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2화 리뷰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12화는 최근 본 에피소드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고 개운하게 끝났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실은 드라마를 꾸준히 보기는 했어도 중반부부터는 아쉬운 요소가 많았는데 지나치게 찜찜한 소재 때문에 논란이 일거나 혹은 법정물이라는 장르임에도 중심 사건이나 재판 과정이 허술해 보인다거나 또는 러브라인 요소가 생각보다 많이 나와 장르가 변질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거나, 주연 캐릭터들을 제외한 조연들의 비중이 대폭 축소되고 그 캐릭터가 이상해졌다는 생각에 드라마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지던 참이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12화는 초반부 흥미진진했던 시절로 다시 돌아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남은 회차에서 이번 12화 같은 전개만 나오면 안심하고 보겠다고 싶을 정도로요. 이번 12화에서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주인공 우영우가 속한 한바다가 특별하게 선한 조직이라기보단 이익집단으로써 역시 명과 암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우영우를 비롯하여 변호사들끼리 가진 신념이 다를 수 있기에 부딪히기도 하고 인정하기도 하면서 주인공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입니다. 더불어 그동안 비중이 적어져서 캐릭터가 희미해진 정명석의 존재감이 다시 뚜렷해졌다는 점 (덤으로 그와 관련된 또 다른 떡밥도 뿌려지고), 최수연의 캐릭터가 이상하게 남자랑 엮이는 남미새 타입이 아닌 중간에 난감해하는 우영우를 도와주며 변호사로서 활약하는 동료 캐릭터로 돌아왔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더라고요.
그리고 권모술수 권민우의 캐릭터도 갱생은 아직 멀지만 주인공을 곤경에 빠뜨려도 결과적으로 별 영향을 못 주는 타입이 된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뭐랄까 권민우는 저래야 잘 어울린다는 생각에. 이번 한바다에서 맡은 사건은 미르생명이라는 보험사에서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사내 부부 직원 중 아내에 해당하는 직원들을 해고하자, 해고당한 직원들이 이에 무효 소송을 제기한 사건인데요. 미르생명은 한바다의 자문을 받아 남편에게 불이익을 준다는 것처럼 보이게 한 뒤 여성 직원들이 회사를 나가도록 압박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 이번 회차는 분명히 성차별적인 요소가 존재함에도 그것이 아닌 것처럼 몰아가는 사회의 일면을 고발하는 회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초반부 남편을 위해서 내조하는 게 당연하지 않냐는 둥, 백수 남편보다 여자가 전업주부인 게 더 낫다는 둥 하는 소리를 보면 말이죠. 참고로 해고당한 직원들 측의 변호사는 류재숙이라는 변호사이며, 그녀는 평소에도 여성이나 노동자 등 인권 관련 변호를 맡은 인물로 보였는데 초반부 정명석과 우영우가 변호사가 가야 하는 길에 대해서 다른 사고관을 가지고 있어 다투는 장면도 좋았지만, 이 류재숙 변호사와 우영우가 대화를 나누며 변호사로서 어떤 신념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부분도 좋았다는 생각. 우영우는 한바다가 그랬던 것처럼 어떤 경우는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변호를 할 것이고, 어떤 경우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변호를 하게 될 테지만 그것이 꼭 나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여전히 우영우의 팀이 받는 의뢰인이 공감 요소가 적은 건 전편과 비슷했지만, 한바다 쪽이 승소했다고 결말이 찝찝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패소한 류재숙 변호사 측이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우영우를 자신들의 뒤풀이 파티에 초대하기도 하는 등 긍정적인 면을 잃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심지어 권민우가 우영우를 곤경에 빠뜨리려고 그녀가 보낸 것처럼 위장한 한바다의 법률 자문서를 몰래 돌려주는 깔끔한 결말까지 더불어서요. 또 회사의 대표로 법정에 서게 된 미르생명의 인사부장 또한 기업의 희생양일 뿐 악인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키는 것도 좋았는데, 그 역시 회사의 뜻대로 해고당하는 결말을 덤덤히 받아들이는 것 또한 여러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이번 12화에선 우영우의 성격적인 특징 - 정리 강박이나 특정 음식에 대한 선호, 생각에 깊이 빠져 다른 사람의 반응을 잘 살피지 못하는 성격 등이 다시 부각된 것도 마음에 들었는데요. 엔딩에서 류재숙 변호사의 초대를 받았을 때 그녀의 사무실에 놓인 응원 문구가 쓰인 포스트잇이 중구난방으로 붙어 있는 걸 견디지 못하고 일렬로 붙이는 장면이 소소하게 웃음을 주더라고요. 또한 러브라인 요소가 전편처럼 과하지 않았다는 점도 좋았는데 이준호와 우영우의 관계는 흔한 로맨스에 나올 법한 장면들을 구겨 넣기보단 돌고래 해방 시위라던가, 강가의 쓰레기 줍기 같은 장면으로 묘사하는 게 훨씬 더 와닿고 귀여운 느낌이에요. 이준호의 존재를 알아챈 아버지의 말에 우영우가 딴소리를 하는 장면도 드라마 초반의 분위기를 되살린 것 같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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