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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맨 오브 스틸』 리뷰

by 0I사금 2025.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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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오브 스틸』이 개봉했을 때만 하더라도 히어로물이 많이 쏟아졌던 시기였고, 이미 『아이언맨』이나 『배트맨』 시리즈가 거하게 한국을 휩쓸고 간 상황이라서 크게 관심을 두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물론 히어로 중에서 수퍼맨을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 절대적인 힘과 다정함, 선함을 갖춘 히어로가 오히려 드문 편이라서 그런 지도요. 완벽하게 신적 존재인 슈퍼맨도 좋고 옆집 성격 좋은 이웃 같은 슈퍼맨도 좋은데 전제에 완벽한 힘, 초월적인 능력이 깔려 있기 때문에 특별하단 생각은 했었지만 개봉 전까지만 하더라도 다른 회사의 히어로 영화에 너무 시선을 빼앗긴 탓인지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었어요.


오히려 영화에 신경을 쓰게 된 건 주변에서 이 영화에 기대를 보인 탓이고 의외로 영화 예고편들의 퀄리티도 심상치 않은데다 시사회와 개봉 이후 쏟아지는 평들도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여름철 블록버스터로 손색이 없다는 데는 초점이 맞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심 스토리에 대한 기대는 낮추고 신나게 눈요기하잔 맘으로 극장에 들어서게 되었고요. 영화는 슈퍼맨의 기원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는데 지루할 것이라 여겼던 과거 이야기는 생각보다 흥미로웠어요. 

그것도 그럴것이 크립톤 행성의 모습은 SF적이면서 동시에 판타지스러움을 그대로 간직하여 신비로운 느낌을 주었는데 왠지 이런 고대적이면서 과학적인 면모를 동시에 갖춘 세계관은 매력적이었거든요. 크립톤 행성의 무분별한 자원개발로 행성이 멸망 시점에 이르고 슈퍼맨(칼엘)의 아버지 조엘은 행성을 떠나 피신을 할 것을 주장하지만, 무능력한 수뇌부는 박사 조엘의 충고를 따르지 않습니다. 장군 조드는 무능력한 지배층을 상대로 반란을 일으킵니다.


이에 조엘 부부는 조드에게 협조하는 것을 거부한 뒤 크립톤 행성의 생체정보를 담은 코덱스를 아들 칼엘의 세포 하나하나에 새기는 시술을 한 뒤 캡슐에 넣어 지구로 떠나보냅니다. 조엘은 부인의 눈앞에서 조드에게 살해당하고 조드 일당의 반란은 진압되어 팬텀존에 갇히지만 멸망을 막을 수 없어서 조엘의 부인은 아들을 떠나보낸 후 남편의 시신 옆에서 별과 함께 죽음을 맞이합니다. 이 장면을 보니 왠지 슈퍼맨의 어머니들은 인생이 박복하다 생각을 했는데 역시 제 감이 맞더라고요.

이야기는 지구에 도착하여 켄트 부부에 의해 길러진 수퍼맨 칼엘, 클락 켄트가 장성하여 방황하는 현재와 자신의 능력을 주체할 수 없어 괴로웠던 유년 시절을 교차하여 보여줍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이 능력의 과잉이 오히려 슈퍼맨의 유년시절을 암울하게 만들었는데 이 설정은 나중에 조드 일행과의 싸움에서 재미나게 활용됩니다. 조엘은 이 힘이 지구인들에게 신과 같이 여겨질 것이라고 했으나 지구인들은 가끔 보이는 클락의 힘을 신적이라고 하면서 두려운 것으로 여겼고 켄트 부부도 이 힘이 일찍 드러난다면 오히려 배척받을 것이라며 클락더러 힘을 감추기를 부탁하지요. 


