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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비소설 기타

『아이를 죽이는 아이들』 리뷰

by 0I사금 2025.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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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아이를 죽이는 아이들』은 일본의 정신분석의가 일본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세 가지 미성년자들의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살인범 아이들의 심리와 환경 등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뤄지는 사건들 중에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인터넷상으로 접한 적이 있는 '사카키바라 살인사건'도 포함되어 있고요. 제목에서 유추가 가능하듯, 이 살인사건들의 범인은 대개 10대 초중반의 어린아이들이며, 심지어 여자아이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카키바라 사건은 알려진 게 많아서 설명을 중략하고 나머지 두 사건을 간략하게 이야기하자면, 중학생 소년이 아직 유아인 남자애를 납치하여 성추행을 시도하고 성기를 손상시킨 뒤, 아이가 울자 사건을 은폐할 목적으로 어린애를 옥상 밖으로 던져서 사망시킨 사건과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동급생인 여자아이를 칼로 찔러서 살해한 사건입니다. 사카키바라 사건이 워낙 유명하여 나머지 두 사건은 묻히는 감이 있지만 역시 나머지 두 사건도 엽기성과 가해자가 10대라는 사실 때문에 일본 열도가 발칵 뒤집혔었다고요.

 

보통 이런 살인사건들을 분석할 때 으레 집에서 부모와 소통이 적고 학대를 받았다거나, 어린 시절 트라우마가 있다거나, 혹이 사이코패스 기질이 있다느니 하는 소리가 따라오고 있지만 분석이 그 정도 수준에 그쳤다면 제가 이 책을 기억할 이유도 없었을 듯. 책에서 지적하고 있는 것은 으레의 통념 혹은 편견 어린아이들은 사악하지 않다는 어른들의 제한된 사고방식을 꼬집는데, 물론 살인범 아이들의 가정환경 문제도 언급되긴 하나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라 어린아이들이 어른과 같은 생각으로 사고를 치지 않을 거라는 믿음 때문에 아이들을 방치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패러독스 범죄학』 같은 책에선 청소년 범죄율은 출산율의 감소로 줄어든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청소년의 숫자가 늘든 줄든 학교폭력이나 미성년자에 의한 살인과 강간은 예나 지금이나 현재 진행형으로 일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에요. 여기에 어른들이 가지는 유년기 혹은 미성년 시절에 대한 환상, 대개 매체를 통해 더 강화되는 '아이들은 순수하다'라는 편견 혹은 좀 더 흔히 듣는 말로 말한다면 '애들이 그럴 수도 있지' 또는 '애들이 뭘 알겠어'와 같은 사고방식이 지금까지의 사건들을 악화시켜 왔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책에선 어른들이 갖는 그런 사고방식의 위험함을 지적하면서, 어린아이도 어른과 같은 본능이나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길 강조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어린 아이가 살인을 저지른 것에 경악하는 이유도 위와 같은 편견이 작용했기에 더 충격이 컸던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아이들에게 하지 말아야 할 일과 해야 할 일을 구분 짓게 하는 일을 사회화라고 한다면 그 사회화를 도울 사람은 어른들인데, 자신들의 어린 시절은 생각하지 않고 아이들을 마냥 백지의 존재로 여기는 것도 아동학대만큼이나 아이들의 사회화를 막는 장애물일 수도 있다고 책에서 지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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