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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과 만화

『십이국기 4권 : 제2부 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 리뷰

by 0I사금 2025.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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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국기』 4권 타이키 이야기입니다. 내용 전개를 보면 타이키도 슬슬 기린으로 봉산에서 사는 것이 익숙해진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하지만 요코나 타이키는 봉래(일본)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설령 그곳이 행복한 기억은 없어도 그립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런 것이 아예 없지는 않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예전 애니메이션을 봤을 때는 매체 특성상 심리 부분이 약간 생략되어 있어 자세한 설명이 나오지 않는 부분을 소설로 알 수 있었는데 왕을 정하기 위해 대국 사람들이 몰려들고 여선들이 관련해서 설명을 해주지만 타이키가 여전히 '신분'에 대한 개념이 없다는 것이 드러나 여선들 역시 그것을 인지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합니다. 다만 태생 문제 탓인지 십이국 내로 넘어오면서 요코나 타이키나 적응이 빠른 것은 같다는 생각인데 둘 다 귀한 신분이다 보니 주위에서 보호하고 도와주는 경향이 있기도 하지만요. 저번 요코 이야기 편에서 덧붙이지 못했지만 요코처럼 일본에서 건너온 해객들 같은 경우 처지가 복불복에 가까워서 전란으로 휩싸인 경이나 해객이나 반수에 대한 차별이 노골적인 교에 있는 해객들은 말도 안 통하는 비참한 상황에 처하게 되지만 왕과 기린이 둘 다 태과 태생인 안과 같은 경우는 나름 배려를 해주는지라 해객들도 무리 없이 적응한 경우가 묘사되거든요.


아예 요코와 안에 적응한 해객의 대화를 보면 그 해객은 과거 학생운동 시절 활동했다가 십이국 세계로 우연히 넘어온 인물인데 안에서 해객에 대한 복지를 적절히 해주는 것도 있고 자신 역시 일본에서 환멸을 많이 느꼈던 탓인지 십이국 세계에서 사는 것에 불만이 없는 걸로 묘사되더군요. 교에 있던 해객 할아버지와는 딴판인데 그 할아버지는 요코를 배신했고 관념이 이차대전 당시에 머무르긴 했지만 실제로 상황이 시궁창이긴 해서 그 행동에 비해 불쌍한 인물은 맞다는 생각이 들긴 했어요. 그런데 굳이 십이국이 아니더라도 평범한 사람이 연고도 없고 말도 안 통하며 사회 체제도 많이 다른 곳에 혼자 뚝 떨어진다면 대개 그 해객 할아버지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판타지긴 하지만 왕이나 기린으로 선택받은 요코나 타이키도 순탄치 않은 데다 평범한 사람은 더할 것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묘사해 준 셈이에요. 뭐 우리 부모님은 사람은 사람 나름이라 어떤 사회에서든 적응하는 인간 못하는 인간 있기 마련이라 하시지만은... 보면 신기한 세상으로 가는 가미카쿠시가 일본 소설에서 약간 도피적이고 환상적인 성향을 띠지 않나 하는 생각과는 반대의 묘사가 이 소재를 즐겨 쓴 작가의 작품에 나온 셈입니다.


다시 타이키 이야기로 넘어가서 보면 애니의 내용을 조금씩 기억을 떠올려가며 소설을 읽어갔는데요. 애니 『십이국기』가 한창 방영할 때에도 『십이국기』 소설을 굳이 찾아볼 생각은 못했고, 다만 몇몇 편만 읽게 된 경우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이 대국 이야기들입니다. 애니에서조차 대국의 타이키 이야기가 매우 비극으로 끝난 - 혹은 미완인 - 것을 암시하고 있어서 도무지 궁금한 나머지 요코 이야기도 뒤편으로 미뤄두고 타이키와 관련된 이야기만을 당시 도서관에서 빌려온 셈입니다. 그래서 이 '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도 한 번은 읽은 적이 있고 이번이 두 번째로 다시 읽는 셈인데 읽다 보니 저도 소설이나 애니의 여러 장면이나 내용을 잊어버린 부분이 많은 것을 알았습니다. 소설을 읽어가면서 애니의 어떤 장면인지 떠올려갔는데요. 보면 애니가 원작을 나름 재구성하되 내용을 충실히 옮긴 것은 맞지만 어떤 부분에선 약간 달라진 측면이 있다는 것이 보였다고 할까요? 예를 들면 애니에선 한 남자신선과 타이키가 만나고 그 신선이 타이키가 도철인 고우란을 굴복시키는 장면에 같이 있었지만, 소설에선 그런 신선은 등장하지 않고 고우란을 굴복시킬 때에도 같이 있었던 인물들은 후에 대국 왕으로 선택된 교소우, 여장군 리사이 그리고 타이키의 사령 산시 정도입니다.


소설의 장점은 1인칭 시점이 아닌 이상 여러 인물의 심리나 감정에 대해서 더 알 수 있단 점인데요. 묘하게도 전 애니를 보면서 타이키의 사령이자 여괴인 산시를 좀 더 요괴에 가깝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애니에서도 산시가 말을 하거나 판단을 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긴 했지만 뭘까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타이키를 안중에 두고 움직이는 본능에 가까운 존재라는 인상을 받았던 데 반면 소설에서는 타이키와 재회한 산시의 심리나 생각에 대해서도 자세히 묘사되는 편입니다. 예를 들면 교소우를 만난 뒤 그에게 왕기를 느꼈어도 그것을 공포로 오인하여 망설이며 힘들어하는 타이키를 보면서 타이키가 어째서 저러는지 의문을 품기도 하며 타이키가 처음 봉산으로 돌아왔을 때 그에게 예절교육(?)을 시켜주기도 하는 등 꽤 어머니 같은 면모가 많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일본에 있을 때 타이키의 어머니가 산시의 반 정도만 따라가 줬더라면 타이키는 일본에서 아예 적응하긴 어려웠더라도 덜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내용 전개를 보면 알게 되지만 요코의 어머니는 요코의 실종으로 나름 자신들의 문제를 파악한 반면 타이키의 어머니는 그런 것이 없이 오히려 문제점이 더 심해진 케이스로 영 좋게 보기 어려운 타입이라고 할까요.


이번 편의 주요점으로는 대국의 왕인 교소우가 등장한다는 점인데요, 애니를 보았을 때 묘하게 교소우에 대한 평가가 소설과 애니를 본 사람들에게 갈렸다는 것이 기억납니다. 애니를 먼저 본 사람들은 왠지 교소우에게 오만한 모습 같은 게 두드러져서인지 별로 좋지 못한 인상을 받았다는 글들을 본 기억도 나고, 당시 애니 시리즈를 같인 본 주위 사람도 왠지 애니 속 교소우는 폭군이 될 것 같은 느낌이라 영 호감이 안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었거든요. 아무래도 애니에서 타이키에 대한 묘사는 많았던 반면 교소우 측의 묘사가 덜 되었었던 건가 싶기도 하고요. 주위의 평과는 반대로 전 나름 괜찮게 보던 캐릭터였는데 말이지요. 그런데 이것은 교소우란 캐릭터 자체가 원래 호불호가 갈리기 쉬운 타입이라서인 것도 같습니다. 그리고 내용 전개는 교소우가 뭔가 하길커녕 오히려 안 좋은 일이 터져서 타이키도 교소우도 둘 다 행방불명이 되는 최악의 상황이 되어버리고 소설 내용도 더 전개되지 않아서 지금은 소설 팬들의 맘만 더 태우고 있지만요. 언젠가 결말을 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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