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거벗은 세계사』는 제가 흥미를 갖는 주제가 많이 나오는 역사 프로그램이긴 합니다만 최근에는 사정 때문에 거의 본방을 보지 못하는 형편입니다. 대신 재방송을 볼 수 있으면 최대한 감상을 하려고 노력하는 중인데, 이번 주 187화에서 다루는 테마가 다름 아닌 현대의 아파트와 관련된 역사였고 이건 왠지 다른 주제보다 관심이 많이 갔기 때문에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재방송 편성 시간을 맞춰 187화를 볼 수 있었는데요. 예전에 책에선가 현대의 아파트와 완전히 똑같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산업혁명 이후로 사람들이 급격하게 도시로 몰리면서 주택난이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파트 형태라는 글을 읽은 기억이 났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아파트는 사람들이 한 건물 안에 밀집되어 사는 형태라는 것 외에는 구조가 많이 달랐으며 대강 제 기억으로는 빈민들이 최대한 많이 들어 살면서 중앙에 가축을 키우기 위한 우리가 있었다는 등 현대의 아파트 개념과도 많이 달랐다고 할 수 있었으며 아파트라는 호칭으로도 불리진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지난 『벌거벗은 세계사』의 프랑스의 파리를 다루는 회차에서도 나왔지만 산업혁명 영향으로 폭증한 인구와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최초의 아파트와 유사한 공동주택이 생겨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고층으로 건물을 쌓아 올렸다는 점을 제외하면 현대의 아파트와는 거리가 있다는 점도 부각되었는데요. 대강 차이점을 설명하자면 프랑스의 도시개발 정책으로 생겨난 공동주택은 오스만 남작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당연히 만들어진 시대가 시대인지라 엘리베이터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1층은 하인들의 작업실로 2층과 3층은 귀족과 부르주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졌고, 올라가기 힘들고 냉난방이 원활하지 않던 고층은 고용인이나 하층민, 하인들을 위한 방으로 쓰이는 등 계층차를 더 뚜렷하게 만들었다는 한계가 존재했습니다. 현대의 아파트라고 할 수 있는 건축물을 최초로 만든 인물은 프랑스인도 아니고, 바로 스위스 출신의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로 현대 건축의 아버지이자 현대 도시 개념을 완성한 인물로 아파트의 역사와 함께 그의 생애를 짚어가는 회차였다고 할 수 있었네요.


참고로 이번 강연을 담당하신 교수님 정보입니다. 이번 게스트는 다음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news.nate.com/view/20250121n41097?mid=n0100
'벌거벗은 세계사', 르 코르뷔지에와 아파트의 역사 강의[Ce:스포] : 네이트 연예
한눈에 보는 오늘 : 방송/가요 - 뉴스 :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벌거벗은 세계사’에서 ‘현대 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와 아파트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한다. 21일 방송되는 tvN ‘벌거
news.nate.com
현대의 아파트가 어떻게 프랑스에 도입되었는지에 앞서, 강연은 산업혁명 당시 프랑스 파리의 열악한 주거 환경에 대해 먼저 설명합니다. 왠지 영화 『향수』가 연상되게하는 그 시절의 프랑스는 폭증한 인구와 빈부격차로 인해 위생 문제가 극심하였고 전염병에 취약했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도시개발 정책이 시도되기는 했다고요. 다만 앞서의 설명대로 이 도시 개발 정책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했는지는 약간 의문.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였겠지만 당시 파리는 계층에 따라 주거환경의 차이점이 극심했는데요. 불결함의 시대를 지나 위생의 중요성이 부각되었으면서도 각 집안에 욕조와 물을 받을 수 있는 배관을 설치할 수 있는 가정이 얼마 없었으며 현대의 수도 시설과 당연하게 딸려 있는 욕실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되는 회차였다고 할까요? 그나마 돈이 있는 귀족이나 부르주아 계층은 욕조와 물을 데우는 보일러를 설치하고 물을 길어 올 수 있는 인부를 고용해 목욕을 시도할 수 있었지만 욕실이 귀했던 서민들은 대야에 적은 물을 받아 겨우 몸을 씻을 수 있는 정도였다고 하니까요.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가장 혁신적인 면모는 현대의 아파트 형태를 최초로 건축하면서 이 욕실의 '평등'을 실현하여 사람들의 생활을 질적으로 개선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런 혁신이 다름 아닌 사람들에게 편의를 평등하게 제공하기 위한 발상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놀라웠다고 할까요. 