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정년이』 9화 리뷰입니다. 아쉽지만 9화의 본방은 몸이 안 좋아서 일찍 자는 바람에 놓쳐버렸고, 하루가 지나서야 재방송을 겨우 찾아 감상을 시도했는데요. 개인적으로 지난 8화의 완성도가 현재 전개상 가장 아쉽고 허술한 점이 많아서 앞으로 전개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되는 측면도 있었는데, 상대적으로 이번 9화는 걱정하던 것에 비하면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았는데 그건 8화에서 무리수라고 할 만한 전개들이 튀어나오고 그에 따라 주인공의 캐릭터가 붕괴되었다는 측면이 있어 수습이 어려운 이유로 생각이 드네요.
암만 생각해도 그간 경험을 통해 국극 배우로써 전체 공연을 보고 모든 캐릭터를 해석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소리꾼만이 아니라 배우로서도 성장해 가던 주인공이 절친의 외면과 주변의 부추김에 넘어가 소리에만 매달리게 된다는 설정은 좀 오버였습니다. 심지어 8화에서는 윤정년의 상태를 보고 걱정한 강소복 단장과 라이벌인 허영서마저도 그만하라며 현실적인 충고를 해주었지만 윤정년이 자기 고집만 내세우며 그들의 충고를 무시하는 장면도 납득이 가지 않았었거든요. 그전만 하더라도 윤정년은 고집과 소신이 있었어도 주변의 충고를 받아들이기도 하고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성격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이번에 윤정년이 목이 상하여 두번 다시 소리를 할 수 없게 되는 고난은 캐릭터의 성격을 일부 망가뜨리면서까지 그 과정을 억지로 만들어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요. 원작에서도 이런 전개가 나오는지는 알 수 없지만 목이 부러지는(작중 성대 결절을 이렇게 묘사) 상황에 자신의 책임이 큼에도 주변에 원망을 터뜨리며 오밤중에 자기 어머니 레코드를 크게 틀어 다른 사람들의 연습까지 방해하는 윤정년의 태도는 솔직히 좀 민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인공의 절망이 극상에서 필요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자업자득이라는 측면이 커서 공감이 덜 가더라고요.
오히려 이번 회차에서는 윤정년을 옆에서 케어해주던 강소복 단장의 캐릭터와 걱정을 놓지 못하던 박초록의 캐릭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미 강소복 단장은 전편에서 소리에만 매달리며 자신을 혹사하는 윤정년에게 현실적인 충고를 해준 바도 있고, 지난 회차에서는 윤정년이 카페 아르바이트로 국극단에서 쫓겨난 뒤 방송국 피디에게 이용당할 때 거액의 위약금까지 물어주며 그를 다시 국극단으로 받아준 대인배였으니까요. 심지어 이번 9화에서 자세히 묘사되지 않지만 윤정년의 치료비도 대신 내줬을 가능성도 있고, 유명한 의사의 진료까지 예약해 줬을 정도로 신경 써주었으니까요.
그런데도 윤정년은 소리를 할 수 없다는 진단에 강소복 단장에게 화를 내는 등 심정은 알겠는데 화풀이 대상이 잘못되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보면서 처음부터 단장이 하는 말만 들었으면 좋았을 거 아니냐는 말만 나오더라고요. 이 일만으로도 강소복 단장은 심적으로 힘들 텐데 여기서도 모자라 윤정년은 낙향하지 않나 서혜랑은 그간 저지른 짓이 밝혀지지 않나, 문옥경이 아편을 한다는 스캔들이 터지지 않나 나중엔 영서에게 국극단을 나가자는 제의를 하지 않나, 합동 공연 준비에선 다른 국극단원들과 캐릭터 해석 문제로 알력 다툼을 하게 되지 않나 진심 9화는 강소복 단장의 수난기라고 해도 좋았습니다. 안 그래도 여성국극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전망이 자주 등장해서 더욱 걱정이 되는 인물이기도 하고요.
그나마 힐링되는 구간은 박초록이 나오던 장면이었는데, 박초록은 초반 윤정년을 싫어해서 공연 도중에 훼방을 놓는 얄미운 잔챙이 악역처럼 등장했지만 중반부터 마음을 고쳐먹으면서 호감이 가는 캐릭터가 되었다고 할까요? 이번에 윤정년과 아역 연습을 하면서 자신도 국극에 진심이라는 모습을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아픈 윤정년을 걱정해 주고 그가 좋아하는 찐빵까지 챙겨줄 정도로 정감 가고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었으니까요. 최근 전개는 거의 박초록을 재평가해도 좋을 정도의 장면이 많아서 '바보와 공주' 오디션에서 박초록이 떨어진 게 안타까웠습니다. 이제 완결까지 회차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공연에서 박초록도 중요한 역할을 한번 맡게 되길 바라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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