클락은 젊은 혈기로 자신의 힘이 사람을 도울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아버지는 아직은 힘을 쓰지 말기를 부탁하며 클락의 앞에서 토네이도에 의한 사고로 죽음을 맞이합니다. 이후 자신의 정체성에 방황하던 클락은 우연히 선술집에서 미군들의 대화를 듣고 어떤 우주선에 대한 단서를 쫓아 그곳에 도달합니다. 한편 플래닛 사의 기자인 로이스 레인도 그곳에 조사를 위해 찾아왔다가 우주선 내부로 향하던 클락을 우연히 보고 따라가지만 그곳의 시스템에 의해 습격당합니다. 

클락은 로이스를 치료한 뒤 우주선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데 그 안에서 친부 조엘과 만나 자신의 정체와 자신의 별의 역사, 자신이 별에 보내진 이유 등을 듣고 수퍼맨의 슈트를 얻게 됩니다. 여기서 슈퍼맨의 슈트는 기존에 보아왔던 것과는 다른 생김새인데 예고편을 보면서 지구에서 만들어진 슈트가 아니라 크립톤인 강화복 같더군요. 한편 로이스 레인은 자신을 치료한 남자가 그곳에서 일하던 클락임을 눈치채고 우주선과 관련성이 있다는 것을 파악, 기사화하기 위해 클락의 흔적을 차근차근 조사해 갑니다. 


클락이 자신이 정체를 숨긴다 하더라도 초반의 시추선에서 사람을 구하고, 학생 시절 버스추락사고에서 급우들을 구하는 등의 일을 해왔기 때문에 로이스가 목격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수수께끼의 남자=클락임을 눈치채고 그의 고향집까지 찾아오게 되는데요. 의외로 로맨스 부분이 적다고 하는 평들을 본데다 애초에 로맨스는 관심 대상이 아니라 아오안이었지만 이번 슈퍼맨의 로이스는 맘에 드는 캐릭터더라고요. 기존 슈퍼맨에서 안경 벗었다고 같은 남자를 못 알아보는 설정이라 바보 같다고 까기까지 했었는데 여기선 애초에 슈퍼맨의 정체를 일찍 알아챈 뒤 정체를 드러내고 싶지 않아 하는 클락의 뜻을 존중했기 때문에요.  

이번 수퍼맨에서는 낯익은 배우들이 많이 나오는데 일단 슈퍼맨의 아버지로 나오는 배우는 러셀 크로우입니다. 제가 기억하는 이미지로 강한 남성역할이 많아서 이번에 진중하고 선구자적인 역할은 좀 새로운 느낌이었어요. 반면 양부로 나오는 조나단 켄트는 케빈 코스트너가 연기했는데 이분이야말로 진짜 슈퍼맨의 정신적인 아버지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비중은 의외로 양부인 켄트보다 친부인 조엘이 더 큰데 이 이유는 영화에 등장하는 앞서나간 크립톤의 기술력 덕택이라고 할까요.  


한편 크립톤의 멸망 덕택에서 풀려난 조드 일행은 수퍼맨을 찾아 지구에 나타나고 통신을 보내 그를 자신들에게 넘기라고 지구인들을 협박합니다. 슈퍼맨은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어 조드에게 투항하는데 그때 조드 일당의 명령으로 로이스도 같이 붙잡힙니다. 슈퍼맨은 끌려가기 전 로이스에게 자신의 우주선 키를 몰래 쥐어주고 우주선의 환경이 지구와 달라 곤란을 겪는 사이 로이스가 키를 우주선에 접촉시켜 조엘의 영상을 불러낸 뒤 조드 일당과 싸울 수 있는 방법을 듣고 탈출하게 됩니다. 

재미나게도 크립톤인의 초월적인 능력이 오히려 약점이 되는데 모든 것을 보고 들을 수 있는 가공할 만한 능력이 조드 일당의 발목을 잡은 반면 33년 동안 지구에서 지낸 슈퍼맨은 이것이 이미 익숙하여 조절이 가능한 탓. 조드 일당은 코덱스의 정보가 슈퍼맨의 세포에 새겨져 있다는 것을 알고 그를 죽여 크립톤 행성을 재건하려고 하고 우주선을 이용해 자신들과 맞지 않는 지구의 환경을 테라포밍 하려고 합니다. 슈퍼맨은 미군의 협력으로 우주선을 겨우 파괴하고 조엘이 가르쳐 준 대로 슈퍼맨이 타고 온 우주선을 이용하여 팬텀존을 만들게 됩니다.


