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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비소설 기타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 리뷰

by 0I사금 2025.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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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라는 소재는 외국 영화에서 많이 쓰이는 소재이고 이 책은 제목이나 겉표지만 봐도 외국의 서적을 번역한 티가 팍팍 나는데, 저자를 살펴보니 바로 유명한 좀비소설 『세계대전 Z』의 작자더라고요. 책을 발견했을 당시만 해도 소설 『세계대전 Z』는 읽고 싶어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 책을 빌려오게 되었는데 실은 리뷰를 쓸 때 이 책을 소설카테고리에 넣어야 할지 비소설카테고리에 넣어야 할지 망설였습니다. 재난 가이드의 형식을 띠고는 있지만 엄연히 '좀비'라는 가상의 소재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요. 그래도 내용이 소설처럼 어떤 서사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 블로그의 비소설카테고리에 넣기로 했습니다.


이 책은 정말 제목 말마따나 솔라눔바이러스라는 가공의 좀비바이러스가 퍼져 좀비로 인해 인간들이 고립되었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혹은 해야 할 목록들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좀비들을 상대로 할 수 있는 무기의 종류에서부터 좀비들에게서 안전하게 몸을 지킬수 있는 거처와 건물의 종류, 도망칠 수 있는 탈것의 수단부터, 고립된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며 도망칠 경우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곳이 좀비들의 위협에서 피하기에 적합하지를 장단점을 들어 설명합니다. 읽다 보면 저자가 엄청나게 조사를 했다는 게 실감이 가는데, 어찌 보면 좀비라는 소재를 제외하고 봤을 때 일종의 재난 가이드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은 재난때와는 달리 좀비로부터 가장 안전한 곳은 평소에 인간이 꺼려하는 위험한 곳이라는 점이 아이러니한 부분이었어요. 


거기다 책에서는 인류의 적이 좀비만이 아니라 인간들중에도 있음을 계속 지적하는데 좀비만이 아니라 재난사태가 발생하여 인간들이 고립되면 이 인간들을 습격하여 욕망을 채우는 '미친 악질'들이죠. 처음 가이드 형식의 설명에 익숙하지 않아 몰입이 어려웠는데 한번 빠져들게 되니 진짜 좀비가 나타날 거 같다는 생각으로 책을 독파해 나갔습니다. 종종 재미나게도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집은 좀비의 위협으로 안전한가-보면 책에서 이층이 일층보다 안전하고 계단은 무조건 파손하라는 설명이 나오는데 대부분 한국의 이층짜리 주택들은 미국영화에 나오는 아파트형 건물의 조립식 계단과는 달리 시멘트로 계단이 만들어진 곳이 태반이라 한국에서 좀비들이 출몰하면 이층 집이라도 안전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더군요. 


책의 몰입도 때문인지 조만간 갑작스럽게 좀비가 등장할 것 같다는 불필요한 망상에 시달리기도 했는데 가끔 좀비가 등장하는 악몽을 꿀 때 항상 좀비한테 먹히는 부분에서 꿈에서 깨어났다는 점이 기억나더라구요. 아무래도 대량의 좀비사태가 실제로 발생한다면 공포 속에서 자살하는 사람들도 못지않게 속출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책의 재미난 부분은 가이드 형식의 앞부분 말고도 역사 속의 (가공의) 다양한 좀비 발생 사태를 기록한 부분입니다. 속표지 부근의 저자 설명에 따르면 이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를 낸 지 얼마 되지 않아 『세계대전 Z』를 썼다고 하니, 뒷부분의 세계 다양한 곳의 좀비 발생 사태는 『세계대전 Z』의 복선 내지 예고편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가상의 좀비 사태에 한국의 이야기는 만주국에서 일본 측의, 좀비를 이용한 생체실험 편에서 '한반도 남부'라는 단어 하나로만 언급이 되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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