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지옥』 2화 리뷰입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느끼게 된 거지만, 제가 원작을 좀 예전에 봐서 그런 건지 내용이 가물가물한 부분이 많더라고요. 그나마 기억나는 건 민혜진 변호사가 어머니랑 같이 화살촉에게 테러당하는 장면이랑, 새진리회의 의장인 정진수에 대한 반전 정도였는데 그 외 상세한 부분은 잘 기억을 못 하는 게 아무래도 1시즌 내용 중에 화가 나는 부분이 많아서 제대로 집중을 못 했거나 잊어버린 내용도 많았던 것 같더라고요. 그나마 2시즌에선 새진리회의 뜻대로만 이야기가 굴러가지 않고 예상하지 못한 결말이 나온 덕택에 조금 속 시원함을 느껴서 그 부분은 내용을 더 상세하게 기억했던 모양.
일단 전편에 이어 박정자가 민혜진 변호사를 찾아온 건, 자신이 고지를 받은 것과 새진리회에서 그녀가 받는 시연을 방송으로 내보내게 허락해 주면 30억이라는 거금을 주겠다는 제안을 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박정자는 그것을 어떻게 해야 안전하게 자식들한테 줄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알기 위해 민혜진 변호사 사무소에 상담을 하러 온 것이고요. 참고로 여기 등장하는 민혜진 변호사의 사무실 이름은 '소도' 사무실인데 소도는 역사 시간에 배운 걸 기억하면 고대 한국에서 죄인들이 도망가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신성한 공간이라는 걸 알 수 있고, 작 중 민혜진 변호사가 어떤 역할을 할지 그대로 암시한다고 할 수 있겠네요.
원작 1시즌, 드라마로 따지면 3화까지 내용을 본다면 민혜진 변호사는 진경훈 형사와 함께 새진리회의 입장과 맞서는 인물들이긴 한데 이 두 캐릭터의 입장은 후반부에서 극명하게 갈리게 된다는 게 특징. 그런데 민혜진 변호사가 일한 사무실의 이름이 '소도'이며 진경훈 형사와는 달리 민혜진은 끝까지 새진리회와 맞서며 그들의 주장을 와해시키는데 성공한다는 점에서 진짜 저 드라마 세계관 속에 신이 있다면 신(작가님?)이 뭔가를 하라고 보낸 사람은 정진수가 아니라 민혜진에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어요. 정진수는 후반 반전도 있지만, 자신의 사상을 어떤 식으로 합리화해도 사람들 혹세무민 하는 사이비에 불과했다고 할까. 종교적 용어로 따지자면 정진수는 거짓 선지자 정도?
어쨌든 2화에서 민혜진 변호사와 진경훈 형사는 고지와 시연, 새진리회의 주장을 믿지 않은 채 일단 박정자의 가족들을 보호하려는데 몰두합니다. 하지만 그 빌어먹을 화살촉 BJ와 진경훈 형사의 파트너가 저지른 배반으로 인해 박정자의 신상이 드러나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게 되지요. 여기서 정진수를 비롯 화살촉들이 박정자에게 어떻게든 죄를 만들려고 발악을 하는 모습이 가관이었는데, 진짜 원작 결말을 알고 있으니 망정이지 이 BJ놈 하는 짓이 열받아서 보면서도 진심 살인 충동이 일 정도. 그런데 담당 배우의 정신 나간 연기 하나는 일품이라 희한하게 중독적인 면이 있어서 유튜브에서 해외 더빙을 찾아볼 때 이놈부터 찾아보게 된 기현상도 있었어요.
그래도 보면서 빡치는 건 참을 수가 없다는 거... 배우가 연기를 잘해도 이런 문제가 있다는 외적인 감상이 들었달까요. 이후 진경훈 형사는 2시즌에서 아예 비중이 사라진다고 쳐도 그래도 남은 가족이랑 무사할 수 있었지만 민혜진 변호사가 당한 일은 비현실적인 설정 속에서 현실적인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점이 강한 지라 1시즌 내용은 잊고 싶을 정도로 암울했던 건지도 몰라요. 하지만 드라마를 보니 분노를 넘어서서 다시 원작을 정주행 하고 싶었을 정도였고요. 하여간 드라마에선 정진수는 진경훈 형사의 딸 희정을 꼬여내어 그녀의 어머니를 살해한 마약사범을 산 채로 화장시킨 후 고지를 받고 시연당한 인간으로 위장하여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게 됩니다.
3화를 보기 전까진 정진수가 그래도 진경훈 형사의 원한을 풀어줬구나 사람들을 세뇌하고 선동하는 나쁜 새끼라고 하더라도 좋은 일 하나는 하고 가는구나 싶었지만, 이어지는 3화의 엔딩에서 드러난 심보 때문에 교활하기 그지없는 놈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요. 시청자인 나까지도 홀릴 정도로 사람 세뇌에 천부적인 놈이라고 할까 저러니 희정이(원작에선 성호)가 저놈한테 넘어갈 수밖에... 그런데 이놈은 결말을 보고도 속이 시원하지 않아서 여러모로 찜찜함을 안겨준 드라마 속 빌런이라고 두고두고 기억이 될 것 같네요. 결국 2화의 마지막에는 예정대로 박정자의 시연을 위해 사람들이 모이고 방송이 준비되면서 긴장감을 유발한 채 엔딩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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