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와 애니메이션

『우주전쟁』 리뷰

by 0I사금 2025. 6. 10.
반응형

예전에 블로그에 도서관에서 발견한 허버트 조지 웰스의 소설 『우주전쟁』을 감명 깊게 읽고 리뷰를 쓴 바 있습니다. 허버트 조지 웰스의 소설들은 『투명인간』을 시작으로 흥미를 갖게 되었는데 도서관에서 발견한 종류야 『투명인간』과 『타임머신』그리고 이 『우주전쟁』 그리고 단편소설 일부 정도뿐이지만 어느 소설이든 굉장히 흥미 있게 읽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그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다고 생각한 것은 다름 아닌 『우주전쟁』인데 보면 이 소설이 굉장히 제 취향에 맞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일단 소설의 소재 자체가 굉장히 시대를 앞서간 것도 있겠거니와 외계인의 침공에 맞서 싸워 승리하는 인간이 아닌 거대한 존재 앞에 얄짤 없이 무너지는 인간 군상들을 실감 나게 묘사했다는 점인데 잘만 각색하면 현대에도 무리 없이 먹힐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특히 소설의 무기력한 인간과 인간을 식량으로 삼는 외계인들의 모습을 극대화한다면 상당히 무서운 내용이 되겠단 생각도 들었고요.

으레 이런 앞서나간 소설들이 그러하듯 이 『우주전쟁』도 여러 번 영상화되었다고 하는데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소설 『우주전쟁』 기반 영화라면 2005년도에 개봉된 스필버그 감독의 톰 크루즈가 주연한 영화 이 『우주전쟁』입니다. 당시 개봉했을 때 간간이 찾아본 평들은 뭔가 엇갈리는 구석이 많아 보였는데 어딘가 영화의 내용이 사람들의 기대와는 많이 달랐다는 느낌. 하지만 이제야 소설을 읽어본 끝에 원작의 라인을 무리 없이 따라가되 현대에 맞게 제대로 각색을 해 준다면 영화가 꽤 재미있을 거란 기대가 생겼고, 특히 할리우드 영화 하면 CG 부분에선 대단한 게 있으니 한번 보고 싶단 마음이 들었는데 마침 OCN에서 영화를 방영해 준 덕에 보게 되었습니다. 내용은 일단 알고 있다 쳐도 괜히 기대를 깨고 싶지 않아 자세한 평들은 스킵했는데, 영화가 12세 관람가인지라 초장부터 조금 아쉬운 구석은 있었어요. 원작의 공포스러운 묘사가 많이 깎여나가진 않을까 하고요.

일단 미국에서 영화가 만들어지면서 이야기의 배경은 영국이 아니라 미국이 되는 것은 당연했는데 배경의 변화는 굉장히 자연스럽다는 생각입니다. 원작자인 허버트 조지 웰스가 살았던 시절이 나름 영국의 리즈시절이고 그렇기 때문에 외계인들 손에 가차 없이 무너지는 영국의 모습이 충격적이라면 다른 나라들보다 땅덩어리 크고 기술력도 앞서나간 미국이 무너지는 모습 또한 - 사실 할리우드 영화에선 이런 장면들이 많기도 하지만 - 설득력 있어 보이니까요. 다만 좀 더 현대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서인지 주인공들의 캐릭터성을 많이 변화시킨 것이 보이는데요. 소설에선 주인공 부부가 사이가 좋고 어느 정도 지식인 계층인 데다 자식은 없으며 남편 혼자 마차를 돌려주려 고향에 돌아가다 외계인들의 침략에 휘말려 고생을 하는 대신 영화의 주인공은 애가 둘이나 딸린 이혼남에 자식들과는 골이 있고 거기다 그가 살고 있는 지역의 모습을 보아 미국의 노동자 계층들이 모여 사는 곳이란 게 여지없이 보입니다.

