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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예능 및 기타

『벌거벗은 세계사』 리뷰 : 독살부터 연쇄살인까지! 범죄가 만든 법의학 (2025. 2. 6. 작성)

by 0I사금 2025.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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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는 흥미로운 주제가 많아 관심을 가지고 보는 프로그램이긴 합니다만 최근에는 사정이 있어 본방 시간을 맞추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대신 재방송을 통해 감상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편인데, 요 몇 주간은 재방송을 찾아볼 여유도 없다가 최근 시간을 맞춰 189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189화를 꼭 봐야겠다고 결심한 건 다름 아니라, 189화에서 다루는 주제가 법의학의 발달과 법의학이라는 학문이 탄생하기까지 영향을 미친 범죄사를 다루는 내용이었기 때문인데요. 한때 관심이 생겨 법의학이나 범죄 심리 관련 책을 찾아본 기억도 나고 다른 채널에서 프로파일링 관련 주제의 프로그램을 시청한 적도 있는 등 흥미와 관심을 동시에 끌어당기는 테마이기도 했습니다. 주제에 맞춰 이번 189화에서는 한때 사회를 흔들었던 유명한 미제 사건을 비롯, 현대의 사건만이 아니라 법의학의 시초를 제공했던 과거 시대의 사건까지 상세하게 다루는 편이었는데요.
 
이 법의학이라는 분야가 최초로 탄생한 곳이 영국이나 미국이 아닌 중국 남송시대라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사실이라 반전 같은 충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물론 중세 유럽에서도 비슷하게 의문사를 담당하는 분야가 탄생하는 등 과거 시대라고 해서 주먹구구 미개한 것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회차이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이번 189화의 강연을 맡으신 교수님 정보는 이렇습니다. 참고로 이번 189화의 게스트로 초빙된 분들은 다음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요. 초빙된 게스트가 게스트인지라, MC들이 농담으로 프로그램 잘못 나온 줄 알았다는 이야기도 했을 정도. 왠지 타사 채널의 프로파일링 채널이 연상되는 부분도 있었고요.
 
https://kstar.kbs.co.kr/list_view.html?idx=348370

 

[벌거벗은세계사] 법의학, 독살부터 연쇄살인까지

‘벌거벗은 세계사’4일 방송되는 tvN ‘벌거벗은 세계사’ 189회에서 법의학의 역사를 알아본다.이를 위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유성호 교수가 강연자로 나선다. 국립과학수사연구

kstar.kbs.co.kr

앞서 언급했듯 최초의 법의학 서적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은 중국 남송시대의 법의관이었던 '송자'가 집필한 『세원집록』이라는 서적입니다. 『세원집록』은 당시 남송의 경제적인 발달로 인구가 급증하자 당연하게도 각종 범죄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억울한 피해자가 늘어나게 되자 송자가 범죄 현장을 직접 조사하고 분석하여 그것을 책으로 집필한 것이었는데요. 또한 송자는 검시관을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업적을 세웠다고 하는데 흥미로운 점은 『세원집록』에서 사람이 사망할 경우 시신에 파리를 비롯하여 벌레가 꼬이는 특성을 이용해 사망 시간을 추정하는 방법이 쓰여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송자의 『세원집록』은 중국 원나라 때 편찬된 『무원록』은 물론이요, 조선시대에 사건 수사에 쓰인 『신주무원록』에도 영향을 끼쳤는데 여기서 언급되지는 않지만 『무원록』의 영향을 받아 조선후기에 나온 『흠흠신서』까지 생각한다면 그 업적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거기다 검시관이 임무를 소홀히 할 경우 곤장 백대라는 중벌을 내림으로써 법의관의 책임감을 강조했다는 것도 특징. 이 점은 후대의 미국에서 자격 없는 부검의들을 양성하여 시신 부검을 돈벌이로 이용하는 바람에 사건 수사에 차질이 생겼다는 점과 좀 대비되었는데 어째 후대의 체제가 중세의 체제보다 미숙하고 미개했다는 특수한 케이스라고 할까요. 강연에 따르면 미국의 법의학 체계는 미국 법의학의 아버지인 의사 찰스 노리스의 등장으로 성장하게 되는데 당시 밀주로 인해 2천 명이 넘는 메탄올 중독 사망사건의 원인을 증명하면서 법의학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하버드대에 법의학과가 생기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설명이 등장합니다. 참고로 이 하버드 법의학과의 탄생에는 미국 최초의 여성 경찰청장인 프랜시스 글래스너 리의 큰 지원이 있었으며 프랜시스 글래스너 리가 범죄사건 현장을 재현한 미니어처 디오라마는 법의학 교육의 틀을 마련했다는 설명도 따랐는데 제가 예전에 본 『돌하우스 머더스』라는 책도 이와 관련된 책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강연에서 법의학이라는 분야를 발전시킨 세 가지 계기를 중세 유럽부터 만연한 독살, 산업혁명의 대두로 급증한 강력범죄, 그리고 현대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미제사건으로 분류합니다. 중국의 남송에선 경제 발달로 범죄가 급증하면서 법의학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면, 중세 유럽은 정치적인 암투로 인해 정적을 제거하는 독살 사건이 만연해짐에 따라 신성로마제국에서는 사람들의 의문사 내지 돌연사에는 부검이 필수적이라는 법령을 정하기에 이르렀는데 여기서 독살 범죄가 증가한 데 영향을 끼친 물질은 바로 '비소'였습니다. 흑사병이 도래했을 때 해충과 쥐를 제거하기 위해 사용되었던 비소는 사람들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얼굴을 하얗게 만드는 화장품으로까지 이용하기까지 했는데요. 하루 전 감상했던 타사 채널 프로그램인 『셀럽병사의 비밀』의 '나폴레옹'편에선 유럽 사람들이 비소를 이용한 패리스 그린이라는 녹색 염료를 벽지와 드레스에 사용하다가 비소 중독으로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가 등장하며 이와 비슷한 사례가 여기서도 언급됩니다.
 
