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푸팬더』는 1편을 극장에서 보긴 했지만 후속편은 개봉 당시에 놓치고 말았는데 그래서 좀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작품이었어요. 나중에 TV에서 방영을 해줘서 다음 시리즈들을 다 보긴 했습니다만... 역시 1편을 넘어서는 속편은 없단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된 시리즈물인 듯. 『쿵푸팬더』 1편의 강렬했던 악역 '타이렁'은 아쉽게도 이번에 시청한 2편에서는 포의 대사 한 번과 1편 회상씬 정도로만 언급될 뿐 그 뒤에 어떻게 되었는지 떡밥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다음 시리즈에선 꼭 나오길 바랐어요. 묻히기에는 너무 아까운 캐릭터니까요.
2편에서 새로 등장한 악역은 공멘성의 후계자였던 공작새 셴입니다. 뭔가 인간으로 치자면 야비한 성격에 중성적인 이미지를 가진 남성인데, 타이렁보다 좀 더 스케일이 큰 중국 정복을 꿈꾸는 악당이지만 맨몸으로 싸우기보단 대포라는 무기를 앞세우기 때문에 이야기의 전개 중 클라이맥스가 되어야 할 포와의 대결은 약간 맥이 죽은 느낌이에요. 하지만 왠지 게리 올드만의 허스키한 목소리나 그래픽으로 표현된 야비한 미소라던가 하는 느낌 때문에 얘도 맘에 들더군요. 그런데 막판에 뒤집힌 대포에 깔린 데다 설정상 죽은 게 확정이라는 듯.
이번 2편의 내용은 1편보다 좀 더 동양적 영웅담의 그것을 충실히 따라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영웅이 출현할 것을 예언 - 비극적인 탄생 -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채 자란 주인공 - 성장해 가면서 비밀을 알아채고 영웅으로 성장 - 악을 물리치고 원래 자리를 찾아간다는 구조를 나름 충실히 밟아가는데 다만 특이점은 포가 전형적인 영웅상이라기보단 뒤룩뒤룩 살찐 팬더에 마을을 습격한 늑대들마저 푹신해서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귀엽다는 점이랄까요?
이번 스토리를 보면서 상당히 동양적인 이야기를 담는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운명 운운하지만 애초에 불길한 예언이 성립된 것은 저 위의 셴이 부모의 기대에 어긋나게 비뚤어지면서 시작된 것이고, 점쟁이 염소조차도 셴이 착해지길 바란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틀이 잡혀 있어도 자기 앞길을 만들어가는 건 그 사람 나름이라는 동양적인 사고관이 이야기에서 드러나는 것 같더군요. 다만 전개에 있어서 1편과 같은 긴박감은 부족해 보이는데요.
이는 셴의 캐릭터 설정 탓이기도 하지만 극의 중반에 들어서면 감옥에 떨어진 포가 셴과 만나는 이후부터 전개가 좀 급박해 보이거나, 시푸가 갑자기 난입하여 도우러 온다거나 싸우길 거부하던 다른 쿵푸 스승들이 갑자기 싸움에 나서는 장면에서 설명이 부족하여 좀 뜬금이 없어 보이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전형적인 클리셰야 뭐 쓰는 사람이 잘만 쓰면 재미있게도 되기 마련이고 팬더인 포의 아버지가 거위인 것은 1편부터 미스터리인 설정이다 보니 설명이 필요한 점도 있어서 포가 예언의 아이고, 예언 때문에 일족이 습격당해 버려진 것 정도는 그냥 넘어가도 될 법해요. 팬더가 멸종 위기인 게 다 이유가 있었던 걸로.
그런데 포는 성장한 지금보다 아기 시절이 훨씬 귀엽더군요. 포가 살찐 이유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먹이고 또 먹여서인 듯... 그런데 아기팬더 나오는 장면 빼고 회상씬은 묘하게도 다 2D. 이번에도 포의 방정맞은 몸 개그와 수다스러움이 화면을 가득 채우는데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시푸의 다섯 제자의 비중이 1편보다 늘었지만 그래도 많이 나아진 거 같지는 않다는 점입니다. 다만 타이그리스 같은 경우는 미묘하게 포와 플래그를 세우는 장면이 많아졌습니다. 별로 달갑지는 않은 커플링이에요.
개그씬 중에서 웃겼던 것은 포가 아버지 이야기를 할 때 멘티스가 자기 아버지는 어머니한테 먹혀서 태어나기도 전에 죽었다고 한다거나 자기가 원하는 삶은 좋은 암사마귀를 만나서 결혼하고 잡아먹히는 거라고 한다거나, 셴 일당에게 붙잡혀 끌려갈 때 포가 드디어 숙적을 만났다며 '계단'을 노려본다거나, 다섯 제자들이 인질이 되었을 때 그들을 구하러 간 포가 셴에게 먼저 선전포고를 하는데 거리가 너무 멀어서 뭐라고 하는지 안 들린다거나 하는 등.
클라이맥스 대결에서 개그를 남발하는 것은 1편도 비슷했지만 이번에는 포가 멋지게 날린 삿갓이 힘없이 떨어지거나 거리 때문에 멋진 말을 주절거려도 서로 이야기가 닿지 않는 장면들은 뭔가 현실적인 장면을 그대로 도입한 것 같아 의도는 분명 개그의 연출이었겠지만 창작물들의 뻔한 클리셰들을 풍자하는 느낌까지 받았었어요. 외에도 개그 담당이지만 셴의 수족이었던 외눈박이 늑대 수장도 목소리나 생김새가 매력적이더군요. 그리고 막판엔 동료들을 위해 셴을 배반하기까지! 그나저나 왜 애니에서 늑대는 항상 악역 담당일까요? 마지막 부분은 일종의 다음 편 떡밥이랄지 포의 친부가 등장하면서 끝나더군요. 뭔가 숨은 은둔 고수 포스를 풍기기까지. 거기다 멸종된 줄 알았는데 팬더들이 바글바글.
귀종유리담이라고 일본에 그런 유의 작품들이 있다고 봤습니다. 귀한 집안의 사람이 버려져서 천하게 살다가 영웅적인 행동 끝에 나중에 귀한 자리를 찾는다는 이야기를 그렇게 칭한다고 하던데, 그래도 막판에 양부와 함께 일상으로 돌아가니 예상대로이긴 하지만 좋긴 좋군요. 현대의 작품들은 성장환경을 무시하는 결말을 지향할 필요는 없어서 그런지 대개 다시 원래 자란 곳으로 돌아오더라고요. 암만 귀한 놈이라도 원래 핏줄 그렇게 타고났다고 뜬금없이 귀한 자리 갖겠다 하는 게 더 납득 안 가는 법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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