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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2018년~2021년)

『타인은 지옥이다』 4화 리뷰 (2019. 9. 9. 작성)

by 0I사금 2025.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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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 4화를 시청했습니다. 뭔가 기대를 많이 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드라마가 중반쯤 오면 한 번은 이야기가 늘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지 몰라도 이번 4화는 이야기에 크게 진전된 부분은 없이 진행이 된 느낌입니다. 원작에서도 고시원 생활과 회사 생활에 점차 스트레스를 겪으며 변화하는 종우의 이야기는 좀 늘어지는 경향이 있기는 했지만요. 원작을 볼 때도 왕눈이와 종우가 직접적으로 얽히는 부분들이 재미있던 것도 있었고요. 4화에서는 원작에서 가져왔을 법한 이야기보단 드라마의 오리지널에 가까운 내용들이 많이 등장했는데 이 오리지널들이 드라마의 전개에 큰 영향을 끼쳤느냐 하면 아직은 그것도 아니라서... 뭐 그래도 중간중간 원작의 장면들을 넣어준 것은 좋았습니다만.


예를 들자면 종우가 회사에 있을 때 지은이가 찾아온 이야기는 선배인 재호와의 갈등이나 병민이 놈의 찐따 짓에 좀 더 디테일을 주기는 한 것 같지만 좀 부수적인 내용에 가까웠습니다. 굳이 지은이 이야기 없이 원작 내용을 그대로 가져오더라도 병민이의 짜증 나는 짓거리 때문에 종우가 스트레스받는 것은 크게 차이가 없는지라.  지은이가 회사 생활하면서 상사 때문에 심적으로 고생하는 이야기는 지금 OCN에서 방영 예정인 달리는 조사관인가? 그 드라마에 더 어울릴 법한 에피소드인데 지은이 이야기가 자꾸 등장하는 것은 나중에 지은이 관련으로도 뭔가가 있기 때문인 건지 좀 알 수 없는 부분.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에서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캐릭터들은 고시원 쪽 인간들이 아니라 병민이 놈이나 지은이 상사 같은 인간들이었어요. 특히 병민이 진심 극혐.


이번 4화에 등장한 오리지널 장면 중에 좀 긴장되는 순간이다 싶었던 것은 순찰을 하던 소정화 순경이 쌍둥이의 차를 발견하고 트렁크까지 조사하는 장면이랑 치과 진료를 받으면서 자기 일을 서문조에게 떠벌리는 바람에 서문조가 그녀를 처리하려 맘먹었던 장면이었습니다. 소정화 순경에 해당하는 캐릭터가 외전에 등장하긴 하지만 그 성격이나 행적은 웹툰의 것과는 많이 달라서 드라마 오리지널 캐릭터라 봐도 무방한 수준인데 그래서 오늘 4화에서 벌써 캐릭터를 처리할 작정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을 정도. 물론 두 장면 다 운 좋게 넘어갔는데 쌍둥이들 장면에선 다른 순경이 알고 보니 같이 있어서, 서문조와 같이 있었던 부분에선 선배로부터 급한 연락을 받고 자신이 있는 곳이 치과란 것을 이야기하면서 서문조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더라고요.


묘하게 이 장면들은 순경이 위험해서 불안한 감정과 동시에 살인자들 발목이  벌써 잡히거나 하는 짓이 들키면 안 된다 하는 이중적인 감정이 들었습니다. (난 왜 보면서 이런 순간엔 악당에게 감정이입하는지...) 소정화 순경은 드라마 상에서 거의 유일하게 종우를 도와줄 수 있는 인물이고 사건에 근접한 경찰이기 때문에 빨리 퇴장시키지 않을 모양인 듯한데요. 은근 드라마가 조연 캐릭터들에게 서사를 많이 주는 경향이 있어 보이던데 원작에서 드러나지 않은 고시원 주인아줌마에게도 뭔가 숨겨진 과거가 있고 그녀가 고벤져스들이 저지르는 짓과 별개로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이 나오더라고요. 처음엔 전도하는 여자를 왜 집까지 끌고 와서 살해하는가 의아했는데 대사로나마 그녀가 원한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 드러나더군요. 

드라마 초반 나왔던 고시원 주인아줌마의 '회개'하라는 대사나, 고시원 이름이 '에덴' 고시원이라는 것만 봐도 살인 행적에 가담하는 것과 별개로 신앙은 있겠다 추측은 했는데,  이 전도사를 살해하는 이야기를 통해 고시원 주인아줌마가 과거엔 종교 단체에 몸을 담았었다는 게 확인이 되었고요. 그렇다면 현재의 고벤져스들은 사이비 집단에서 서로 만나게 된 셈인가 추정해 보기도. 그리고 여전히 서문조와 아줌마의 관계가 무엇인지 짐작이 가지 않는데 서문조가 그녀를  어머니가 아닌 아주머니라 불러서 모자가 아닌가 싶다가도 다른 고시원 사람들보다 둘 사이가 더 각별한 것 같기도 했고, 그런데도 또 아줌마 쪽에서 칼을 들고 그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살벌한 분위기도 보여줬기 때문에 상당히 복잡하다는 생각 밖에. 


그리고 이번 4화에서 좀 아쉬웠던 것은 유기혁의 행방에 대한 단서가 별로 나오지 않았다는 건데, 정말 2화에서 서문조에게 목이 졸리고 그대로 퇴장인 건지 아니면  반전 코드가 남은 건지 궁금했습니다. 그나마 종우의 회상 신으로 얼굴이 비친 것이 반가웠달까. 소정화 순경이 실종자들에 대한 조사를 할 때, 유기혁이 갑작스럽게 종적을 감춘 것을 이상하게 여긴 종우가 그 이야기를 넌지시 꺼내 본편 내용을 약간 진전시킬 단서를 주기도 했고요. 유기혁은 단순 원작 왕눈이랑 싱크로율이 높은 것뿐만이 아니라 캐릭터 자체가 강렬한 부분이 있어 캐릭터를 더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음에도 너무 빨리 퇴장시킨 게 아쉬울 정도. 다른 캐릭터들에겐 새로운 서사까지 자꾸 부여하면서 비중을 주는데 반해 개성이 또렷했던 유기혁은 너무 급하게 치워버린 것 같아 자꾸 아까움과 섭섭함이 들더라고요. 왠지 드라마 최애가 될 것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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