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굿파트너』 16화 최종화를 이제야 보게 되었습니다. 최근 드라마 본방을 사수할 시간이 좀 부족해졌고, 보고 있던 드라마들이 시간대가 겹치는 경우가 많아 본방을 볼 경우 좀 더 내용이 궁금한 쪽을 먼저 보게 되는 경향이 생겼는데요. 개인적으로 『굿파트너』는 중반 메인이었던 주인공 차은경의 이혼 소송 이후 다뤄진 에피소드에서 아쉬운 점이 많이 보였어서 이 드라마를 뜸하게 보게 된 이유가 생겼던 것도 같습니다. 만약 이 드라마에서 아쉬운 점이 뭐였나고 묻는다면, 드라마에서 다뤄지던 각각의 에피소드들의 완급과 강약 조절이 잘 안 되어 어떤 에피소드는 매우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반면 어떤 에피소드는 굳이 저런 내용이 필요한가 싶을 정도로 작위적이거나 거북한 부분이 있었다고 답변을 할 수도 있겠네요.
또한 주인공들의 로맨스 또한 부수적으로 다뤄진다고 해도 내용의 몰입도를 떨어뜨릴 정도로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차은경을 짝사랑하는 정우진의 서사는 사람들이 매력을 느낄 요소가 충분히 있었고 그 짝사랑 서사가 메인 법정 서사에 몰입하는 걸 방해하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주인공 한유리가 전은호와 쌓는 로맨스 서사는 초반부터 술을 먹고 실수로 원나잇을 한 뒤 상대방을 이성적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최근 드라마에선 잘 써먹지도 않는 구식적인 클리셰를 시작으로, 과연 저 두 사람이 썸 타는 과정이 법정 드라마에서 필요한 것인가 의문을 자아내는 구석이 많았던 지라 큰 흥미를 일으키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둘의 로맨스 서사가 이런 장르의 드라마에서 크게 매력적인 요소가 있던 것도 아니었고요.
차라리 담백하게 동료로 설정하고 후반부에 썸을 타면서 열린 결말로 마무리했더라면 큰 흥미는 없더라도 내용에 방해가 된다 싶을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말이죠. 후반부로 갈수록 차은경과 정우진마저 이 둘을 어떻게든 엮어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는 듯 구는 것이 그 둘이 평소 보인 캐릭터 성격에 비하면 의아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자꾸 이 로맨스 서사를 억지로 시청자들에게 들이미는 느낌이라 드라마 자체의 흥미를 떨어뜨리는 수준이었어요. 넷플릭스로 봤기 때문에 이 부분은 빠르게 볼 수나 있었지 본방이었다면 분명 이런 장면에서 다른 일을 하려고 자리를 비웠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또 하나 아쉬운 점이라면 다른 젊은 부부들의 이혼 사건과 달리 드라마에서 황혼 이혼에 대해서는 부부가 갈라서려는 걸 부정적으로 본다는 인식이 느껴졌는데요.
이번에 차은경과 한유리가 수임하게 된 대정의 전 대표인 오대규와 그 부인의 이혼 소송 건은 15화 엔딩에서 궁금증을 크게 불러일으켰던 것과 달리 극적인 화해라는 방식으로 마무리된 것이 아쉬웠습니다. 오대규의 부인은 강하게 이혼을 요구하는 입장인 반면, 오대규는 이혼을 거부하는 입장이라 차이가 심했고 부인 쪽은 혼외자인 정우진을 불만 없이 양육했다는 언급이 있었을 만큼 흔한 드라마에서 보이는 혼외자와 본부인 사이의 갈등 같은 게 둘 사이에는 없었다는 점이 특이하다면 특이하다고 할까요? 오히려 대정에 의뢰한 부인(정우진은 숙모라고 지칭) 쪽에 정우진이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걸 본다면, 둘의 관계 자체는 막장 드라마의 그것과 같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막장 드라마의 갈등 같은 건 없었던 것으로 추정되더라고요.
각각 상대방을 의뢰인으로 둔 차은경과 한유리는 의뢰인들의 대화 시간을 만들어 소통 부재였던 두 사람의 '통역' 임무를 맡아 두 의뢰인의 묵은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아 재결합으로 이끌게 되는데 지난 황혼 이혼 에피소드도 그렇지만, 묘하게 이 드라마는 젊은 부부들의 이혼 소송과 다른 방향으로 황혼 이혼을 다룬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오대규의 이혼 소송도 드라마라고 하지만 지나치게 갑작스럽고 극적인 방식을 이용해 마무리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최종화 에피소드는 메인 사건이나 불필요한 로맨스보다는 새로이 등장한 이혼팀의 신입 변호사 이한나(배우 고아성 분)의 등장 부분이 더 흥미를 끌었는데요. 이한나가 초반 이혼팀 신입이었던 한유리를 연상시키고 차은경의 롤을 한유리가 맡게 된다는 점에서 재미가 있더라고요.
이한나는 나름 고집도 있고 자신이 맡은 사건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을 경우 고민하는 경향을 보이는 등 초반의 한유리를 닮았다는 걸 인지시키는데, 이런 이한나의 포지션으로 하여금 한유리가 차은경의 심정을 역지사지하게 되었다는 점이 흥미롭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한나가 중반 맡은 사건은 의뢰인 측이 내연녀를 다섯이나 둔 데다 소장을 받은 내연녀들을 전부 자기 돈으로 대정 사무실에 맡긴 거고 반대로 부인 쪽에선 불륜의 증거를 잡아 차은경에게 소장을 맡긴 사건이라 이한나가 고민한 것도 이해가 가긴 했어요. (대체 남편 쪽이 얼마나 철면피인 건지...) 어쨌든 이 드라마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흥미를 끄는 건 차은경과 한유리의 워맨스였으며, 또 다른 여성 캐릭터와의 연대도 시선을 끌기 때문에 만약 2시즌이 나온다면 쓸데없는 로맨스 빼고 이쪽에 더 중심을 잡아줬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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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김지상이 등장하여 재희와 면접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우려하던 차은경과 재결합 여지는 없었고 유책이 있는 사람이긴 합니다만 자식과의 관계는 또 다른 문제라 이 부분은 나름 무난하게 마무리했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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