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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과 만화

『십이국기 5권 : 제3부 동의 해신 서의 창해』 리뷰

by 0I사금 2025.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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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국기』 5권입니다. 이번 5권 부제는 '동의 해신 서의 창해'인데 어떤 내용이냐 하면 바로 경왕 요코편에서 요코 일행을 도와준 안국 왕 쇼류와 그의 기린 엔키의 이야기입니다. 만약 요코의 이야기를 현재 시점으로 본다면 이번 '동의 해신 서의 창해'는 과거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읽어갈수록 내용이 익숙한 것이 이 이야기도 애니화되었던 부분인데 다만 애니화되었을 때 이 이야기의 주요 내용들이 두 갈래로 나누어져서 애니 시리즈에 따로따로 들어간 것을 알 수 있더군요. 내용은 엔키의 시점으로 안국에 반란이 일어나 그것을 쇼류 일행이 막는 내용과 과거 엔키가 봉래(일본)에서 버려지고 다시 그곳으로 넘어가 쇼류를 만나 그를 왕으로 선택하는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됩니다. 하지만 애니버전에서는 엔키가 쇼류와 봉래에서 만나 그를 선택하게 된 경위가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안에 도착한 요코가 쇼류의 가신으로부터 그 이야기를 전해듣는 형식으로 나오며, 원주후 아츠유가 반란을 일으킨 이야기는 후에 요코가 경국의 사건('바람의 만리 여명의 하늘'편)을 정리하고 나름 충고를 얻기 위해 쇼류를 찾아간 뒤 그에게서 직접 듣는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다보니 애니 버전에서는 요코와 쇼류 사이가 매우 돈독해보이는 효과를 보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동의 해신 서의 창해'는 전편들과 다르게 한권으로만 내용이 이루어져 있습니다. 경왕 요코와 대주종 이야기는 각각 두권으로 이야기가 완결인데 이번 '동의 해신 서의 창해'는 한권이 끝인지라 내용이 짧은가 혹은 단순한가 생각했건만 왠지 읽다보니 저번 소설들보단 내용이 빼곡한 것 같고 보면 등장인물의 숫자라던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도 내용이 짧을 뿐 꽤나 긴장감있게 진행됩니다. 사건 자체만으로 본다면 이제 막 이세계로 건너와 혼란을 겪는 요코나 타이키완 달리 어느 정도 쇼류가 그 세계에 익숙해질 무렵 반란을 일으킨 주후와 대립하여 왕권을 두고 싸우는 이야기기 때문에 좀 더 십이국 내의 정치문제로 옮겨간 게 있어 분위기가 전편과 사뭇 다르다는 느낌. 아무래도 주인공들이 아직 청소년인 요코와 타이키보단 어른인 점도 작용하고 있으려나요? 보면 여러 관직명이 자주 등장한다던가 왕위를 이어받는 문제라던가 새로 등극한 지 얼마 안된 왕과 원래 토착세력이었던 신하들과의 알력다툼이라던가 하는 내용 때문에 보면 판타지 소설이긴 하지만 사극소설을 보는 느낌도 받곤 했어요. 그런데 읽다보면 궁금한 것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각종 관직명들은 작가 말마따나 중국의 어느 시대나 옛 일본의 것에서 참고한 것인지 아니면 일일이 작가가 창조한 것인지 궁금해졌는데 어느 쪽이든 이런 이름들 하나하나 정하는 것도 꽤나 힘든 과정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니 시리즈를 먼저 봤기 때문에 내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알고야 있지만 소설로 읽을 때는 역시 다른 감흥이 온다고 할까요? 그런데 보다보면 애니가 나름 오리지널 부분을 넣기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더군요. 보면 잔인하다 싶은 부분은 어느 정도 애니가 순화했다 싶더라고요. 예를 들면 코우야가 데리고 다니는 요마가 사람 잡아먹는 장면이나 어린 아이가 죽는 장면 같은 것들은 어느 정도 순화되었다 싶었습니다. 마지막 쇼류의 말에 의하면 엔키를 호위하던 에키신과 인질로 잡혔던 신하 리비 그리고 붙들려온 아기까지 죽었다고 하는 걸 봐선 말이죠. 애니에선 어린 아이가 죽는 장면은 못 본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애니와 약간 차이점이 있다면 엔키가 봉래로 다시 돌아가게 된 계기는 원작에서는 왕을 선택해서 안을 평화롭게 해달라는 여선 쇼우슌의 이야기에 과거 봉래에서의 불행한 기억 - 전란으로 인해 사람들이 죽어가고 자신은 부모에게까지 버림받은 -이 떠올라서였다면, 애니에선 승산한 리비가 먹고 살기 위해 어린 아이를 버리는 부모를 어떻게 처벌해야 하냐며 괴로움을 호소하자 그것 때문에 트라우마가 기억난 엔키가 식을 일으켜 봉래로 돌아가는 것으로 묘사되더군요. 그리고 봉래에서 가문을 이어받은 쇼류의 속사정이 소설에서 좀 더 자세히 나오는 편입니다.


그리고 이번 '동의 해신 서의 창해'에서 등장하는 주요 인물 중 프롤로그를 장식하기까지 한 인물로 '코우야'가 있는데 코우야는 요마에게서 구해져 그와 떼어놓을 수 없이 자란 인물입니다. 『십이국기』 관련 내용을 이것저것 찾아보다보니 이 코우야가 신선 '견랑진군'으로 '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의 애니 버전에서 잠시나마 모습을 비춘 인물이라는 것을 알겠더군요. 그런데 초반 시리즈에 등장했을 때 굉장히 신비로운 캐릭터라고 생각이 되었던 데 반해 여기서 묘사되는 코우야는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요마에게 길러져 사람들에게 역시 같은 요마 취급을 받으며 쫓기다가 아츠유에게 거둬져 그를 은인처럼 생각하고 있었으나 아츠유 역시 그를 이용하기만 할 뿐인 꽤나 불행하고 어찌 보면 아츠유한테 이용당하면서 그것을 눈치 못채는 답답한 구석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으로 봤을 때랑 분위기가 좀 달라서 놀랐다고 할까요. 그런데 이 코우야의 이름도 엔키 로쿠타가 지어주었다고 나오며 코우야가 엔키에게 지닌 감정도 각별한데 보면 엔키는 여기저기서 여러 인물과 중요한 관계를 맺는 역할로 자주 나오는 것 같아요. 애니 오리지널로도 초반 일본에서 요코와 마주치는 등의 장면이 나오기도 하고 먼저 읽었던 '황혼의 물가 새벽의 하늘'편에서 비중이 큰 걸 보면 말이죠. 은근히 남자주인공같은 포지션이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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