권력의 정점을 차지한 것도 아니에요. 그리고 여자들 희생시킨 것, 왕을 좀비로 만든 것 등 나쁜 짓이란 나쁜 짓은 다 저지르고 있는 상황이고요. 나중에 저 궁까지 좀비로 뒤덮일지 기대가 되는데 보통 이런 전개에선 조학주가 권력을 쥘 계기를 준 계비 조씨 같은 타입들이 가장 먼저 좀비화되는 경우가 많은지라...
다시 지율헌 이야기로 돌아오면, 밤 사이 서비와 영신이 어떻게 탈출하였는지 자세히 나오진 않아요. 다만 영신이 대나무와 안에 있는 도구들을 이용해 무기를 만들고 시체들을 마루 아래에 매장한 뒤, 지율헌을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봉하고 서비와 함께 탈출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위급한 와중에 저렇게 주변에 무기를 설치한 것, 나중에 막 부임한 관아 사또 범팔이 사건을 조사하려고 할 때 시체를 밖에 두면 안 된다고 항의하며 군졸들 여럿을 제압한 것을 보면 암만 생각해도 평범한 양인이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어요. 무슨 특수부대도 아니고요.
킹덤 메인 포스터에서 영신이 조학주의 옆에 있던 구도를 본다면, 영신의 정체는 조학주와 관련된 인물이 아닐까 추정되더라고요. 조학주의 숨겨진 서자? 아니면 조학주에 의해 암살자로 키워진 인물? 과연 뭘까요. 영신의 정체가 무엇인지도 이 드라마의 중요한 떡밥일 듯. 게다가 상황이 하도 안 좋게만 돌아가는데 가장 현실적이고 빠르게 움직이는 인물이 영신이다 보니 1화에서 인육탕 끓여서 사태를 만든 것 가지고 계속 물고 늘어질 맘도 안 생기더라고요. 원흉이라고 미워하기에는 사람이 너무 유능하더군요.
그리고 탈출한 서비가 언골이라는 곳에서 생사초라는 풀을 찾고 있는 걸 발견한 이창과 무영은 그녀로부터 왕을 진맥한 의원 이승희가 이미 좀비가 되었다는 사실을 듣게 됩니다. 반신반의하는 그들에게 서비는 의원이 남긴 일지를 통해 생사초라는 풀이 이 사태의 비밀을 풀어줄 단서라고 언급하게 되고요. 그런데 생사초를 이용해 죽음에서 부활한 사람이 좀비가 된 것인지, 생사초가 좀비들을 없앨 수 있는 풀이란 건지는 좀 모호하게 이해되더라고요.
어쨌든 서비와 영신은 관아에 들어가 시신들이 다시 살아나 사람들을 공격할 것이니 당장 가두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이런 소리가 먹힐 리는 없어요. 범팔은 등장부터가 어그로성이 짙어 보이는 부패 관료 같지만, 그 반응은 어느 정도 현실적인 편이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이창 역시 일지를 찾으러 간 지율헌 창고에서 때마침 나타난 좀비(찾고 있던 의원)를 목격하고 서비의 말을 확인했을 정도니까요. 덕택에 범일에게 죽을 뻔하다가 살아남긴 했지만.
그러나 이미 관아에서는 시신들이 살아나 사람들을 습격하기 시작했고, 막 창고에서 탈출한 이창은 마을이 불에 휩싸이는 걸 목격하게 됩니다. 이번 2화에서는 좀비들의 특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 많았는데 지율헌의 시신들을 통해 낮에는 죽은 것처럼 가만히 있다가 날이 지면 활동을 시작한다는 것이 나옵니다. 그리고 영신이 시체에 일단 불부터 붙이려고 한 것, 이창이 좀비가 된 의원과 범일의 목을 쳐서 그 상황을 모면한 걸 보면 좀비를 없앨 방법은 시신을 불로 태우거나 머리를 분리하는 것으로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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