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드라마 『히야마 켄타로의 임신』은 넷플릭스에서 추천하는 작품이라서 찜은 해 두었는데 정작 보게 된 건 몃 달이 지난 나중이었습니다. 하지만 소재가 워낙 특이해서 잊지 않고 있었고 회차를 살펴보니 대략 한편 당 25분 정도 총 8부작의 짧은 편이라 어렵지 않게 이틀 만에 정주행 할 수 있었어요. 일본 드라마는 많이 보지 못했지만 은근 소재 참신한 내용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달까요. 아니면 넷플릭스가 과감한 건지... 참고로 이 드라마는 원작 만화가 따로 있다고 하길래 왠지 보고 싶어졌는데 한국에 정발 되었는지는 모르겠네요.
남성이 임신한다는 특이한 소재긴 하지만 포스터라던가 예고편 분위기를 보고 힐링 드라마에 가까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힐링 요소가 강하기는 하지만 현실 빌런에 가까운 인간들이 없는 것도 아니며 등장인물들 사이의 갈등이 묘하게 현실적이라 답답함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없지 않았어요. 현실적인 임신이나 출산 문제, 남자 주인공이 임신을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여성들이 임신을 할 경우 회사나 사회에서 겪는 불편이나 차별적인 시선에 대해 다룬다는 느낌을 받았던 드라마예요. 말하자면 일종의 미러링이라고 해야 할까.

특히 회사의 남성 직원들이 여성 직원들이나 임신한 켄타로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서 묘하게 짜증이 일어나는 경우도 한두 번이 아니었고, 켄타로의 여자친구 아키의 고향 사람들이나 동창들이 하는 말은 차별주의자의 그것에 가까워서 보기 거북했을 정도. 드라마 세계관에서는 남성 임신이 소수이긴 해도 아예 없는 확률은 아니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임신한 남성들이 그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많은데 주인공 켄타로는 광고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고 획기적인 마케팅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남성인 자신이 임신한 걸 드러내기로 합니다.
그렇게 켄타로의 임신이 일본 내에 알려지면서 여러 가지 해프닝이 벌어진다는 게 주 내용이긴 한데, 시작은 그저 회사 내에서 실적을 내겠다는 욕심이었겠지만 켄타로의 임신을 시작으로 일본 내에서 목소리를 낼 수 없던 임신한 남성들의 존재가 인정되는 엔딩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사회적인 문제에서 누구 한 사람 용감하게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을 때 변화가 시작된다는 점에서요. 보통 알고는 있지만 사람들이 자신이 없어서, 혹은 자기가 피해를 볼까 봐 모른 척하거나 묵인하던 일을 드러내고 해결할 수 있게 만드는 건 결국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달까.
동시에 드라마가 현 세태를 제대로 풍자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임신한 켄타로가 겪는 불편은 다른 임신한 여성들이 겪는 이야기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남성인 켄타로가 SNS에서 토로한 말을 더 들어준다는 점 등 소소하게 현실을 비판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성인 켄타로가 임신하는 주체고, 여성인 아키의 아이를 배게 된 지라 보통 현실에서라면 남성이 하게 되는 말을 여성인 아키가 하게 되는 장면은 어딘가 날카로우면서도 웃겼던 상황. 아키가 일과 켄타로와 앞으로 태어날 아이를 두고 고민하는 장면도 현실에서 일어나는 상황의 성반전 장면이면서 동시에 현실을 꼬집는 장면 같았습니다.

드라마에서 가장 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은 건 죽은 줄 알았던 켄타로의 아버지가 돌아오고 켄타로가 만든 남성 임산부들 카페 상대로 사기를 치는 일을 벌였을 때였습니다. 켄타로가 태어나자마자 도망갔다던 아버지가 나타났을 때 그 의도가 불순하겠구나 생각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발암이라 이 회차는 좀 빠르게 볼 수밖에 없었는데요. 하지만 켄타로의 아버지도 알고 보니 임신을 해서 켄타로를 낳은 인물이었고 과거에는 남성 임신에 대한 시선이 더 나빴기 때문에 그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을 간 인물이라는 사실이 나온 것과 사기 친 돈을 쓰지 않고 켄타로 일행에게 돌려주면서 이미지가 좀 누그러지긴 합니다.
그렇다고 회피충이라는 사실을 벗기는 힘들지만... 재미있는 건 아버지를 개과천선 시키거나 실은 아버지도 좋은 사람이라고 합리화하는 전개로 가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는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인정하며, 사람의 인생이란 원래 예기치 못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켄타로 스스로 성장하는 계기로 작용한다는 점이에요. 반면 임신한 남성 동료였던 미야지가 유산한 에피소드는 좀 슬펐습니다. 사람들 시선이 안 좋더라도 아기를 낳고 싶었다고 했고, 아버지 일로 켄타로가 힘들었을 때 도움을 준 인물인데 작중에서 더 자세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 좋은 소식 있었으면 했던 인물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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