여기서 비소를 이용한 사람들을 살해한 전무후무한 독살범으로 '줄리아 토파나'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줄리아 토파나는 자신이 개발한 비소 물약을 성수병으로 위장하여 고객에게 판매했고 50년 동안 거의 6백여 명에 달하는 피해자를 양산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가 언급돼요. 하지만 줄리아 토파나의 고객들 대부분은 가정폭력에 시달리거나 남자 가족들에게 재산을 빼앗긴 여성 고객들로 독살의 대상은 여성들을 착취하던 남성들이었으며 중세 여성을 보호하는 제도가 미비하던 시절 줄리아 토파나의 독약이 뭇 여성들의 삶을 구제했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비소를 이용한 독살 범죄도 시대가 지나 화학자 제임스 마쉬가 개발한 비소 검출법인 '마쉬검사법'을 이용한 화학적인 검사로 그 범죄를 입증할 수 있게 되자 서서히 빈도가 줄어들게 되었다는 설명. 참고로 마쉬검사법이 나오기 전에는 동물을 이용하는 등 확실하지 않은 방법이 사용되었다는 설명이 언급됩니다. 의외로 동물실험의 역사는 오래되었달까...

독살의 시대가 지나가고, 도래한 것은 강력범죄로써 앞서 언급했듯 강력범죄의 증가는 산업혁명의 영향이 컸습니다. 이 시대 강력범죄의 피해자들 다수는 취업을 위해 도시로 몰려든 부녀자들이었으며 당시에는 이런 여성들을 위한 보호제도나 체계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던 것이 시대적인 한계. 당시 대표적인 연쇄살인범으로 정원사를 사칭하여 조수로 취업하려던 여성들을 연쇄살인한 프랑스의 살인범 마르탱 뒤몰라르와 매춘부들을 잔인하게 난도질하여 살해한 영국의 잭 더 리퍼로, 마르탱 뒤몰라르 같은 경우는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검거가 가능했던 반면 잭 더 리퍼는 미제로 남았다는 점이 차이점이 있었습니다. 잭 더 리퍼를 검거하지 못한 이유에는 사건의 목격자가 없었다는 점과 당시 부검 기술의 한계를 지적하는데 다만 피해자들의 부검 결과 잭 더 리퍼가 칼을 능숙하게 사용하여 피해자들의 신장을 적출했다는 데서 외과의 내지 이발사가 아니었냐는 추정이 남아있는 정도예요.
 
어쨌든 일련의 사건들과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사람들의 지문이 각각 다르다는 점에서 착안한 지문 분석법은 물론이요,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는 말을 남긴 법의학계의 아버지인 에드몽 로카르가 마련한 현장의 미세한 증거를 찾아내 분석하는 수사 기법이나 법의학계의 혁명이라고 불리는 알렉 제프리스의 DNA 분석법을 통해 그동안 풀지 못했던 미제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생겼다는 점입니다. 특히 현장에 남은 미세한 증거에서 고유한 DNA를 찾아내는 DNA 분석법은 그야말로 혁명에 가까웠으며 이 방법을 개발한 유전학자 알렉 제프리스는 법의학계에서 존경의 의미를 담아 (실제로 영국 왕실로부터 작위를 받기도 했고) '알렉 제프리스 경'이라고 불린다는 설명은 덤. DNA 분석법은 미국의 경찰들을 40년이나 고생시킨 골든 스테이트 킬러 사건의 범인을 검거하게 만들거나 한국의 연쇄 살인범 이춘재가 화성에서 일어난 연쇄 살인사건의 진범임을 밝혀냈을 뿐만 아니라 성범죄와 아동학대 등 약자 대상의 범죄를 수사하는데 큰 공헌을 하고 있음을 설명하면서 이번 강연은 막을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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