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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과 만화

『개를 기르다』 리뷰

by 0I사금 2025.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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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구치 지로의 만화 『에도 산책』을 도서관에서 발견하여 빌려온 뒤 감명 깊게 읽은 적이 있습니다.  만화책을 읽고 난 뒤 나중에 작가한테 흥미가 생겨 이것저것 검색으로 찾아본 결과 그 유명한 드라마까지 제작된 『고독한 미식가』를 그린 작가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일본 소설 코너를 여기저기 기웃거린 결과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책들을 몇 권 더 발견하였는데 『고독한 미식가』는 도서관에 책이 비치되어 있지 않는 고로 지금 당장은 아쉽게 읽을 수 없지만 다른 책들은 빌려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고독한 미식가』도 언제 한번 기회가 되면 읽어 보고 싶긴 합니다. 하여튼 이번에 빌려오게 된 것이 『개를 기르다』였는데 실은 개나 고양이 같은 것은 기르지 않고, 실은 앞으로도 기회가 없을 것 같지만 으레 이런 반려동물 이야기들은 훈훈한 것들이 많으니까 좀 힐링도 받을 겸 해서 책을 펼쳤습니다.


그런데 책의 서장은 의외로 우울한 내용이라고 할지, 주인공 부부가 가족처럼 키운 개가 죽어가는 이야기부터 나와 깜짝 놀랐습니다. 처음 만화책을 보기 전에 예전에 본 영화 『퀼』 처럼 주인공 개의 강아지 시절부터 시작하는 이야기가 나올 거라고 예상을 했거든요. 개를 제대로 키워본 적 없지만 - 실은 어릴 적에 이사 오기 전에 키우던 개가 있었는데 그다지 기간도 길지 않았고 어느 정도 컸을 때 부모님이 다른 사람들에게 분양하는 바람에 딱히 정들 시기가 없어서- 가족처럼 지내던 동물의 죽음이라는 테마가 먼저 시작되었기 때문에 충격이 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이 단편의 내용을 본다면 어째서 사람들이 한번 동물을 키우고 그 동물의 죽음을 겪으면 다시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고 할까요. 


그래도 주인공 부부는 주위의 권유로 인해 이번엔 페르시아 고양이 암놈을 키우게 되는데, 이 고양이 이야기도 안타까운 것이 임신을 한 상태에서 앞의 주인들이 멋대로 파양을 하는 바람에 마음에 상처를 입은 녀석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래도 좋은 주인을 만나 새끼도 무사히 낳고 편하게 지내게 되었는데 이 고양이 에피소드는 입양과 파양을 반복하는 무책임한 인간들에 대한 어느 정도 일침이 들어간 내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래 반려 동물 관련 매체들을 보면서 동물의 습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여건도 안 되니까 반려동물 키우는 것은 꿈도 꾸지 말아야지 생각을 했는데 아무래도 계속 이런 결심을 지켜낼 필요가 있단 생각이 들었어요. 애초에 반려동물 같은 것은 책임감과 여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키워선 안된다고 역설적으로 느끼기도 했거든요.


그 외에 실린 다른 단편들은 주인공 부부의 조카 되는 소녀가 어머니의 재혼으로 마음 정리를 하기 위해 찾아오는 내용으로 가족애의 일면을 다룬 내용인데 작가의 다른 작품 『아버지』에서도 그렇지만 당시 일본이 부부의 이혼이나 재혼에 관대한 편이었나 하는 다른 생각과 더불어 가족애란 것이 꼭 피가 이어진 혈육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해 줄 수 있고 마음이 맞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충분히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내용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내용은 젊은 시절 산악인이 히말라야 산에서 신비로운 설표를 만나는 내용으로 잠시 산에 대한 열망을 접고 현실로 돌아갔다가 결국 아내의 이해로 산으로 돌아온 뒤 다시 설표를 만나는 내용으로 그 설표는 자연의 신비로움 그 자체일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현실로 인해 접을 수밖에 없는 사람의 꿈 혹은 열망이 상징적으로 드러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단편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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