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신은 고양이 : 끝내주는 모험』은 우연히 넷플릭스에 들어갔다가 발견한 작품이었습니다. 얼마 전에 『슈렉』 시리즈를 완주하고 난 뒤 『장화 신은 고양이』까지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었거든요. 극장에서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슈렉』 시리즈든 『장화 신은 고양이』든 재미있게 봤으므로 기대를 갖고 찜을 해 두었다가 오늘 드디어 보게 된 셈입니다. 기존 『슈렉』 시리즈나 『장화 신은 고양이』가 기존 동화의 캐릭터들을 파격적으로 각색하는 것은 비슷하지만 『슈렉』 시리즈가 동화의 편견이나 클리셰를 뒤엎어 풍자하는데 초점이 맞췄다면 『장화 신은 고양이』 시리즈는 클리셰 비틀기가 적은 편은 아니지만 좀 더 모험 활극이라는 장르에 더 충실했다는 느낌이에요.
『장화 신은 고양이 : 끝내주는 모험』은 어떤 의미에서 마이웨이에 고독한 히어로였던 장화 신은 고양이가 고양이들에게 주어지는 아홉 개의 목숨 중 여덟 개를 허비하고 죽음을 피할 수 없게 되면서 겪는 시련(?)을 그리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어이없는 방식으로 여덟 번 목숨을 잃었던 장화 신은 고양이는 현상금 사냥꾼처럼 등장한 '죽음(늑대의 모습으로 등장하며 정확한 이름은 등장하지 않음)'과 맞닥뜨린 뒤 더 이상 협객으로 사는 걸 포기하고 고양이를 거두는 노인의 집에 의지하게 돼요. 하지만 얼마 안가 그 집에 들이닥친 범죄단인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의 습격으로 '소원을 들어주는 별의 지도'에 대해 듣고 그것을 얻은 빌런 빅 잭 호너에게서 탈취한 뒤 새로운 모험길에 오르게 됩니다.
작중 장화 신은 고양이의 연인이자 전작의 인상 깊은 조연이라고라고 할 수 있는 키티 말랑손 그리고 주인과 가족들에게 버림받고 고양이인척하면서 캣맘에게 얹혀살던 치와와 페리토가 주인공과 함께 하게 되는데요. 여기서 장화 신은 고양이는 여러 고난을 겪으면서 자신의 삶을 반추하고 반성하게 됩니다. 일종의 한계라고 해야 할지, 신념(이라고 쓰고 컨셉이라고 해야 할지)이랄지 장화 신은 고양이는 자신은 영웅으로써 두려움을 느껴서도 안 되고, 동료를 만들어서도 안된다고 믿었지만 한번 남은 목숨과 새로운 모험길에서 이전과는 다른 성장을 하게 되거든요. 고독한 협객 컨셉이라고 하지만 전작을 보면 키티라던가 험티 덤티라던가 동료들하고 잘 지내는 편이라 동료애는 원래 강한 편이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만...
또 동화 속 캐릭터들을 새롭게 각색한 것이 놀라울 정도인데 처음엔 빌런처럼 등장했지만, 후반부에는 자신의 진정한 가족이 어떤 건지 깨닫는 골디락스는 어떤 면에서 주인공과 함께 성장하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골디락스와 곰들을 가족 범죄단으로 각색한 것만이 아니라 곰 세 마리가 고아가 된 골디락스를 받아준 '가족'이었다는 점에서 작품의 메시지를 강화한 편이에요. 반면 소원을 들어주는 별을 이용해 세상의 모든 마법을 자신이 갖겠다고 하는 빅 잭 호너 같은 경우는 (재탕하니까 동화가 아닌 동요에 나오는 인물이라고 함) 탐욕스러움과 타인의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잔인함 등 그야말로 이해의 여지가 없는 악당으로 등장하여 그 최후도 말끔하게 진행됩니다.
기존 동화의 캐릭터들 말고도 매력적인 새로운 캐릭터들도 꼽을만한데 특히 새롭게 등장한 페리토는 남들이 보기에도 비참한 과거임에도 긍정적인 시선으로 살아가면서 주변인들을 치유하는 힐링캐라고 할 수 있었어요. 버림받은 입장이라 갈 데가 없어서 고양이 흉내를 내며 캣맘의 집에서 사는 설정도 웃기지만, 작중에서 순탄하게 살아왔다고 할 수 없는 장화 신은 고양이나 키티가 그 사연을 듣고 놀랐을 정도로 안타까운 사정의 소유자였거든요. 자신이 버림받은 걸 주인과 술래잡기를 한다거나 양말에 넣어져 강가에 버려졌어도 양말로 된 옷을 얻었다고 기뻐하는 등 해맑다 싶을 정도로 긍정적인 성격인데 그런 와중에도 자신은 누군가를 치유하는 치유견이 되고 싶다고 하는 등 진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캐릭터였습니다.
와중에 장화 신은 고양이와 페리토의 첫 만남을 본다면 작품 속 세계관에서 말을 할 줄 아는 동물과 그렇지 못한 동물이 존재하며 그 구분이 뚜렷한 세상이라는 걸 알 수 있었고요. 또한 집요하게 장화 신은 고양이를 쫓는 늑대(죽음)는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의미한다는 데서 전 연령대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합니다. 또한 유일하게 여유만만했던 주인공을 공포로 몰고 갔다는 데서 굉장히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고요. 늑대는 말하자면 '고양이 목숨은 아홉 개'라는 사실 때문에 그동안의 삶을 가볍게 여겼던 장화 신은 고양이를 징벌하기 위해 나타난 초월자였지만, 마지막 싸움에서 한 번의 삶도 소중하다는 걸 깨달은 장화 신은 고양이가 두려움을 극복하자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며 깔끔하게 퇴장하는 등 그 마지막도 눈에 남던 캐릭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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