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1시즌 6화 리뷰입니다. 이번 6화가 1시즌의 마지막인데 진심 다음 화를 보지 않으면 안 된다 싶을 정도의 상황에서 드라마가 끝이 나더라고요. 찾아보니 1시즌이 2019년 1월에 방영되었고, 2시즌이 2020년 3월 방영이라고 하던데 1시즌을 끝까지 본 사람들은 1년 동안 어떻게 기다렸나 궁금한 수준. 안 그래도 이 드라마는 다음 화를 안 보면 안 될 정도로 절묘한 순간에서 엔딩을 내는 경우가 다반사라... 만약 넷플릭스 드라마가 아니라 TV에서 주마다 2번 정도 해주는 시리즈였다면 다음 주까지 버티기가 힘들었을 것 같네요. 특히 1시즌 다 본 사람들은 2시즌 언제 나오나 오매불망 기다렸을 것 같은 느낌.
전편에선 역병에 걸린 왕 대신 계비 조씨가 명령을 내려 - 실은 조학주가 딸을 내세워 자기가 명령을 내린 것 - 상주를 포함한 경상도 일대는 중앙군에 의해 봉쇄되고 맙니다. 여기서 좀 의외라고 생각한 것이 조학주는 굉장히 권력욕이 강하고 이기적인 인물이긴 하지만 역병의 존재를 눈치챘을 때 바로 경상 지역을 봉쇄하면서 조선 팔도에 좀비들이 퍼져나가는 걸 막는 판단을 내렸다는 점이에요. 나라를 갈아먹어도 말아먹을 인간은 아니라는 건지... 물론 이것 역시 경상 내의 백성들을 외면하는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는 냉혹한 결정이라는 사실은 지울 수 없으며, 세자 이창을 그 봉쇄된 지역에 고립시키면서 자기 복수도 완성하려는 속셈도 있었고요.
5화와 6화에서 묘사되는 상주의 상황을 보면 조금 미묘한 부분이 있었는데, 상주 목사는 중앙 왕실에서 임명된 관리임에도 눈앞에 있는 세자보다 조학주를 더 두려워하는 인물로 묘사되고, 상주의 백성들은 중앙에서 파견된 관리보다는 그곳 출신인 세도가 안현 대감을 더 따르는 것처럼 묘사되며 안현 대감이 세자의 입장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하더라고요. 안현 대감은 그 존재만으로도 믿음을 주는 캐릭터인지라, 이런 인물이 조력자로 나오는 건 환호할 만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단순하게 해석하면 상주 목사는 자기 안위만 걱정하는 소인배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안현 대감과 상주 목사의 대립은 어떤 의미에서 과거 관료제 사회에서 지방 토호 세력과 중앙에서 임명한 관료들끼리의 대립으로도 읽힐 수 있겠다 싶었던 부분.
그리고 지금 궁(중앙)에서 소외된 이창의 입지를 공고하게 해 준 것이 중앙에서 나온 관료들과 대립하는 지방의 세도가인데 보통은 반대 상황이 많을 것 같음에도 드라마 내에선 상황 참 묘하게 돌아간다 싶달까. 어쨌든 경상도 외곽은 중앙에서 내려온 중앙군으로 인해 막히고, 이미 역병의 존재를 알아챈 경상도 내의 백성들은 살기 위해 상주의 읍성으로 대거 몰려들게 됩니다. 그들을 전부 수용할 수 없다며 성문을 여는 걸 반대한 상주 목사는 이창의 명으로 축출되고, 피난민들을 수용한 그들은 좀비들을 상대할 수 있는 방책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좀비를 막기 위해 병사로 차출된 인물들이 진을 치고 무기를 마련하여 훈련을 하는 장면은 거의 전쟁물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한편 궁에선 궁대로 심각한 일들이 진행되는데, 제가 대본집에서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던 산모들의 최후가 여기서 묘사되더라고요. 드라마 중반 계비가 피를 흘리는 장면이 나와 혹시 유산이라도 된 건가 싶었는데 역시 그 예상이 맞았던 것이었죠. 계비는 그 사실을 자기 아버지한테도 숨긴 채 다른 산모가 낳은 아들을 왕자로 위장하려 계획을 세우는데 여기서 딸을 출산한 산모는 아기와 함께 살해당했다는 묘사가 있어 보는 것만으로 욕이 나오더라고요. 하도 궁금해서 계비 설정을 찾아보니 계비 조씨는 딸이라는 이유로 가문에서 소외된 인물이라고 하던데... 암만 조선시대 배경이라고 하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죽임당하는 장면은 진심 끔찍하더라고요.
저 조학주 일파는 쌓아놓은 업보가 커서 쟤들도 절대 곱게 가지는 않겠다 싶더라고요. 거기다 배우들이 각각 다른 영화랑 드라마에서 인상적인 악역을 했던 지라 이 드라마의 악역 캐릭터와 저도 모르게 비교가 된다고 할까... 아쉽지만 악역으로써의 매력은 『최종병기 활』이랑 『구경이』 쪽이 압승. 그런데 무영의 부인이 아들을 낳는다는 스포일러가 있는 걸 보면 무영이 아들이랑 아내 때문에 설마 이창의 통수를 치는 건 아니겠죠? 안 그래도 주인공 세력은 다 정이 가는 판에 진짜 이 전개는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 그리고 무영의 부인이 아들 낳으면 나머지 산모들은 제발 무사히 살려 보내줬으면 하는 소소한 바람도 드네요. 이 드라마는 잠깐 지나가는 인물들을 너무 비극적으로 죽여서 보는 사람 마음 아프게 하는 연출이 많다고 해야 하나...
다시 상주로 돌아오면 이창은 이창대로 사람들을 이끌고 좀비들과 대적할 준비를 하고, 서비와 범팔은 사람들을 치료할 약초를 찾느라 분주한 상황이 이어지는데요. 서비는 상주 내에 출입이 금지된 '언골'이라는 장소가 있다는 사실을 범팔에게 듣고 그곳에서 생사초를 찾아내는데 성공합니다. 여기서 범팔의 개그가 다수 연출되어 긴장이 약간 풀어지기도 하고, 밤 동안 좀비들의 습격이 없어 이창을 비롯한 사람들이 안도하는 등 조금 밝은 분위기가 되었다 싶을 찰나에 드라마는 충격적인 반전을 내놓습니다. 좀비들은 햇빛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온도에 따라 움직임이 달라진다는 게 막판에 밝혀지거든요. 그렇게 이창과 군사들은 강가에서, 서비와 범팔은 언골에서 좀비들과 맞닥뜨리는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6화는 엔딩을 맞는데 이렇게 된 거 2시즌도 빨리 달려야 할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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