그리고 조드 일당을 다시 팬텀존(일종의 블랙홀과 같다는 설명)에 가두는데 영화를 보면서 좀 오버라고 생각한 건 아군 측 인물들이 여기에 같이 빨려들어갔던 점이었어요. 그 사람들의 행방은 끝까지 안 나오니 어떻게 되었을지는 상상에 맡길 수밖에요. 이렇게 자신의 계획이 틀어진 것에 분노한 조드는 슈퍼맨과 1대 1 싸움을 벌이지만 끝내 슈퍼맨에 패배하고 숨을 거두는데 모든 싸움이 끝난 뒤 슈퍼맨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적이 아니란 것을 주지시킨 뒤, 자신의 정체를 숨기면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직업으로 플래닛사의 기자로 취직하여 로이스와 재회하면서 긴 영화의 막을 내립니다.

굉장히 긴 시간(143분)에 해당하는 영화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습니다. 소소하게 웃긴 장면들도 나오는데 양아치가 선술집 여직원을 희롱하는 것을 클락이 막자 도리어 클락에게 시비를 거는데 클락은 그 양아치를 때려눕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의 차를 사정없이 망가뜨리면서 제대로 혼쭐을 내줍니다  마지막에 스완윅 장군이 수퍼맨을 반신반의하는 장면에서 같이 온 미군 언니는 도리어 슈퍼맨이 섹시하다고 웃는 것도 빵 터지는 부분. 학창 시절 클락에게 시비 걸던 일진 st인 친구 피트도 오히려 클락에게 도움을 받은 뒤 자주 모습을 비추면서 그의 편임을 확인시켜 주지요. 영화 내내 상당한 존재감이에요.


그리고 반가운 배우들이 많이 나온다고 했는데 일단 로이스 레인은 영화 『마법에 걸린 사랑』에서 주인공 지젤 역할로 나왔던 배우이고, 플래닛 사의 편집장은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 역할로 나온 분이더군요. 영화 후반에서 건물 파편에 깔린 여직원을 구해주려고 끝까지 남는 모습에 이분이 인간수퍼맨이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미군 측의 하디 대령으로 나오는 분은 미드 『성범죄수사대』에서 엘리엇 형사로 나온 배우인데 나중에 조드의 부하 피오라와 함께 팬텀존에 빨려 들어가 행방이 묘연해집니다...

그리고 악역 중에서 조드의 부하인 피오라가 제일 강렬했는데 여자 몸이지만 크립톤인인지라 슈퍼맨을 가차 없이 날려버리는 데다 냉철한 여전사 이미지라 카리스마 있더라고요. 특히 작중의 대사 '네가 한 사람 구하는 동안 우린 백만 명을 죽일 거다'란 말이 섬뜩했달까. 조드 역시 악역으로서 흠집은 없었지만 악으로 똘똘 뭉쳤다기보단 비극적인 인물에 가까워 보이는 데다 내심 고향을 생각하는 맘이었는데 결국 같은 고향 사람 손에 죽은 거니 좀 불쌍하단 생각도 들더라고요.


영화의 내용은 조드 일당의 지구 부수기가 너무 강렬하다 보니 슈퍼맨 영화가 아니라 일종의 외계인이 침공하는 SF적 재난물 영화같다는 느낌이 좀 강하기도 합니다. 물론 영화상의 가공할 도심파괴씬은 정말 어마어마합니다만... 크립톤인 싸움에 지구인 등터지기 수퍼맨의 이미지가 생각보다 강하지 않은게 영화의 약점이랄까요. 이것은 다음 시리즈에서 어떻게 그려내느냐에 따라 달라질 문제라고 봅니다. 일종의 수퍼맨 비긴즈에 가까운데 선량하고 강한 엄마를 무척 좋아하는 슈퍼맨, 어찌 보면 건강한 시골청년 이미지를 잘 살렸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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