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1시즌 3화 리뷰입니다. 이번 3화는 그동안 쌓아온 좀비물의 전개를 기다렸다는 듯 한꺼번에 터뜨린 회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세자인 이창과 익위사인 무영마저 목숨을 걸고 백성들 사이에 섞여 좀비를 피해 달아나지 않나, 범팔과 서비는 관아에서 도망을 치다가 옥으로 들어가 버티지 않나, 영신은 영신대로 사람들을 피신시키기 위해 온갖 고생을 하게 되거든요. 이번 3화에서 사람들이 좀비에게 습격당하고 동래(부산)가 초토화되는 장면은 이 드라마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아야 할 것 같네요. 이런 퀄리티의 회차가 앞으로 다시 나올까 걱정될 정도로.
좀비물을 보면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은 '좀비'라는 무지막지한 존재,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사람을 습격하는 것들이 떼로 몰려와 멀쩡한 일상을 무너뜨리고, 생존자들이 패닉에 빠지거나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들인데 이런 점 때문에 좀비물은 '자연재해'나 '전쟁' 혹은 '전염병'처럼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재난을 은유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더라고요. 그리고 좀비물의 특징 중 하나로 극단적인 상황이 되면서 온갖 인간 군상이 다 튀어나와 인간의 이기적인 면모를 비판하거나 풍자하기도 하고, 그 와중에 희생적인 인간의 모습을 그려 그래도 희망은 있다는 암시를 주기도 하는데요.
개인적으로 비극적이었던 장면들은 꼽아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건물 2층으로 사람들을 피신시키던 영신은 뒤늦게 나타난 아기 엄마를 발견하고 그녀를 끌어올리려 하지만, 이미 엄마는 좀비들에게 물어뜯기고 등에 업힌 갓난 아기만 겨우 구출해 내는데요. 이때 아기 엄마의 손을 놓치고 괴로워하던 영신의 표정을 본다면 과거사에 가족 관련으로 뭔가 힘든 일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 덕이라는 아이의 어머니가 첫째를 광에 숨기지만, 좀비화가 진행되어 엄마를 찾으며 뒤늦게 나타난 둘째를 습격하거나, 2화에서 이창을 도와준 약초꾼이 좀비화되어 병상에 있던 아버지를 습격하는 장면 등은 끔찍함 와중에 비극적인 면모를 잘 살려냈던 부분이었어요.
그런데 유달리 이 드라마에서 영신이 사람들에게 이타적인 면모를 많이 보여주기 때문에 대체 그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해지더라고요. 어떤 의미에선 상황을 수습하려는 세자 이창보다 더 인간적인 면모를 많이 보여주는 정도. 반면 옥으로 피신한 범팔과 서비 장면은 은근 개그 코드가 많이 가미된 것 같더라고요. 일단 범팔은 여자 밝히는 면모는 있어도 어느 정도 상식선에서 상황을 해결하려는 인물인 성싶어요. 오히려 이방이 더 빌런이면 빌런이지. 옥에서 범팔이 무서워서 쩔쩔맬 때 서비가 칼을 들고 좀비를 제압하거나 두 명의 죄수 중 한 명만 좀비가 되었어도 목에 찬 칼 때문에 습격 못하는 건 은근 개그씬에 가까웠습니다.
그리고 좀비들이 왜 지율헌의 대청마루 바닥에서 모습을 드러냈는지 그 이유가 밝혀졌는데 은근 드라마를 보면서 잘못 예측한 부분도 많더라고요. 처음엔 지율헌의 시신을 영신이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겼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고, 좀비들이 해가 뜨자 햇빛을 피하려는 것처럼 그늘로 몸을 숨기는 장면이 나오더라고요. 또 궁에서 수장된 여자의 시신들은 계비가 이용하려고 끌고 온 만삭의 산모들이 아니라 이미 좀비가 된 왕에게 식사 용도로 바쳐진 여성들이었고요. 근데 내가 대본집에서 만삭의 여성들이 희생되는 부분을 읽기는 읽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또 이창의 회상신을 본다면 의외로 왕(아버지)과 이창의 사이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던 모양인 듯.
『킹덤』은 좀비물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조선시대라는 신분제 배경까지 얹어져 일반 백성들은 버려두고 하나 남은 배로 양반들만 싣고 도망을 가는 이기적인 기득권의 행태나, 양반들의 시신은 함부로 손대면 안 된다며 천 것들의 시신만 태우라고 명령을 내리는 현실 물정 모르는 답답한 사고관을 보여주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보는 시청자들의 부아를 돋우기도 하는데 이때 시체 태우지 말라는 양반들의 항의를 묵살하고 일을 진행시키는 것은 자기 정체를 밝힌 세자 이창입니다. 이 장면이 은근 사이다면서 또 오묘한 느낌을 주었는데 유교적 신분제 이념을 내세운 인간들을 주인공이 더 큰 신분으로 제압해버리는 장면이니까요.
어쨌든 동래의 양반들(범팔 포함)은 세자랑 백성들은 내버려 두고 하나 남은 배를 차지하여 피난을 가는데, 예전에 어쩌다 접한 스포일러가 있어서 다음 화에 이 배에서 뭔 일이 있을지 대강 짐작이 가더라고요. 그런데 범팔은 피난선을 타긴 탔어도 내심 찔리는 표정을 짓거나 세자인 이창이 동래를 제대로 빠져나갔는지 이방한테 묻는 걸 보면 그래도 양심은 있다 싶은 인물 같더라고요. 부패한 양반 관료라는 한계가 있기는 한데 그 행적이 얄미운 구석은 적고, 오히려 이방이 더 빌런 역할을 담당하는지라... 그런데 의녀인 서비가 자기 목숨 구해줬다고 청혼하고 싶어 하는 엉뚱한 면모를 보이던데 저 시대 의녀는 천민이라 범팔한테 시집가도 첩 아니려나요... 근데 진심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일방적인 러브라인이 탄생해서 웃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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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17442200&memberNo=25425763
리뷰에 참고 자료로 쓰기 위해 『킹덤』의 사진들과 포스터를 구하려고 넷플릭스 공식 계정을 자주 들어가게 되었는데, 여기 포스트를 본다면 좀비를 '굶주림에서 깨어난 괴물들'이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3화에선 양반들도 많이 습격당하기는 하지만, 일단 피난선엔 그들만이 먼저 타고 일반 백성들은 놔두고 도망을 간다는 것이나 좀비의 습격으로 쑥대밭이 되는 장소들이 대부분 일반 백성들이 사는 지역이라는 점을 본다면 말이죠. 저 굶주린 좀비들은 아무래도 조선시대에 고통받던 백성들, 특히 굶주림에 시달린 조선시대 백성들의 분노를 사람을 뜯어먹는 괴물의 모습으로 비유한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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