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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2024년~)

『정년이』 10화 리뷰

by 0I사금 2024.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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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정년이』 10화 리뷰입니다. 10화의 본방은 사수했지만, 리뷰 자체는 사정이 있어 하루 늦게야 쓰게 되었는데요. 일단 지난 8화가 기대에 못 미치는 구석이 있어 아쉬웠던 면도 있고 앞으로의 전개가 좀 걱정되는 측면이 있었는데 9화와 10화를 보니 좀 안도되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현재 윤정년이 겪는 큰 고난인, 목이 상해 소리를 할 수 없는 상황은 솔직히 그렇게 되기까지 남들의 충고를 무시하고 자기 고집만 세우다가 일어난 일인지라 자업자득인 면모가 커서 딱히 공감이 가거나 동정이 가지는 않았어요. 그럼에도 배우 김태리의 열연은 대단했고 후반 이어지는 국극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니 이야기에 흥미가 다시 살아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여전히 전개는 매란국극단 단장인 강소복의 수난이 이어진다고 할까요? 안 그래도 합동 공연으로 인한 다른 국극단과의 기싸움, 알력싸움이 있는 형편인데다 그 전에는 고부장이 장부와 돈을 가지고 나른 사건도 있었고 여기에 윤정년이 목이 상한 상태로 고향으로 내려간 일 때문에 심적으로 힘들기까지 한 상황인데요. 이번에는 윤정년을 데리러 목포로 내려갔다가 친구인 채공선에게 물을 맞는 등 수모를 겪기까지 합니다. 채공선 입장에선 자신은 딸이 소리를 하는 걸 말렸지만 친구인 강소복이 딸을 부추겼고 결국 상황이 이렇게 되었다고 여기는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과거 회상신을 보면 채공선의 목소리가 망가지고 소리꾼을 그만 둔 건 본인 탓이 더 큰 것 같은데 말이지요.
 
목포에서의 상황을 보면 오히려 강소복이 굉장히 인내심이 강하며 마음이 넓은 인물이라는 걸 다시 확인할 수 있었는데 자신이 환영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채공선의 마음을 돌리려 하고, 윤정년을 기다려주는 역할을 맡거든요. 이런 강소복의 마음이 닿아서인지 아니면 딸인 윤정년이 국극과 소리에서 마음을 돌리지 못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인지 그는 떡목(목이 상하여 고음을 부를 수 없는 상태를 지칭하는 용어인듯)으로도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던 명창 소리꾼의 이야기를 딸에게 해주며 직접 소리를 선보이게 됩니다. 이 장면이 목포의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채공선의 아버지와 얽힌 슬픈 추억과 어우러져 여운이 남는 장면이 탄생했다는 생각.
 
합동 공연으로 돌아가면 윤정년이 나올 수 없게 됐지만, '바보와 공주'는 매우 성황리에 표를 매진하게 됩니다. 이 '바보와 공주'에서 그동안 지적이고 냉철한 모습을 보였던 허영서가 바보 연기까지 스스럼 없이 해내고, 문옥경은 서혜랑에게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자며 기운을 북돋기도 하는데요. '바보와 공주'는 그 유명한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이야기를 각색한 것이지만 이 국극의 인상적인 점은 여자주인공인 평강공주가 온달을 사랑하면서도 고구려의 승리를 강렬하게 바라기 때문에 남편인 온달을 내세워 전쟁을 추진하는 여걸로, 온달은 전쟁에 나가 승리를 이끌면서도 군사들이 희생되는 모습에 고뇌하는 영웅으로 이색적으로 그려진다는 점이었습니다.
 
결국 '바보와 공주'는 평강공주의 바람을 이뤄주고 싶었지만, 전쟁에 회의를 느낀 온달이 공주의 품에서 죽음을 맞는 것으로 비극적인 엔딩이 나는데 이 극의 내용이 아무래도 문옥경과 서혜랑의 파국을 그대로 암시한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문옥경은 국극에서 최고의 연기를 보이고 공연이 성공한 날 자신은 이제 국극을 은퇴하고 영화판으로 떠난다는 사실을 서혜랑과 강소복 단장한테 고백하는데요. 그동안 문옥경은 국극의 상황에 신물을 느끼며 영화 쪽에 관심을 돌린 상황이므로 이런 선택이 이상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서혜랑이 국극 속의 평강공주처럼 상대인 문옥경의 심정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채 자기 딴에는 헌신을 바쳤을 뿐이죠.
 
하지만 극상에서 문옥경의 행동을 본다면 서혜랑의 그런 헌신조차 문옥경이 바라던 일은 아니었으며 심지어 윤정년이 일시적으로 퇴장한 이상 더는 국극에 흥미를 가질 이유도 없어보이더라고요. 문옥경의 단호한 결단에 서혜랑과 강소복 단장은 큰 충격을 받는데 적어도 서혜랑 같은 경우는 자업자득이라고 해도 좋겠지만 강소복 단장 입장에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나 다를 바 없는 일이었습니다. 영화판과 계약이 되어있다고 하지만 아직 공연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간판 스타이자 주연인 배우가 멋대로 빠지는 일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상황도 걱정해야 되니까요. 그런데 보면서 국극단의 계약은 저렇게 파토내도 되는 건가 싶었습니다.
 
진짜 강소복 입장에선 순탄한 일이 없다고 해도 좋은데, 앞으로 여성 국극의 미래가 밝지 않은 게 시대 흐름이라고 하지만 강소복이 가진 국극과 소리에 대한 열정과 열의는 진심이라 안타깝기 그지 없더라고요. 시대 고증과는 좀 어긋날지 몰라도 적어도 드라마에선 국극단의 미래는 좀 희망적으로 그려졌으면 하는 바람이. 그런데 아무래도 문옥경이 빠지면 서혜랑도 빠질 것이고 그 빈 자리를 누가 채우느냐 관건일 텐데요. 10화 공연 중반 박초록이 홍주란을 비롯 다른 이들의 연기를 유심히 관찰하는 장면이라던가 윤정년이 앞으로 복귀한다는 걸 예상한다면 이제 신예 배우들인 허영서와 홍주란, 윤정년과 박초록이 '바보와 공주'의 주연 자리를 연기할 거라는 건 충분히 예측 가능할 듯.
 
참고로 목포 바닷가에서 윤정년이 바다에 빠지는 장면에선 그를 구해주는 이가 허영서로 등장하는데요. 원작 스포일러를 찾아보면 드라마에는 등장하지 않는 권부용이 이 역할을 맡는다고 하던데, 윤정년의 상대역인 권부용이 삭제되고 그 역할을 허영서와 홍주란이 나눠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더라고요. 원래는 홍주란이 단장을 쫓아 목포의 윤정년을 찾아가려는 걸 허영서가 만류하고 자신이 윤정년을 데리고 오겠다고 약속한 뒤 내려가는 것으로 나오던데요. 목포 바닷가씬은 허영서와 윤정년이 단순 라이벌 관계를 벗어나 워맨스를 선보이는 내용이라 나쁘지는 않지만 그냥 홍주란이 그 역할을 맡았어도 괜찮지 않나 싶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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