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 1화 리뷰 (2022. 6. 18. 작성)

가끔 재미있다는 평을 받은 드라마들을 제때 본방사수하지 않고, 나중에 호기심을 갖고 접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드라마 『마인』도 그렇습니다. 실은 처음부터 이 드라마를 볼 생각은 없었고, 넷플릭스에서 다른 드라마들을 찾아보다가 어쩌다 얻어걸린 드라마였어요. 다만, 드라마에 중요한 역할로 나오는 배우들이 좋아하는 다른 드라마(타인은 지옥이다/스카이캐슬/경이로운 소문)에서도 인상적인 역할로 나왔던 배우들이라 조금 시선이 가긴 했는데, 일단 소재가 내 취향은 아닐 것 같아 보는 걸 미뤄두던 드라마였습니다. 실은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유기혁/김주영(소위 쓰앵님)/백향희)를 연기한 배우들이 많이 나와서 조금 궁금하기는 했지만요.

 

드라마 중에서도 스릴러 요소가 많은 작품을 좋아하긴 하는데, 재벌 상류층 가문에 회사를 둘러싼 대립이라던가 불륜 이런 건 취향이 아닌지라... 실은 얼마 전에 비슷한 소재의 드라마를 보고 산을 타는 전개에 뒤통수를 맞은 적도 있어서 별로 좋아하진 않았는데, 최근 보는 한국 드라마도 별로 없고 찜해놓기만 하고 안 보는 것도 그래서 1화를 드디어 재생했습니다. 일단 예상한 대로 드라마는 효원그룹이라는 재벌 가문 내의 복잡한 인간관계를 보여주면서 시작하는데 보통 이런 드라마들은 등장인물이 어떤 포지션인지 파악하느라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더라고요. 그런데 상류층 가문의 복잡한 이야기로 쓸데없이 분위기를 잡지 않았던 것이 이 드라마의 장점이었던 듯. 다루는 내용은 심각한 게 맞는데 캐릭터들 묘사가 웃겨서 생각보다 열받지는 않더라고요.

일단 주인공인 서희수(배우 이보영 분)는 전직 영화배우에 효원그룹의 차남이자 그룹 회장의 혼외자인 한지용(배우 이현욱 분)과 부부 사이며, 둘 사이에 있는 아들도 친아들은 아니지만 나름 좋은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더라고요. 한지용은 혼외자라 다른 형제들과 척을 지는 것 같으면서도 가장 유능한 인물이라 후계 1순위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반면 형인 한진호(배우 박혁권 분)는 이혼남에 능력은 크게 없어 보이며 부인인 정서현(배우 김서형 분)에게 거의 잡혀사는 느낌. 차녀인 한진희(배우 김혜화 분) 역시 오빠 한진호보다 나을 뿐, 한지용과는 상대도 안 되는 느낌에 대놓고 분노조절장애고, 그 둘의 친모인 양순혜(배우 박원숙 분)는 남편인 한 회장(배우 정동환 분)이 죽은 애첩(한지용의 친모)을 못 잊은 태도 때문에 속앓이를 하며 메이드들에게 화풀이하는 인물이에요. 근데 혹시 수녀원의 엠마 수녀님(배우 예수정 분)이 중요하게 나올 느낌인 게 그 애첩은 아니겠죠?

이 드라마도 갑질하는 회장 사모가 나온다거나, 대놓고 불륜이 암시되는 관계가 나오거나 혹은 주인공의 자리를 넘보며 들어온 의문의 여성 강자경(배우 옥자연 분)이 존재하기도 하고, 자식들끼리 회사의 후계 문제를 두고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며, 부잣집 출신에 겉으로는 고고해 보이지만 한 집안 내의 문제점 때문에 골머리 앓는 또 다른 주인공이 나오는 등 진심 자극적인 요소는 한데 모아놓고 있으나, 이것을 무겁게 묘사하지 않고 캐릭터들의 어딘가 핀트가 나가거나 허술하거나 과장된 구석을 보여주어서 그렇게 답답하다는 느낌은 안 들더라고요. 재미있게도 이 효원그룹 가문의 뒷 사정은 그 집에서 고용된 메이드나 집사들의 대화를 통해 언급하면서 풀어주는 방식을 보여줘 저절로 그들 대화에 끼게 하는 느낌.

흔한 드라마 상에선 크게 부각될 것 같지 않은 고용인들이지만, 그들은 작중 효원 그룹의 서사를 시청자들 알기 쉽게 풀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고, 어떤 의미에서 효원 그룹 가문의 막 나가는 짓거리를 구경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요. 아버지 사채 빚 때문에 수녀원의 유치원에서 사채업자들에게 시달리던 김유연(배우 정이서 분)이 서희수의 배려로 메이드로 들어온 데다 한 회장 손자인 수혁(배우 차학연 분)과 러브라인일 것 같고  비록 상류층 가문 내의 이야기라고 해도 이 고용인들의 역할이 작지는 않을 것 같은 느낌. 개인적으로 1화에서 가장 웃겼던 장면은 차녀 한진희 부부가 부부 싸움을 하면서 비싼 접시와 그릇을 깨는 장면을 보고 얼마씩 손해가 났는지 고용인들이 계산을 하던 장면이었다고 할까요? msg 팍팍 친 자극적인 요리를 먹는 것 같은데 재미있어서 아무래도 다음 2화도 흥미진진하게 볼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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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Oxif4trkyj8

드라마 중간중간에 사모인 양순혜가 키우는 공작새 노덕이가 자꾸 나오는데, 예전에 『동물농장』 유튜브 계정에서 떠돌이 공작새가 나오는 영상에 노덕이 드립이 이제야 이해가 가더라고요. 이 영상에 달린 댓글에 노덕이 드립이 나옵니다. 대체 노덕이는 드라마에서 얼마나 존재감을 자랑하는 녀석인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