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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뷰티풀 마인드』 리뷰

by 0I사금 2025.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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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 마인드』는 TV 영화 채널인 수퍼액션에서 방영해 준 덕택에 보게 된 영화였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예전 영화를 소개해주는 프로그램에서 배우 러셀 크로우가 주연으로 정신분열증을 앓는 수학천재의 실화를 영화화한 것이다라는 설명을 본 기억이 났는데, 『글래디에이터』가 더 대중적이다 보니 아무래도 선 굵은 역할을 하는 배우라는 오해를 하고 만 모양입니다. 영화 『맨 오브 스틸』에서 과학자이자 아버지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 낸 것에 감탄한 것이 오히려 뻘쭘할 지경인데, 생각해 보니 『글래디에이터』의 막시무스도 뛰어난 장수이지만 그렇다고 단순 용장의 이미지로만 그려진 것은 아니었는데도 말이지요. 수퍼액션 채널에서 이 영화를 방영해 준 것도 당시에 『맨 오브 스틸』이 개봉했었고, 거기에 러셀 크로우가 중요한 역할로 나오기 때문에 홍보차 틀어준 이유도 있더군요.


『뷰티풀 마인드』는 천재 수학자 존 내쉬의 일생을 그려낸 영화인데, 영화를 보면서 몰입도가 상당하여 약 두 시간 정도를 TV 앞에 꼭 붙어 있었는데 역사적인 큰 사건이나 큼지막한 서사를 다루는 것이 아니더라도 보는 이를 흡입력 있게 빨아들일 수 있음을 증명해주는 영화가 아니었나 싶더군요. 물론 개인의 입장에서 봤을 때 정신분열증을 통해 겪는 사건으로 인한 충격과 고통들은 상당한 것이지만요. 영화가 끌린 것은 단순 존 내쉬라는 천재의 일생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극적으로 묘사했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영화를 보면서 눈에 들어온 것은 존 내쉬의 옆에서, 존 내쉬의 병을 알면서도 감내해 주는 이들의 태도였어요. 

아내인 엘리샤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 병을 앓는 당사자의 인내심만이 아니라 병자를 간호하고 그 곁을 지켜줘야 하는 사람들의 인내심도 상당해야 하며, 영화가 그들의 사정과 그들의 심리를 잘 드러내어 공감을 이끌어낸 것은 아닌가 싶더군요. 현실에서 이런 일이 발생할 경우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보다 간호해 주는 사람들의 인내심이 먼저 고갈되어 손을 놔버리는 일이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좀 잔인하다 싶지만 가족이라도 이런 일이 생긴다면 현실적으로 정말 어쩔 도리가 없다 싶을 경우 제삼자 입장에선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해도 탓할 수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에 만약 영화의 주제가 인간승리라면 단순 천재 한 사람이 아닌 그 천재를 지탱해 준 사람들의 삶까지도 포함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예전에 영화를 소개해주는 프로그램에서 내용의 중요한 면들을 다 까발려주었기 때문에 왠만한 스포일러는 다 알고 봤습니다. 주인공 존 내쉬의 대학원 시절 그의 곁을 지켜주며 자신감을 북돋아준 약간은 헐렁한 구석이 있는 룸메이트 '찰스 허먼'은 그의 환각이 만들어낸 존재이며, 펜타곤의 암호해독을 도우러 간 뒤로 그의 앞에 나타나 기밀프로젝트를 맡긴 고관 '윌리엄 파처' 또한 그의 환영이라는 것은 대충 눈치채고 있었어요. 만약 영화의 내용 상당수를 모르고 봤더라면 영화 전반 인생의 전환점을 안겨준 영화상에 나올 법한 인물인 찰스 허먼의 존재감과, 환각 속이었지만 쫓고 쫓기는 스파이활동으로 인한 긴장감 때문에 정신분열증이라는 게 드러나는 영화 중반부에서부턴 굉장히 허탈하고 충격을 받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영화는 상당히 현실적이라 정신분열증이 인간의 의지로 나을 수 있는 것이 아님을 확실히 주지 시키는데, 자신의 수학 연구와 일상생활에서 몰입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존이 약을 한동안 끊자마자 사라졌다던 환각이 되살아나 보는 사람마저 절망감이 들 정도였어요. 모교인 프리스턴 대학으로 돌아가 환각에 시달리는 바람에 미치광이 취급받는 존의 모습은 동정심이 안 느껴질 수 없을 정도. 존이 자신의 환각이 환각임을 인지하는 부분이 실수로 아들을 욕실에서 익사시킬 뻔한 사건에서 몇 년이 지나도록 찰스의 어린 조카가 늘 어린아이 모습임을 깨달으면서인데 영화의 후반에서 존은 자신의 환각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수용하는 삶을 택한 거 같더군요. 물론 그것이 환각이라는 것을 인식하면서요. 

이것은 정신분열증이 쉽게 나을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더군요. 좀 안타깝다 느낀 것은 찰스는 대학원시절에는 압박감에 시달리던 존 내쉬가 자신감을 얻고 좀 더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 존재였기 때문에 일종의 버팀목 역할이었지만 이후에는 오히려 존의 발목을 잡는 역할이 되어버렸다는 겁니다. 윌리엄 파처 또한 부정적으로 영향을 주었긴 하지만 존 내쉬의 천재성을 인정해 주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그도 찰스와 같은 존재였단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상 대사로 스트레스가 심해질 때 환각이 나타난다고 하는데 중간중간 나타나는 찰스의 대사를 볼 때 그의 환각은 인정받고 싶었던 존의 욕망이 드러난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화는 정신분열증을 앓게 된 천재의 비극적인 면을 담아내면서도 동시에 천재의 성장을 그려냅니다. 도서관에서 연구에 몰두한 그를 알아보며 자신의 연구결과물을 건네는 학생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영화 시작 초반 처음 만난 친구들의 논문을 지적하고 사교성이 부족한 성격 탓인지 -내밀한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 같지만- 자신을 다른 이들과 다르게 여기던 태도와 비교해 보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 학생과의 대화를 기점으로 다른 학생들과 접할 수 있게 되지요. 처음 봤을 때 존 내쉬에게 얘기를 건넨 그 학생도 환각의 일부일까 봐 보는 사람이 조마조마했습니다. 그리고 좀 더 시간이 흘러 그가 드디어 노벨상을 수상하게 되는데요. 그의 마지막 말을 보면 천재는 그냥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주위의 신뢰와 애정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영화가 드러내고자 하는 바가 아니었나 싶더군요.


참고로 찰스의 역할을 맡은 배우가 인상적이어서 필모를 찾아봤더니 알만한 영화로 『도그빌』에도 출연했고, 『아이언맨』 시리즈에서 자비스 성우, 이후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비전 역할을 맡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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