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멧돼지 사냥』4화, 마지막 화 리뷰입니다. 이 드라마는 4부작의 짧은 내용이지만 어째 보는 과정이 험난했었던 느낌입니다. 어쨌든 이번 회차로 마지막까지 본방으로 볼 수 있었는데요. 전체적인 감상으로는 오래간만에 보게 된 흥미진진한 스릴러였고, 시골 마을의 폐쇄성과 이기적인 모습을 풍자하는데 성공적이었다는 생각. 다만 회차가 좀 더 길었다면 미처 풀지 못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었고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더 활용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방영을 일주일에 한 번이 아니라 그냥 월요일과 화요일을 이어서 보여줬다면 끊기는 느낌이 없이 더 몰입감 있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제일 궁금했던 과거 마을에서 현민의 부모를 죽음으로 몰고 간 화재 사건의 진실인데, 분량 문제인지 아니면 일부러 이 부분은 모호하게 처리했는지 작중에서 잘 묘사되지 않더라고요.
4화의 오프닝에는 인성의 고백, 어떻게 현민을 죽였는지 그 과정이 자세하게 나오는데 현민이 인성에게 가한 학폭 행위는 생각보다 더 노골적으로 묘사되어 초반 20여 분은 보기가 괴로웠을 정도. 현민은 할머니로부터 마을 사람들이 자기 부모를 불태워 죽였다는 말만 믿고, 인성을 타깃 삼아 괴롭혔는데요. 솔직히 애라고 하지만 하는 짓이 너무 악질적이라 나중에 죽는다고 해도 불쌍하지 않았을 정도. 오히려 얘를 찾고 다닐 할머니가 더 안쓰러웠다고 할까. 그리고 이번 회차를 통해 그간의 진실, 멧돼지 사냥 당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진실이 밝혀졌는데, 당시 영수가 쏜 건 현민이 맞았습니다. 인성을 괴롭히기 위해 숲으로 그를 끌고 온 현민은 사냥을 나온 어른들과 부딪힐 것 같아 몸을 숨겼고, 그때 현민의 움직임을 오인한 영수가 총으로 그를 저격한 것.
하지만 총에 맞았다고 바로 목숨이 끊어진 건 아니었는데, 인성은 그때 그를 구해주기보단 그동안 괴롭힘 당한 보복이었는지 아니면 아버지를 감싸기 위해서였는지 현민의 목을 졸라 살해하게 됩니다. 그다음 멘탈이 털려 산을 헤매다가 겨우 집으로 돌아온 것이고요. 이 사실을 알게 된 영수와 채정은 형사 두만이 사건 조사를 위해 찾아올 때 인성에게 현민과 놀다가 낮잠을 잤고, 그 사이에 현민이 사라진 거라 말하라고 지시하는데요. 문제는 두만은 현민이 인성에게 학폭을 저질렀단 사실을 알고 있었고, 처음엔 여기서 두만이 사건의 진실을 캘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두만이 극 중에서 하는 일은 없는 편인데 드라마가 후반으로 흐를수록 그 주제가 시골 마을의 폐쇄성과 침묵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형사인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두만의 캐릭터가 거의 나오나 마나 한 수준이 된 건 아쉬웠다고 할까.
딱 시골 사람들이 입을 맞추고 진상을 묻어버리면 공권력도 뭘 어쩔 수 없는 막막한 현실을 보여주는 캐릭터 같았습니다. 비슷하게 인성의 담임 역시 교사의 입장에 있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방관자가 되는 케이스를 상징하는 거였고요. 오히려 이 드라마는 살인 사건의 진실보다는 같은 마을 사람끼리 담합하여 진실을 묻는 것이 더 소름 끼친다는 걸 보여준다고 할까요. 중반 진국의 부인이 수술을 하기도 전에 숨을 거두고, 장례식이 열리면서 영수는 진국을 위로하려고 어깨를 터치하다가 그가 총상을 입은 걸 발견하고 자신의 돈 5억을 갈취한 게 친구들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는데요. 분노한 영수가 식칼을 들고 진국을 죽이려 들어 또 살인이 나나 싶더니 진국은 울면서 감성에 호소하고 영수는 그에 무너져 같이 울게 되는데 처음엔 이 전개를 보면서 좀 '잉?' 이랬다가 현민이 언급되자 분위기가 바뀌는 연출이 오싹했을 정도.
중간에 서늘한 분위기로 바뀌는 장면이 이때랑 인성이 아버지에게 과거 화재 사건을 물었을 때였는데 당시 영수의 이런 태도 때문에 떳떳하지 않은 구석은 있구나 싶을 정도였어요. 영수와 그 친구들은 장례식 중간에 나와 매장된 현민의 시신을 근처 물가에 수장하는 짓까지 저지르는데요. 결국 현민의 죽음은 이렇게 입막음되고, 진실은 묻히는 답답한 결말인가 싶더라고요. 학폭을 저질렀기 때문에 죽은 게 불쌍하진 않지만 일단 살인은 살인이고, 거기에 아는 동생인 주엽까지 죽인 게 현실인데 나중에 친구들이 하는 말을 들으면 주엽의 죽음도 그들은 짐작하고 있었고, 일부러 모른 척한 상황이라는 게 드러나요. 이렇게 서로의 범죄를 모른 척한 채 아무런 벌도 받지 않고 끝난다면 굉장히 답답한 결말이다 싶을 찰나에 현민의 할머니가 기름통을 들고 나타나 잠든 그들의 주변에 기름을 뿌린 뒤 불을 지릅니다.
그리고 불타는 집을 나오는 현민의 할머니 앞에 그동안 마을 사람들을 골치 아프게 했던 멧돼지가 나타나 두 존재가 마주치는 것이 이 드라마의 결말. 어쩌면 현민의 할머니가 자식 부부가 죽은 화재를 계속 입에 올린 이유가 이 결말을 위한 암시가 아니었나 싶더라고요. 또 막판에 주인공들이 사건이 끝난 후 그동안 골치를 썩인 멧돼지 사냥에 성공하는 장면이 나왔지만, 방화를 저지르고 나온 현민의 할머니 앞에 또 다른 멧돼지가 나타난 건 좀 의미심장했다는 느낌인데요. 개인적인 해석으로 '멧돼지 사냥'의 의미는 멧돼지가 벌이는 짓보다 더 심각한 짓을 저지르는 마을 사람들의 이중적인 모습과, 기어이 서로를 사냥감처럼 여기게 되는 구조를 빗댄 것 같더라고요. 또한 멧돼지가 마을에 하나 더 남아있었다는 사실은 진실을 묻은 이상 이 마을에서 어떤 식으로든 사건이 또 터지게 되는 걸 풍자하는 거라고 여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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