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좋거나 나쁜 동재』 1화를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좋거나 나쁜 동재』는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 감초 역할을 했던 검사 서동재(배우 이준혁 분)를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인데, 티빙 오리지널로 제작되었다고 하는 이 드라마를 TV로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못했어요. 딱히 티빙에 가입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비밀의 숲』 전 시즌을 흥미진진하게 보기도 했고 이번 드라마도 재미있어 보이긴 했지만 볼 기회는 없을 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요. 그런데 오늘 tvN에서 첫 방영을 한다는 이야기에 본방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본편인 『비밀의 숲』에서 서동재는 주인공인 검사 황시목(배우 조승우 분)이나 경찰 한여진(배우 배두나 분)과 달리 정의로움과는 좀 거리가 있고 출세욕이 강한 면이 있음에도 등장만 하면 분위기를 전환해 주는 역할이었던지라 인상이 크게 남았었거든요.
그리고 2시즌에서는 사건에 말려들어 납치에 살해 위협까지 겪는 등 감초 역할이라고 하기엔 다사다난한 일을 많이 겪은 인물이긴 한데, 만약 이 서동재가 주인공이라면 그래도 주인공이니 대놓고 나쁜 짓은 하지 않을 것 같고 일종의 안티 히어로 역할을 맡으며 사건을 끌어가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안티 히어로들이 사회적인 정의와는 거리가 멀게 행동을 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득이 되는 좋은 결말을 이끌어내듯 서동재 역시 자기 이익을 위해 싸우다가(?) 어찌어찌 큰 사건 하나를 해결하게 되는 게 아닐까 싶었거든요. 또 예고편에서 빌런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하나 등장했는데 그가 바로 건설사의 대표인 남완성(배우 박성웅 분)이며 작중 묘사를 보면 서동재와는 구면으로 굉장히 껄끄러운 사이로 추측이 되더라고요. 예고편을 보면 충분히 그럴만하겠다는 암시가 나오기도 했고요.
그런데 예고편에 나온 서동재의 모습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떳떳함과는 거리가 상당히 먼 인물이기 때문에 이번에 승진하지 못한 것도 나름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는 했을 정도. 일단 1화 본방을 보니 드라마의 시점은 2시즌 서동재가 납치 사건을 겪은 뒤로 추정되던데 과거 사건의 기사를 보면서 자신의 기분을 달래는 걸 보면 말이죠. 오프닝부터 서동재는 승진에서 밀려 부장이 되지 못한 것에 열패감을 느끼지만 그래도 상사인 부장님이나 다른 직원들 앞에서 웃는 낯을 잃지 않는 멘탈력을 자랑하면서 등장합니다. 물론 후배가 먼저 승진한 것에도 열등감을 느끼고 분노 때문에 엘리베이터에서 소리를 지르다가 다시 사람들 앞에서 멀쩡한 척하는 등 개그씬을 선보이기도 하는데 그야말로 드라마는 서동재다움을 제대로 어필하면서 이야기의 서문을 열고 있어요.
하지만 출세욕이 강한 그의 바람과는 달리 그에게 배정된 사건은 눈에 띄는 것이 없는 소소한 사건들입니다. 그 와중에 서동재는 교통사고로 운전자가 소유한 1억 원 상당의 고가 도자기가 파손된 사건을 맡게 되는데 서동재는 처음부터 그 사건을 대단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합의를 유도합니다. 그런데 그 사건의 가해자가 근방 노인들에게 천 원이라는 저가로 식사를 제공하던 행복식당이라는 가게의 사장이며, 그 가게가 미담 덕택에 무려 장관으로부터 표창장까지 받을 뻔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서동재는 이 사건을 이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조사를 하게 되는데 여기서 어딘가 수상쩍은 사실들이 하나 둘 밝혀지게 돼요. 미술관에서 파는 고가품일 경우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특송으로 배송되는 것이 원칙임에도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어떤 인물에게 도자기를 선물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차로 운반하겠다고 한 사실을 알게 되거든요.
서동재는 조사와 약간의 우연으로 인해 피해자가 일부러 사고를 유발한 것을 알아내는데 사건의 전말은 행복식당을 포함한 근처의 땅이 개발에 들어갔고, 행복식당의 사장(현 교통사고 가해자)이 가게를 팔지 않자 건설사의 대표인 남완성이 사장을 압박하기 위해 일부러 거액의 소송 사건을 일으키도록 손을 쓴 거라는 게 드러납니다. 드라마가 10부작이기 때문인지 생각보다 사건의 진실이 금세 밝혀지는 등 꽤 전개가 빠르나 싶더니 후반부에 어떤 반전이 드러나는데요. 행복식당 사장이 서동재가 찾아왔을 때 가게를 포기하지 않는 완고한 입장을 밝히면서 이후 뭔가를 분쇄(?) 해버려야 했다고 중얼거리는 장면을 보면 가게 안에 떳떳하지 않은 것, 예를 들면 시신 같은 게 숨겨져 있겠다 예상을 했었는데요. 그런데 진짜 가게 마당에 사장이 살해한 사람이 묻혀 있었고 그걸 꺼내는 광경을 하필 서동재가 목격하면서 전개는 예측할 수 없게 흘러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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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을 꺼내는 걸 목격한 서동재가 사장한테 붙잡히고 살해당하기 일보까지 가는 건 왠지 2시즌의 내용이 연상되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상황 속에서도 입을 털면서 살아갈 방도를 모색하는 게 진짜 딱 서동재답다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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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이 드라마에는 선한 인물이 없을 것 같은 느낌. 서동재가 악한 인물은 아니지만 떳떳하다고는 할 수 없는데 서동재 특유의 캐릭터가 있어서 그런지 나쁜 놈들이 등장해도 분위기가 무겁지는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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