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4시즌도 드디어 마지막 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는 4시즌 후반부로 올수록 방영 시간이 늘어나게 됐는데, 이번 4시즌 마지막 화는 두 시간이 넘어서 거의 영화에 가까운 분량이었습니다. 4시즌의 스케일이 커지고, 이야기의 전말이 드러나는 부분이 많아 풀어야 할 내용이 많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지만... 그래도 분량을 적당하게 두 편으로 나누어 4시즌을 10화로 만들었으면 안 되었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들더라고요. 보니까 딱 적절한 부분에 나누었으면 분량도 적당하고 사람들 흥미도 돋우었겠다 싶은 부분이 있어서요. 굳이 한 회차로 나오는 건 넷플릭스 계약 때문이려나요? 하여간 알 수 없어요.
4시즌의 이야기는 호킨스에서 베크나의 마수를 파헤치려는 더스틴 일행의 이야기가 첫 번째, 러시아 수용소에 갇힌 호퍼를 구하기 위해 떠나는 조이스 이야기가 두 번째, 캘리포니아에서 정부 요인들에게 쫓기다가 초능력을 되찾는 엘의 이야기가 세 번째, 크게 이렇게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이야기 스케일도 커지고 호킨스가 중심 내용이긴 해도 주인공들이 움직이는 범위가 넓어지는 바람에 엘이나 호퍼 일행이 당장 호킨스에 있는 일행을 구하러 오기 어려운 측면이 보였는데요. 초능력이 있는 아이가 주인공이고 초능력과 버금가는 행동력을 가진 이들이 주인공이더라도 물리적인 한계는 어쩔 수 없다 생각이 들더라고요. 공간 상관없이 적재적소에 주인공이 출연하는 히어로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이 평범한 한계가 또 색다르다는 거.
호킨스에선 맥스가 자신을 미끼로 삼아 베크나의 주의를 끌 시점에, 낸시와 스티브, 로빈 그리고 에디와 더스틴이 뒤집힌 세계로 들어가 베크나를 처단하려고 하는데요. 알고 보면 애들이 행동력이 특출날 뿐 특별한 능력을 지닌 건 아니라 오히려 역으로 공격당하기까지 합니다. 거기다 4시즌 내내 에디를 죽이겠다며 어그로를 끌던 제이슨이 루카스와 맥스가 있는 곳을 들이닥쳐 방해를 하면서 보는 사람 발암을 돋우는데 - 어차피 나중에 죽지만 - 저 장면이 2시즌 빌리가 끼어들었을 때보다 더 짜증이 치밀더라고요. 그 와중에 호퍼 일행은 러시아 수용소에서 발견한 뒤집힌 세계의 입자와 괴물을 없애야 호킨스의 아이들을 구할 수 있단 걸 알고 도로 탈출한 그곳으로 잠입하게 됩니다.
호킨스에서 아이들의 위기, 맥스의 무의식 속에서 때마침 나타나 베크나와 대립하는 엘의 위기, 러시아 수용소에서 괴물들을 상대하는 호퍼 일행의 위기는 교차적으로 등장하면서 긴장감을 유발하는데요. 여기서 엘을 몰아붙이는 베크나의 말을 보면 뒤집힌 세계에 존재하는 '마인드 플레이어'는 어떤 의지를 가진 존재라기보단 그 세계의 에너지가 구현된 존재로 베크나가 적극적으로 그것을 이용해 뒤집힌 세계와 현실 세계를 이으려고 한 거더라고요. 주변의 서포트와 엘의 의지로 베크나를 쓰러뜨리긴 합니다만 완전히 그를 처단한 것은 아니라 호킨스에서 대지진 이후 뒤집힌 세계가 열리고 고향으로 돌아온 윌이 그의 존재를 느끼는 등 불길한 떡밥이 등장하고요. 이것 때문에 5시즌은 어떻게 전개될지 그야말로 상상이 안 갈 정도.
이번 4시즌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인물은 두 명인데 하나는 베크나의 타깃이 되었지만 스스로 미끼를 자처했던 맥스와 살인 누명을 쓴 채 마을 사람들의 미움을 샀지만 마을을 구하기 위해 나선 에디예요. 이 둘은 자신이 절박한 처지였음에도 다른 이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어요. 맥스는 엘의 도움으로 그나마 목숨은 부지한 건가 싶지만 에디는 결국 괴물들에게 물어뜯겨 죽음을 맞았기에 비극. 와중에 한 것도 없는 조나단은 낸시랑 만나 다시 연인 될 분위기를 보여주는데 4시즌 내내 아이들을 보살피고 베크나 없애는 계획에 참여하느라 고생한 스티브의 처량한 모습이나 싸움에서 희생되고도 누명을 못 벗은 에디를 생각하면 특별히 한 거 없는 조나단이 뜬금포 좋은 거 다 가져가는 전개는 진심 열불이 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이번 4시즌은 전 시즌에 비하면 스케일도 커지고 뒤집힌 세계에 대한 떡밥이 나오며, 그동안 주인공들을 괴롭힌 빌런의 정체가 드러나고 그 서사가 풀려나가면서 엘의 숨겨진 서사와 성장이 뚜렷해졌을 뿐만 아니라, 호킨스 쪽 중심인물들의 서사도 풍부해진 게 맘에 들더라고요. 그리고 호킨스 이야기와 달리 좀 더 섬뜩하고 무서운 분위기를 보여주던 러시아 수용소 이야기도 색다른 재미가 있었고요. 하지만 캘리포니아 쪽 조나단 일행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재미가 없었습니다. 마이클은 그야말로 옛 일본 만화 속에서 '주인공군! 기다릴게!' 운운하는 수동적 히로인의 성반전상에 가까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특히 활약도 성장도 없는 조나단은 왜 나왔나 싶은 수준. 얘랑 낸시랑 엮이면 이 드라마 최악의 커플이 될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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