주인공이 이동을 하는 곳의 배경을 봐도 주인공이 살던 건물과 주인공의 전 부인이 살던 집은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는 게 느껴지는데 물론 이것들은 전부 가차 없이 부서지긴 합니다만. 그리고 원작과의 차이점이라면 외계인들의 등장은 소설에서 운석이 떨어진 것처럼 등장한데 반해 영화에서는 수백 년 전부터 이미 땅 속에 외계인들의 무기가 숨겨져 있었고 조만간 기회를 엿보던 외계인들이 번개와 함께 그 무기에 옮겨져 기동을 시작했단 추측이 있고요. 외계인들이 인간의 피를 식량으로 쓰기 위해 인간들을 납치하는 것과 외계인들에 의해 옮겨진 어떤 기괴한 식물들이 자라는 것은 같으나 중반 보스턴으로 향하는 길에서 아들과 헤어지고 근처 지하실로 피신했을 때 목격한 장면에 의하면 인간의 피를 어떤 식물의 거름으로 쓴다는 대사가 있는 것으로 보아 영화상에선 외계인들이 인간의 피를 직접 흡수하는 것이 아닌 인간의 피를 거름으로 써서 키운 식물을 섭취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추측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만나는 인물들의 묘사는 차이가 있는 것이 소설 내에선 정신줄을 놓은 나머지 민폐를 끼치는 목사와 외계인과의 싸움 끝에 과대망상에 빠진 영국 병사가 각각 따로 존재하는 반면 영화에선 이 두 캐릭터의 특징만을 따와 한 사람으로 합친 것으로 보이고요. 보면 소설 등의 매체를 각색할 때 이런 변화가 보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주인공이 뒤집힌 미군 차량에서 발견한 수류탄 여러 개를 로봇에 넣어 로봇을 폭파시키는 것도 중반에 만나는 방송국 기자들의 이야기와 함께 영화의 오리지널 묘사. 영화의 많이 아쉬운 점이라면 앞서 말했듯이 12세 관람가라는 특징 때문에 더 섬뜩한 묘사가 될 부분을 좀 더 순화해서 보여줬다는 점입니다. 주인공들의 생존을 위한 도주와 공포에 질린 사람들의 히스테릭한 묘사는 영화로 잘 각색했다지만 외계인들의 묘사는 더 오싹한 면모를 더해주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소설에서도 외계인들은 뭔가 오징어 괴물 같은 묘사이긴 했지만 영화에선 좀 더 에일리언 같은 카리스마를 주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했는데 외계인들의 본체는 정말 볼품없는 대신 외계인들의 로봇은 압도적인지라 차라리 저게 로봇이 아니라 외계인들의 생김새가 원래 저렇고 겉에만 비슷한 슈트를 두른 상태였으면 더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생김새를 봐도 로봇보다는 특이한 생물체 같은 느낌을 주는 모양인지라... 그리고 주인공을 제외하면 내용의 중심축이 되는 두 남매는 그야말로 민폐가 따로 없어서 보면서 답답해지는데 암만 어린 나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철이 없는 게 오빠란 애는 마치 중2병 같고 여자애는 중요한 순간에 비명 지르는 게 일이에요. 주인공 일행이 어느 정도 사고를 쳐야 내용인 전개된다고 하지만 솔직히 이 남매는 정도가 지나친 편이었습니다. 외계인들의 최후가 원작과 같지 않았다면 얘네들 대체 어쨌으려나요? 반면 영화의 결말에 대해서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데 원작의 설정이 이렇다는 것을 알다 보니 딱히 허무하거나 그렇진 않았어요. 

그런데 소설이나 영화나 전반적으로 인류가 외계인에게 속수무책으로 발리기 때문에 이것은 ‘전쟁’이 아니라 일방적인 사냥이나 학살에 가깝단 생각이 계속 들었는데 원작의 의도도 당시 영국의 식민 지배를 비판하려 한데 있었다 하고 반면 2005년도 영화는 9 ˙11테러 이후 생겨난 불안에 더 초점을 맞추었다 하니 그 묘사가 갑작스레 들이닥치는 재해의 성격이 더 강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배우의 이미지라던가 제목 때문에 오해할 사람들이 많긴 많았겠다 싶기도. 일단 가족애를 두드러지게 묘사했다 해도 이혼한 전 부인이랑 억지로 합치려는 듯한 묘사는 안 나와서 다행이란 생각도 들고요. 생각해 보니 소설은 주인공과 주인공 동생 파트가 나눠지는데 후반에 아들과 무사히 재회한 것으로 보아 동생의 역할 여분을 아들에게 준 것 같기도 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꽤 낯익은 배우들이 보이는데 톰 크루즈와 다코타 패닝 말고도 전 부인으로 나오는 배우도 왠지 낯익다 싶더니 『반지의 제왕』에서 에오윈 역할을 했던 미란다 오토였고 오빠 역으로 나오는 배우는 그 말 많은 영화 『드래곤볼 에볼루션』에 주연을 맡았던 배우더라고요. 그리고 내레이션은 놀랍게도 모건 프리먼이고요.

728x90

'영화와 애니메이션'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라노말 액티비티』 리뷰  (0) 2025.06.12
『고 녀석 맛나겠다』 리뷰  (0) 2025.06.11
『검은 사제들』 리뷰  (0) 2025.06.09
『더 그레이』 리뷰  (0) 2025.06.08
『악령(Haunter)』 리뷰  (0) 2025.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