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0화 리뷰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회차는 기대보다는 우려와 걱정이 더 큰 회차였는데 다름 아닌 다루는 주제가 장애인이 피해자인 성범죄였고, 그 피의자를 우영우가 우연히 마주치면서 변호를 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다른 데서 이 사건이 실화 기반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아무래도 성범죄에 관해선 미적지근한 처벌이 많다거나 피해자가 장애인인 경우 일반인들이 보기엔 납득하지 못하는 처벌이 내려진 적도 많아 혹시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 것은 아닐까, 분명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데도 범죄자를 미화하는 요소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시작부터 걱정이 되더라고요. 결말도 문제지만 그 과정부터가 보는 것이 호락호락하지 않겠다 하는 심정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만약 이번 에피소드에 등장한 인물들이 진짜 사랑이라고 해도 그걸 어떻게 증명하고 시청자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지 걱정도 되었는데 이 소재는 잘못하면 현실 범죄를 사랑 타령하면서 그 본질을 덮어버리거나 두둔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으니까요. 처음 우영우는 지하철에서 긴급체포되는 피의자를 보게 되는데요. 그 피의자가 하는 짓부터 가볍고, 변호를 맡은 우영우를 '기러기 토마토' 운운하며 장난스럽게 부른다거나 변호사더러 누나라는 호칭을 하는 것에서부터 거슬렸는데, 점점 진행이 될수록 그 바닥이 보이기까지 하거든요. 보면서 의뢰인 명치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이번 회차가 처음인 듯. 5화의 기술 도용한 회사 사건 때와는 결이 다르지만 현실적으로 분노를 일으키는 타입이었다고 해야 할까.
피고인은 초6 정도의 지능을 가진 여성을 만나면서 모든 비용을 여성의 카드로 모조리 결제하게 하고 - 심지어 이것도 이미 같은 전적이 있었다고 나오며 충분히 혐의가 될 만한 사항 아닌가 싶던데...- 장애를 가진 사람들만 가입할 수 있는 카페에 가입하여 피해자에게 접근했다는 등 이건 암만 봐도 피해자에게 불순한 목적으로 다가간 게 맞지 않냐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요. 어디서 보니 범죄자들은 가벼운 범죄부터 시작해서 점점 더 큰 범죄로 옮겨간다고 하는데 딱 이놈이 하는 짓이 그런 것. 뭐 이런 놈이라도 변호를 해야 하는 입장인지라 우영우(+ 정명석과 최수연)는 어플의 채팅 내용을 들어 둘이 연인 사이라고 변론을 펼치지만 암만 봐도 중간에 증인으로 출석한 의사의 소견 쪽이 더 확실했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중간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의사는 보통 사람들은 다른 이들이 악의적이거나 불순한 목적으로 접촉을 했을 경우 그 상황을 판단하여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지금 피해자에겐 그 정도의 판단력과 자신을 보호할 힘이 없다고 증언하는데 이게 사건의 본질을 정확하게 짚었다고 여겨졌어요. 상대적으로 판단력이 미약하고, 타인의 보호가 필요한 사람에게 설탕 발린 그럴싸한 소리를 하면서 자신의 뜻대로 주무르며 성이든 물질이든 갈취를 한다면 그게 범죄지 다른 게 범죄냐 하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저놈의 사랑 타령 하는 것도 그루밍 성범죄에서 흔하게 보이는 패턴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번 회차는 진짜 어떤 힐링 장면을 넣어도 보기 힘들다는 느낌만 들었습니다. 솔직히 이번 회차만큼은 변호사인 주인공들이 아닌 검사 쪽이 이기길 바랐을 정도.
분명 연쇄살인같이 무서운 사건이 아님에도 이상하게 긴장의 연속이었고, 설마 저걸 찐 사랑이라고 포장하며 무죄로 판결 나면 이 드라마를 앞으로 보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중반에 피해자의 어머니가 우영우를 몰아세우긴 합니다만 장애를 가진 딸을 가진 부모의 심리가 충분히 느껴졌을 정도. 결코 이 세상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호락호락한 것은 아니며 그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경계를 하고 대비를 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우영우가 중간에 사임하지 않고 끝까지 사건을 맡은 건 피고인의 무죄를 믿어서가 아니라 피해자의 뜻을 존중하겠다는 뜻이었을 뿐. 하지만 5화의 사건과 비슷하게 주인공의 변호를 마냥 응원할 수는 없었네요. 우영우도 후반부로 갈수록 변호에 진심이었던 것 같지는 않았고요.
영우는 피해자가 가해자를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장애인도 나쁜 남자를 사랑할 수 있다'라며 변호를 계속 맡긴 하지만, 솔직히 장애인이 아닌 여자라고 해도 나쁜 남자와 만나는 건 보고 싶지 않고, 그런 여자가 있다면 더 큰일 당하기 전에 정신 차리라고 해주고 싶어질 게 현실인 지라... 정말 이번만큼은 우영우의 편을 들어주기 힘들었단 생각이. 개인적으로 이번 사건은 5화의 ATM기 기술 도용 사건이랑은 결이 달라도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보면서 속이 갑갑해지는 사건이었다고 할 수 있어요. 가해자의 진중하지 못한 태도나 피해자가 당시 느꼈던 극도의 스트레스 징후, 전개상 드러나는 정황을 보자니 저건 진짜 무죄가 나면 안 된다 싶더라고요. 왜인지 보는 나까지 스트레스받던 회차였던 듯...
하지만 배심원 판단이 무죄 쪽이 더 우세하게 나와 설마 저놈 풀려나는가 싶더니 다행히 마지막에 판사가 징역 2년형을 선고하는데, 솔직히 지적장애인 대상 성범죄에 대한 형량으로 불만족스럽긴 하지만 어쨌든 놈한테 죄가 있다고 판결 났으니 다행이라고 할까. 그런데 이번 회차에서는 우영우와 이준호의 관계가 더 진전이 되는 건 이해가 되더라도 - 이건 나름 대비를 위해 넣은 에피소드라는 드라마의 의도가 보였으니까 - 최수연이 털보 사장과의 소개팅을 파토내고 클럽에 가는 장면 같은 건 왜 넣었는지 이해가 안 갔네요. 그래도 소덕동 에피소드에서 등장했던 기자를 이용해 태수미와 우영우의 관계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생긴 것과 그 떡밥을 권민우가 문 건 좋았는데 암만 생각해도 권민우 갱생이 가능하긴 할까 의문이 들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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