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4화 리뷰입니다. 이 드라마는 제가 좋아하는 장르이기는 합니다만, 먼저 보게 된 다른 드라마랑 본방 시간이 겹쳐서 어쩔 수 없이 재방송을 통해 나중에 보게 되었는데요. 그런데 재방송이 다른 드라마들보다 적은 건 아쉬운 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보면 수사물 장르처럼 하나의 사건을 한 회차에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에게 닥친 사건의 단서를 하나씩 찾아가며 퍼즐을 맞춰가는 내용인지라 다음 회차와 연결성이 중요한 편인데 몰아보기를 해 준다면 모를까 재방송을 너무 아낀다는 느낌. 거기다 보통 이런 드라마가 그렇듯 범인이 밝혀지기 전까진 시청자들마저 갑갑하고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결정적으로 주인공인 고정우가 살인 누명을 썼고 그것을 벗고 진범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인지라 현재까지는 속 시원한 전개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특징이 있어요.
그래서 몰입하면서 보는 것과 별개로 전개 상황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욕하는 장면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 원작의 스포일러를 미리 찾아보지 않았다고 해도 주인공 고정우 주변의 인간들이 저지르는 행태에는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네요. 원작 스포일러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왜 저러는지, 진범이 누구인지 대강 파악하면서 보고 있어도 등장인물들의 행태는 분노를 일으키는 부분이 강했는데요. 독일 소설이 원작이다 보니 한국으로 각색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기야 하겠지만, 여기서 그려지는 마을 사람들의 태도는 그야말로 폐쇄된 지역 사회의 이기적인 특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 그러다 보니 가상의 이야기긴 하지만 진짜 어떤 곳에서는 수사를 엉망으로 하는 바람에 엉뚱한 사람이 강력사건의 범인이 되어 억울한 처지가 되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리고 드라마에서 약간 더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는 사건을 파헤치는 역할인 다른 주인공 노상철의 행동입니다. 노상철이 여기서 식당 알바인 하설과 함께 유일한 외지인이고, 그 튀는 행동 탓에 좌천당했다는 설정이긴 합니다만 다짜고짜 폭력을 휘두르는 행태는 곱게 볼 수 없는데 저게 한 십 년 전 드라마라면 모를까 현재 배경의 드라마에선 현실적으로 가당키나 하겠나 싶더라고요. 거기다 고정우가 의심받는 처지긴 합니다만 시청자 입장에선 그가 빼도 박도 못하게 누명을 썼다는 걸 알고 보는 상황인지라 억울함이 배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서요. 그나마 다행인 건 고정우가 자신이 범인이 아니며 진범을 찾아달라고 노상철한테 절규하듯 매달린 상황 이후로 노상철 스스로 과거 사건에 의문을 느껴 진실을 조사하게 되었다는 점이라고 할까요?
노상철이 과거 사건 조서를 보면서 의구심을 품고 사건을 빠르게 종결지었던 서장에게 단도직입적으로 질문을 하거나, 회식 때 술기운을 빌려 사건을 담당한 형사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털어놓게 만드는 등 조금씩이나마 진전을 보인다는 점에서 초반의 비호감 이미지는 약간 누그러지는 경향이 있기도 했지만요. 그래도 노상철이 형사는 형사라고 느낀 게 지금 고정우가 형을 다 살고 나온 상태에서 시신을 찾아낸 행위가 말이 안 된다는 걸 알고 그 위화감을 알아챘다는 점이에요. 비슷하게 아르바이트생인 하설 역시 경찰서장의 아들 수오의 결정적인 말 - 고정우가 범인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고정우의 그런 행동을 보면서 그가 누명을 썼을 가능성을 파악하고 식당에서 고정우를 쫓아내려 작당하는 마을 사람들에게 그런 의견을 내보이는 등 약간이나마 고정우의 편에 서 주는 인간들이 늘어났다는 건 다행이라고 할까요?
노상철은 살인 사건 당시 고정우의 감형(미성년자 상태에서 재판을 받으면 형이 줄어든다는 이유)을 위한답시고, 고정우가 범인이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건을 빠르게 종결시킨 서장의 의심스러운 행태를 캐치한 데다, 회식을 이용해 당시 고정우의 블랙아웃 증상을 이용하여 사건을 조작했다는 사실까지 알아냅니다. 거기다 맨홀 아래에서 발견된 심보영의 국과수 검사에서 속옷 하의만 없었다는 증거를 통해 성폭행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아내는데, 하설이 보게 된 수오의 그림에서 당시 살인 사건 현장을 묘사한 것이라 추정되는 그림이 있었다는 걸 본다면 드라마의 전개는 원작의 스포일러대로 진행된다고 해도 무방해요. 특히 이제 시신이 발견된 심보영이 성폭행 뒤 살해당한 거라면 애초에 10년 전 용의자였던 고정우에게 그 혐의가 없었던 것도 이상한 일이라는 건 금방 알아챌 일이었고요.
또한 죽은 심보영 주변의 인물들에게 서사가 집중되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살인 사건 말고도 또 다른 비밀이 있었다는 게 서서히 드러나는 판인데, 사건을 조작했을 거라고 추정되는 경찰서장과 심보영의 모친 사이에서도 부적절한 관계가 있을 거라 암시가 제법 나오더라고요. 심보영은 생전엔 가폭충인 아버지한테 학대당하고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불륜으로 추정되는 사고를 치는 등 가혹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드는 인물인데 이게 왠지 원작하고는 약간 다른 방향성으로 각색이 된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박다은을 해코지한 인물이 누구인지 서서히 감이 잡히는 게 현재 진범이라 추정되는 인물에게 수수께끼의 인물이 메시지를 보내는 장면까지 나온 셈입니다. 그런데 진범과 별개로 고정우를 둘러싼 마을 사람들의 태도는 혐오를 일으켜서 나중에 고정우가 복수로 저 마을에 불 질러도 무죄라는 심정으로 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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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원작소설을 읽지는 못했지만 대강 설정과 스포일러를 찾아보면서 가장 싸이코다 싶은 인물이 있었는데 얘도 4화에서 서서히 본색을 드러내는 느낌인게 집착광공이나 얀데레라고 미화하는 캐릭터들이 현실에 있으면 딱 저런 타입이겠거니 싶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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