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를 통해 찾아보게 된 『장화 신은 고양이』는 2012년도에 개봉했던 1편입니다. 영화가 시리즈물로 나왔기 때문에 표기를 1편으로 해야 하나 싶었는데 최근 나온 후속작에 부제가 붙은 걸 보면 숫자로 표기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제목을 그대로 썼습니다. 아시다시피 이 『장화 신은 고양이』는 『슈렉』 시리즈의 외전으로 제목 그대로 존재감을 자랑하던 '장화 신은 고양이'의 모험담을 그린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이 달라져서 그 존재감을 확실하게 해 주기 위해서인지 『장화 신은 고양이』의 첫 시리즈에선 슈렉과 관련된 인물들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더라고요.
후속편이 10년이나 되어서 나왔다는 것도 특이한 일이지만, 오래전에 개봉한 애니메이션이라고 해도 시대적인 한계나 유행이 지나가면 느끼게 되는 어색함은 없다는 게 특징이라고 할까. 『장화 신은 고양이』는 본편인 『슈렉』 시리즈와 비슷하게 여러 동화 속 주인공들이 각색되어 등장하면서 개성과 매력을 어필하고, 원작을 비틀되 나름의 주제의식을 선보인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슈렉』 시리즈가 후반으로 갈수록 약간 힘이 부족한 느낌이 없지 않지만 기존의 동화 비틀기라는 주제는 훌륭했으며, 블랙 코미디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은 요소들이 보는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었고요.
이번에 보게 된 『장화 신은 고양이』도 슈렉과 비슷하게 기존 동화 속 인물들을 묘하게 비틀어 원작의 요소를 담되, 좀 더 현실적인 개성을 준 편입니다. 일단 주인공부터가 영화 『조로』의 오마주 내지 패러디에 가까운데 (배우도 동일) 장르가 아동 타깃 애니메이션에 동화를 기반으로 밝은 분위기라서 그렇지, 주인공이 과거의 실수로 고향에서 쫓겨나 다크 히어로에 가깝게 살아간다거나, 열등감 때문에 장화 신은 고양이의 형제나 다를 바 없던 험티가 그를 배반하고 자기가 자란 고아원과 마을에까지 복수를 하려고 한다거나 하는 내용들은 결코 가볍지도 않고 은근 내막이 어두운 편입니다.
설마 『슈렉』 시리즈에서 귀여운 존재감을 자랑하던 장화 신은 고양이에게 저런 슬픈(?) 과거가 있을 줄은 예상도 못 했달까요. 그럼에도 자기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내용과 별개로 험티의 비주얼은 좀 기괴한데, 디자인이나 이름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달걀 비슷한 험프티 덤프티에서 따온 거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지만은... 장화 신은 고양이가 사람들 속 썩이는 소년 시절을 극복하고 영웅이 되어 바로 살려고 노력한 것과 달리, 그렇지 못하고 소외감과 열등감에 빠져 살며 복수심에 미치는 등 캐릭터가 독특하긴 합니다만 묘하게 정이 안 가더라고요.
그래도 작품 내내 고양이들의 꽁냥대는 모습이 매우 귀엽기도 했습니다. 장화 신은 고양이가 계속 호감을 어필하는 말랑손 키티는 능력 면에선 주인공 못지않을 뿐만 아니라 처음엔 험티와 함께 주인공을 속이는 역할이었지만, 나중에는 마음을 고쳐먹고 그를 구하는 등 입체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요. 왠지 느낌이 『쿵푸팬더』 시리즈의 타이그리스가 연상되기도 하더라고요. 처음엔 주인공을 견제하며 마음을 열지 않다가 나중에 마음을 트는 포지션이라 그런 걸지도 모르겠네요. 고양이 특유의 날렵함과 유연함은 물론이요, 특유의 귀여움으로 위기를 빠져나가는 장면(장화 신은 고양이의 탈옥씬) 등 귀여운데 웃긴 부분이 많더라고요.
동화 속 캐릭터들이 혼재된 세계이긴 합니다만 이쪽 우주는 인간이랑 대등하게 말하는 동물도 있고 아닌 동물도 있어 그 기준이 뭘까 싶더라고요. 장화 신은 고양이처럼 말할 줄 아는 애들은 짐승 모습을 한 수인 종족 이런 걸로 봐야 하는가 내내 의문. 전래동화들이 기반이다 보니 동물이 사람처럼 말을 하는 게 이상할 것 없는 세계관이긴 하지만 (애초에 본편 주인공 슈렉은 오거) 장화 신은 고양이가 말을 타는 장면도 있고, 노동력이나 먹이(?)로 쓰는 동물들도 있을 것 같은데 묘하게 보는 내내 신경 쓰였어요; 쓸데없이 이런 설정에 신경이 쓰이는 건 작품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로 나이를 먹은 탓이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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