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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 리뷰

by 0I사금 2025.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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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시간이 지났지만 극장은 아니고 OCN에서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을 방영해 줄 적에 우연히 TV 앞을 지킨 적이 있습니다. 다른 리뷰를 접한 적은 있어도 시리즈 자체에는 흥미가 없었는데 그때 TV에서 보고는 상당히 흥미를 느끼게 되었죠. 아마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을 해 줄 당시에 두 번째 시리즈인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 역시 극장에서 내린 지 오래된 지라 시리즈에 흥미가 생겼어도 다음 편을 보러 갈 기회가 없어졌는데요. 이후 OCN 채널에서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을 방영해 준 덕에 드디어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다 보고 느낀 건데 시저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질 것이긴 하지만 파트너가 될 인간 캐릭터는 계속 바뀔 것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전편 인간 주인공 윌은 아무래도 시간 흐름 상 죽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고 하니까요.

영화의 오프닝은 진화의 시작 엔딩에서 연구실에서 만들어진 바이러스가 세계로 퍼졌음을 암시하며 끝났듯 이제는 그 바이러스 때문에 인류가 거의 종말에 가까운 상황임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면서 시작합니다. 반면 유인원들은 숲 속에서 자신들만의 거처를 만들어서 생존함을 보여주는데 인간의 불우한 상황과는 대비적으로 유인원들의 숫자가 상당히 늘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어요. 영화를 보면서 재미있다고 느꼈던 점은 유인원들끼리 소통을 할 때 대화가 아닌 수화를 이용한다는 점인데 이는 말을 할 수 있는 유인원 개체가 아직은 시저를 비롯한 몇몇 정도이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영화 개봉 당시 예고편 같은 것을 종종 봤기에 이 영화의 내용이 생존자인 인간들과 유인원과의 전쟁이 될 거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이 가능했습니다. 게리 올드먼이 맡은 역인 드레퓌스가 인간 편에서 상당히 극단적인 모습임을 암시하는 장면이 있었기 때문에요.

그렇기 때문에 예고편 같은 정보를 보고 막연하게 짐작한 것은 이번 편의 인간 주인공 말콤과 대비되는 극단주의자들로 인해 인간의 병크가 터져 유인원과의 화해가 물 건너가는 건가 싶었는데 오히려 그런 뻔한 예상을 뒤집고 화해 무드를 깨뜨리고 전쟁의 불씨를 던진 건 유인원 측, 바로 코바입니다. 물론 과도하게 겁을 먹어 과민반응을 보인 탓에 분위기를 일그러뜨린 인간 카버의 잘못도 없진 않으나 인간들이 실수를 저질렀건 안 저질렀건 유인원 측 극단 주의자 코바가 있는 이상 유혈 충돌을 피할 수 없었던 셈. 어차피 코바와 시저의 대립은 전편에서부터 깊게 암시된 상황인 셈이기도 했고요. 하지만 코바 자체가 아예 불을 지를 줄은 몰랐다고 해야 할까요. 인간들은 분위기를 그저 해쳐서 화해를 유보시킨 정도지만 영화의 모든 사태는 거의 코바에 의해 저질러졌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

카버 이야기로 넘어가면 배우는 미드 『오즈』나 『프린지』에서 비중을 차지했던 배우(커크 아서베이도)라 반가운 얼굴인데 캐릭터 역할이 참 민폐입니다. 사람이 생존의 갈림길에선 어느 정도 겁을 먹는 것도 필요하고 공포심이 있어야 위기를 감지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이것이 과도하게 작용하면 오히려 생존을 깎아먹는다는 것을 고대로 드러내주는데요. 행동을 보면 트라우마가 될 만한 것이 과거에 있지 않을까 추측이 되긴 합니다만 솔직히 현실이든 창작물이든 몇몇 성장을 다루는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면 지나친 겁쟁이 캐릭터가 도움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반면 드레퓌스 같은 경우는 겁은 없지만 역시 문제를 심각하게 만든다는 데서 인간 쪽 코바 캐릭터에 가까우나 코바 측이 지나치게 열폭하고 무능한 캐릭터로 그려져서 드레퓌스는 오히려 그 상황이 이해가 가는 깔끔한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코바의 행동을 보면 도덕경 해설에서 본 가장 질 나쁜 군주는 공포정치를 펴는 군주라는 말이 들어맞는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능과 열등감을 공포와 독재로 덮는다고 해야 할까요.

영화 내내 강조된 키워드는 바로 신뢰(trust)인데 이 신뢰 관계가 두드러지는 것은 인간인 말콤과 시저의 관계입니다. 인간과 유인원의 유대관계라도 전편의 인간 주인공 윌(제임스 프랑코 분)이 있었는데 윌이 시저에게 아버지와 주인이 섞여 애정을 주는 역할이었다면 이번 편의 인간 주인공 말콤은 종을 뛰어넘어 믿게 되는 친구의 관계로써 부각됩니다. 최근에 감정선이 개연성이 없거나 그 묘사가 부족한 작품들 관련 정보를 찾아보다가 지나치게 동료의식이나 유대, 혹은 사랑을 강조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지는 작품들에 비판적이 된 구석이 있는데 이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은 일종의 작품 정화라고 해야 할까요. 그들의 유대관계는 시저가 말콤에게 전쟁을 일으킨 것은 비록 자신이 의도한 것은 아닐지라도 유인원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며 전쟁을 피할 수 없으니 도망을 치게 하는 등 그 성장과 반성이 엄청난 시너지를 일으킵니다. 종을 초월한 대등한 관계에서의 연대의식의 묘사나 과오의 인정 등 눈여겨볼 점이 많은 작품이란 생각이 들어요.

다만 이 둘이 유대관계를 쌓게 된 데에는 상황과 환경의 동질성이 크다는 생각이 드는데 일단 말콤 자체는 카버나 드레퓌스와는 달리 이성적으로 상황을 판단하며 유인원들과 접촉할 때도 폭력을 자제하려는 측면이 강한 데다 시저는 진화의 시작에서 드러나듯 인간의 사랑을 경험했고 인간의 다양한 면을 알고 있는 데다 스스로도 이성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게 어필이 되기 때문입니다. 상황 자체만으로 봤을 때 시저나 말콤이 오히려 특출 날 정도의 멘탈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 지경. 반면 코바는 계속 연구실 실험체로 고문에 가까운 경험을 했기 때문에 인간을 증오하게 됐는데 오히려 이 증오가 독이 될 것이라는 것을 시저는 영화 초반부터 지적을 합니다. 독기와 증오로 가득한 자들이 저지르는 짓이 파괴적이라는 것을 고대로 보여준다고 할까요. 참고로 코바의 죽음 장면은 전편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의 마지막 장면 오마주라는 게 느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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