여기서 르 코르뷔지에는 본래 건축가가 아닌 스위스 시계공 집안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던 인물이라는 설명이 나오던데 디자인과 미술 쪽으로 재능이 출중했던 그는 당시 시계산업으로 미래를 유지하기 불투명해지자, 전공을 바꿔 프랑스의 천재 건축가였던 오귀스트 페레의 제자가 되어 건축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오귀스트 페레는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했던 철근 소재를 콘크리트와 융합하여 건축에 사용한 개척자로서, 제자인 르 코르뷔지에도 그의 영향을 받아 철근 콘크리트를 이용하게 되었으며 최초의 현대적인 아파트 '유티네 다비타시옹'은 이 철근콘크리트를 이용하여 기존 프랑스 주거의 단점을 크게 개선했다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르 코르뷔지에가 처음 시도한 역작인 건축물 빌라 사보아는 지붕을 평평하게 만드는 바람에 누수가 생기는 등 문제가 없었던 것도 아니며 천재의 시도에도 실패가 따랐다는 설명은 덤. 하지만 이후 그가 건축한 유니테 다비타시옹은 철근 콘크리트를 기둥으로 삼아 지어진 건물로 벽돌로 무게를 지탱하여 공간 활용에 한계가 있고 창을 크게 낼 수 없었던 기존 파리의 공동주택과 달리 내부를 넓게 활용하고 개방감 있게 창문을 낼 수 있는 등 디자인과 구조에도 혁신을 가져옵니다. 또한 철근 콘크리트 기둥에 배관을 연결할 수 있었기 때문에 욕실과 화장실에 물을 끌어올 수 있어 욕실이 집마다 하나씩 설치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유람선에서 힌트를 얻어 거주민들의 편의와 커뮤니티를 위해 중앙에 가게를 설치하여 최초로 주상복합이라는 개념을 실현하는 등 최초의 아파트이자 현대의 아파트와도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놀라운 건물을 선보이게 됩니다. 또한 아파트를 중심으로 그가 실현하고자 한 도시 개발 프로젝트는 현대의 아파트 단지 개념과 유사하며 한국에서도 흔하게 보이는 구조이기 때문에 진심으로 몇십 년을 앞서갔다고 할 수 있었어요.
현재 유니테 다비타시옹은 관광지로써 호텔로 쓰이고 있다는 설명은 덤. 이 유니테 다비타시옹이 완성되자 이 건물에 찬사를 보낸 인물 중 당시의 셀럽이라고 할 수 있는 수학자 아인슈타인과 화가 피카소가 있었다고 하던데요. 유니테 다비타시옹이 혁신적인 건축물이기는 했지만 당시 사람들 모두가 그것을 환영하지는 않았으며 오래된 건축물과 유적을 간직하고 그것을 유지하고자 하는 파리 시민들이 많아 르 코르뷔지에게 꿈꾼 도시개발 프로젝트는 프랑스에서 실현되지 못합니다. 여기서 프랑스 사람들이 상당히 보수적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현재 프랑스의 파리가 관광도시로 이름을 떨치고 있고 오래전 건축물들이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는 걸 생각한다면 당시 프랑스 사람들의 반대 여론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결국 르 코르뷔지에가 꿈꾼 노후화된 도시를 개발하고자 하는 그의 프로젝트는 프랑스가 아닌 영국에서 독립한지 얼마 안 된 인도의 찬디가르에서 실행되었다고 합니다.
프랑스에서 실현되지 못했을 뿐 르 코르뷔지에의 도시 개발 프로젝트는 인구 과밀화가 진행된 각국의 도시에서 환영받았으며 전쟁 직후 재건이 중요해진 우리나라에서도 큰 영향력을 발휘했는데요. 특히 우리나라에서 현재라면 흔하게 볼 수 있는 아파트 단지 형태가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하려고 한 아파트 중심의 도시개발 프로젝트와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을 이번 회차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 1세대 건축가인 김중업이 르 코르뷔지에의 제자였다는 놀라운 사실 또한 언급되기도 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다는 것이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아파트가 가지는 상징성을 생각한다면 르 코르뷔지에의 꿈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실현되었다고도 할 수 있을까요? 이번 회차를 보면서 저도 언젠가 좋은 아파트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을 재차 확인하기도 했고요. 재미있는 점은 혁신적인 건축물을 설계한 르 코르뷔지에가 살았던 집은 4평 남짓한 소박한 오두막이었다는 점이며, 이런 반전 같은 사실로 이번 회차는 강연을 마무리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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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ekr2nIex040?si=1IV51lg0qqn8K81g
참고로 이번 회차 부제의 의미는 단연 이 노래에서 따온 건데, 이 노래 이전에도 '아파트'라는 노래가 스테디였던 걸 생각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아파트 사랑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달까 뭐랄까...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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