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우리, 집』 9화 리뷰입니다. 일단 지난주 예고편에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장면(도현이 학교 옥상에서 추락하는 장면 - 자살 추정)이 삽입되어 내용이 저리 전개된다면 과연 수습이 가능할까 싶었는데 의외로 이번 회차에선 생각지도 못한 반전을 주면서 희망적인 다른 가능성을 심어줬네요. 작중에서 이세나가 어떻게 알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노영원의 아들 도현에게 임신이 아니라 다른 비밀이 있다는 언급이 나왔고, 그럼 도현이 가진 비밀이 과연 무엇인가 궁금했었는데 9화에선 질질 끌지 않고 속 시원하게 말해줍니다. 바로 도현이 사랑하는 인물이 임신을 했다던 소이가 아니라, 유학을 간 준호형이었으며 도현이는 알고 보니 게이였고 소이는 그런 도현을 좋아해서 임신 소동을 벌이면서까지 그를 도와주려고 했다는 사실이었어요.
이런 반전 때문에 처음엔 무슨 꿍꿍이 거나 이세나 열화판 아닐까 싶던 소이의 이미지가 순식간에 바뀌었다는 게 특징. 또한 노영원은 저번 임신 소동 때부터 회피하지 않고 정공법에 가깝게 상황을 받아들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임신을 하고 유학을 간다는 결심은 말리지 않겠지만, 건강한 아이를 낳는 게 우선이며 유학은 다음 일이라고 확실히 해두어 아이들의 미숙한 선택을 말리기도 했고 도현이 커밍아웃을 했을 때도 아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태도를 보이는 등 결국 도현이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기까지 했으니까요. 또 이번 회차에선 최재진이 자신이 홍사강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까지 밝혀졌는데 홍사강은 손자인 도현의 진실에 조금 거부하는 반응을 보이다가 최재진과 응어리를 털어놓은 뒤 같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특이하게 최재진은 다른 일들에 한해선 하남자 혹은 바보 같다거나 이용만 당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답답함을 안겨주었는데 아들인 도현에 한해서는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구석이 있더라고요. 이래서 사람은 다면적이라는 건지... 일단 지난주 예고편에서 나온 도현이 자살을 시도한 장면은 이세나의 농간 때문에 불안감을 느낀 노영원의 악몽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어느 정도 안도하게 만들더라고요. 만약 이세나의 아웃팅으로 도현의 결말이 비극이 되었다면 전개도 수습도 감당하기 어려웠을 거라는 생각. 홍사강은 홍사강대로 노영원은 노영원대로 도현의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변화의 여지를 보여줬는데 문제는 집안 내부의 문제는 어느 정도 수습이 되었어도 여전히 외부에선 빌런이 둘이나 설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전편에서 이세나의 언니 이세은을 프로그램에 출연시켜 이세나를 방송국까지 끌어들이는 장면은 이세나를 체포하기 위해 노영원이 짜놓은 함정이었다는 게 드러났는데요. 다만 언니 이세은은 실제로 화재 사건 뒤 몇 년 지나지 않아 외상 후 장애로 사망한 게 사실이고, 프로그램에 출연한 건 이세은으로 위장한 연기자였다는 게 밝혀집니다. 이세나는 노영원을 위협한 죄로 체포되긴 합니다만 상해죄 외에는 확실한 증거가 없어 그를 붙잡아놓을 방도가 없는 상태. 심지어 이세나를 취조하는 형사가 구경태였는데 구경태는 노영원의 말을 듣고 조사를 할 때는 충실하고 유능하긴 했지만 이세나 같은 인물을 상대하기에는 짬밥이 부족해 보인다고 할까... 결국 증거 부족으로 이세나는 경찰서에서 풀려나고 맙니다.
여기서 노영원은 이세나한테 공격당했던 오선생을 설득하여 증인이 되어주길 청하지만, 최재진 관련으로 심정이 꼬일 대로 꼬인 오선생은 그것을 거부하면서 답답함을 유발하게 돼요. 진짜 이쪽은 최재진한테 미쳐서 정병 수준의 애정을 보인다고 할까요. 정작 아들에게 비슷하게 집착했던 홍사강은 반성의 여지가 보이는 시점인데도요. 한편 홍사강은 박실장과 함께 이세나가 책을 보낸 상황을 조사하여 안실장이 이세나의 협력자라는 증거를 찾아내게 됩니다. 그리고 안실장이 이세나한테 이용당한 상황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어 증언을 받아내려고 하지만, 막상 증언해 줄 거 같았던 안실장은 말을 바꾸어 몰카 설치 등 모든 일을 자신이 했다고 거짓 자백하는 바람에 이세나가 순순히 풀려나는 사태를 만들게 되는데요.
이때 안실장의 행동 때문에 허탈해진 것도 있거니와, 이세나한테 가스라이팅 당하고 있다는 정황을 노영원이 과거 사건 자료까지 보여주었음에도 이세나의 편을 드는 게 어이없더라고요. 저 상황에서도 이세나한테 찐 순정이라는 건지 뭔지... 근데 이건 자신이 순정이라고 합리화하고 이용당한다는 상황에서 회피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고요. 그런데 최재진도 이세나와 안실장의 관계를 직접 보고 상처를 받는 걸 보면 이세나가 팜므파탈에 가까운 인물은 맞기 맞았던 모양. 이세나는 방송을 앞둔 노영원을 펑크 내게 하면서 교활하게 펜션으로 꾀어내고 그런 노영원 앞에 피투성이가 된 홍사강과 칼에 찔린 안실장이 나타나 너무나 정황을 그럴싸하게 만들어놓은 탓에 주인공들은 지나치게 완벽한 함정에 빠졌다고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현재 시점에서 이세나라는 빌런이 너무 주도면밀해요.
그리고 문태오는 정체가 뭔지 진짜 알 수가 없는데요. 처음엔 이세나의 협력자인가 싶다가 안실장의 정체가 드러났을 땐 아닌가 싶어서 이세나와 별개로 홍사강의 집안에 원한이 있고 나름 계획을 세워서 저런 짓을 벌이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도현의 문제를 이세나가 알고 아웃팅 하겠다는 식으로 이용하는 걸 보면 도현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문태오가 이세나한테 정보를 줬다고밖에 볼 수 없겠더라고요. 도현에게 '네 엄마(노영원)는 널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가스라이팅 하여 도현을 위태롭게 몰아간 것도 그렇고, 오선생한테 하는 짓도 그렇고 이세나와 유사한 방식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 같은데 말이죠. (하지만 두 빌런이 아직 겹치는 상황은 없다는 사실) 이번 9화에선 최재진 앞에서 아예 본색을 드러내기까지 하는데 문태오 하는 말을 보면 최재진은 문태오에게도 약점을 잡혔나 싶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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