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넷플릭스에서 예고편을 보고 흥미를 가지게 된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동명의 일본 영화를 리메이크했다고 하고, 제목도 똑같기 때문에 먼저 쓴 리뷰와 어떻게 구분할지 몰라서 그냥 한국판이라고 표기할까 하다가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니 제목에 넷플릭스를 표기하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일단 영화가 공개되기 전에 원작인 일본 영화를 미리 보았으므로 원작과 리메이크 버전의 내용 비교가 가능했는데요. 확실히 리메이크판은 원작의 소재를 가지고 오되, 한국 정서와 사회에 맞게 설정이나 내용을 바꾼 부분이 눈에 띄더라고요. 실제로는 제목과 소재는 똑같지만 캐릭터들의 성격이나 배치를 상당히 다르게 설정한 편입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으며 특히 빌런 연기를 잘 살린 편이에요.
제일 눈에 띄는 부분은 원작에선 범인의 정체를 중후반까지 교묘하게 가리면서 전형적인 추리물처럼 과연 누가 범인일지 미스터리를 키우는 반면 리메이크 버전에선 주인공을 위협하는 범인의 정체를 처음부터 드러내는 구도로 간다는 점입니다. 또한 원작에서 주인공 아사미와 러브라인인 남자친구 토미타에 해당되는 캐릭터가 없어졌으며, 범인인 우라노와 대비되는 형사 카가야의 설정이 사라지고 사건을 쫓는 형사와 범인의 관계가 좀 더 복잡해졌다는 게 눈에 띕니다. 일단 카가야에 해당되는 형사는 젊은 신입 형사가 아닌 나이 든 중년 형사로 바뀌었으며 리메이크판의 형사는 자신의 아들이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일지도 모른단 증거를 발견하고 딜레마에 빠지는 역할이에요.
또 원작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생략되었던 주인공들의 가족관계가 리메이크판에서는 매우 중요한 키워드로 등장합니다. 주인공이 범인에게 맞서게 되는 계기도 자신의 삶이 엉망이 된 탓도 있지만 범인 때문에 아버지가 위험해진 이유도 있었고요. 주인공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동력이 연인 간의 사랑이 아니라 가족이 중심인 점이 오히려 더 와닿는다는 느낌이랄까요. 주인공들 이름은 아사미는 이나미로, 범인 우라노는 우준영으로 각색되었고, 범인을 쫓는 형사 카가야는 우지만으로 바뀌었고요. 동시에 한국 정서에 맞지 않겠다 싶은 부분도 많이 사라진 편인데 제일 좋았던 점은 원작에서 제일 거슬렸던 아사미의 수동적인 성격이 리메이크판에서 거의 없었다는 점이었어요.
원작에서 아사미가 범인의 해킹과 이간질, 그리고 주변인의 선 넘은 태도에 소극적으로 굴던 건 후반부에 드러나는 반전 때문이기는 했지만 사람이 지나치게 수동적으로 보여 답답함을 유발했던 건 사실이에요. 반면 리메이크판의 주인공 이나미는 아사미와 같은 반전이 없기 때문에 진짜 억울하게 오명을 뒤집어쓰고 회사에서 쫓겨났을 때는 경찰에 바로 신고를 하고 의심스러운 부분을 떠올리며 자기가 직접 범인에 대한 단서를 캐내려고 하는 등 그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한 편입니다. 문제는 경찰 측에서 증거 부족이라는 이유로 신고 접수를 받지 않았고, 동료 형사랑 함께 아들의 행적을 쫓던 우지만 형사와 나중에 만나 범인을 잡을 방법을 모색하게 되는 걸로 나오고요.
또 리메이크에서 두 번째로 좋았던 부분은 원작에서 스쳐 지나가듯 나오는 장면이지만 성매매를 은유하는 장면들이 있었는데 그것들이 전부 빠졌다는 점입니다. 원작에서 피해자들 일부가 업소에서 일한 사람들이라는 설정이었지만 리메이크 판에서는 피해자들의 설정을 생략하고 평범한 사람에 가깝게 묘사했기 때문에 저런 불쾌한 장면이 일절 나오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리메이크판에서는 노골적으로 살해당한 시신에 포커스를 맞추는 장면도 적었고 범인이 여자의 머리카락에 집착한다던가 여장을 한다던가 하는 기괴한 묘사는 없어서 더 현실성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또한 신분 위장이라는 원작의 중요한 키워드가 다른 이에게 간 것도 적절한 각색이었다는 생각.
왠지 『화차』와 같이 다른 사람의 신분을 빼앗아 그 사람으로 산다는 설정은 외국에서는 어찌어찌 가능할 것 같은데, 한국에서는 좀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실제로 한국판 『화차』도 금방 신분 들통나서 비극으로 끝나기도 했고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의 원작 주인공인 아사미는 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난 뒤에 연인인 토미타와 재회하여 사랑을 확인한다는 나름 희망적인 엔딩을 냈지만, 리메이크판에서는 사건이 밝혀진 뒤 일상으로 돌아왔어도 사람들은 여전히 스마트폰에 기대어 살고 있다는 게 강조되며, 누군가가 이나미와 아버지가 같이 있는 장면을 도촬하며 비슷한 일이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는 암시도 있는 등 현실적이고 찜찜한 여운을 남기는 결말을 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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