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다큐 『레인코트 킬러 : 유영철을 추격하다』 3부, 마지막 회차 리뷰입니다. 이 유영철 살인 사건이 그동안 한국 범죄사에서 유례가 없던 사건이라는 점, 기존의 수사 방식을 바꾸고 프로파일링 기법이 수사에 적용된 계기가 되었다는 점은 관련 르포 서적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과 책을 기반으로 각색된 드라마에서도 자세히 묘사된 바 있습니다. 이 다큐의 마지막에는 유영철 살인 사건이 출현함으로써 기존의 경찰 시스템이 변화했다는 관계자의 언급이 나왔는데, 이는 그만큼 변화 과정에 있어서 문제점이 많이 등장하고 진통이 따랐다는 반증이더라고요.
심지어 유영철이 처음 검거되었을 때 도주에 성공하면서 당시 수사관들을 얼마나 당혹시켰는지 이를 수습하기 위해 어떻게 행동했는지 3부 초반부터 설명이 되었을 정도. 수사 받는 도중에 도주하는 대담함도 그렇지만, 그가 저지른 살인 행각은 여러 방면으로 트라우마를 남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심지어 유영철의 범행이 인정되고 현장 검증을 했을 때 시민들과 기자들의 관심이 쏠려 현장이 혼란해지는 등 미숙함이 지적되거나, 유영철에게 달려드는 피해자 유족을 발로 차는 장면이 나오는 바람에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등 정말 총체적으로 난국이었던 사건이라는 생각만 들었을 정도.
아이러니한 부분은 유영철의 검거 이후 바뀐 시스템이 정남규 체포에 영향을 주었다는 점이었어요. 당시 유영철은 이문동에서 일어난 묻지 마 살인 사건을 자기가 했다고 자백을 했지만, 수사관들은 살인 수법(유영철은 망치를 이용해 피해자를 가격하는 방식이고 정남규는 예리한 흉기로 사람을 찌르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에서 유영철이 거짓말을 했다는 걸 알아차렸고, 결국 이문동 사건은 유영철의 범행이 아니라고 인정되어 재판에서 무죄가 되었다는 언급이 나오더라고요. 근데 이문동 사건이 아니었어도 이미 죄질이 극악했던 놈이라...
그리고 다큐멘터리가 잔인한 장면은 재연하지 않아도 유영철의 살인 방식을 좀 자세하게 설명하는 부분이 많았는데 특히 잔혹했던 부분은 여성들의 시신을 어떻게 훼손했는지 설명하는 장면이었어요. 유영철이 어떤 방식으로 시체의 피를 빼내려고 했는지 설명이 나오던데 이 부분은 듣기만 해도 진심 소름이 끼쳤을 정도라 유영철 이놈은 진심 피해자들을 사물 정도로 취급했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유영철 살인 사건을 기반으로 한 해당 작품들은 관람대가 높아서 잔인하고 섬뜩한 장면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저게 현실의 그것보단 순화된 편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
또 당시의 수사는 유영철의 자백에 의존했던 상황이라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을 경우 법정에서 범인이 말을 번복할 가능성도 있었다는 언급이 나와 사건이 종결되었다는 것을 알고 보는 입장에서도 괜히 조마조마 해지더라고요. 가장 결정적인 증거는 유영철이 사용한 특수 조립된 망치에서 나온 피해자의 DNA였다고 하는데요. 유영철이 거주하던 오피스텔 욕실에서 다량의 핏자국이 루미놀 반응으로 검출되고 훼손된 시신까지 찾아낸 뒤 그 시신의 신원을 밝히려고 과학 수사대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까지 언급이 되었음에도 이게 또 법정에서는 다르게 해석될 수 있었다는 걸까요?
다큐에 나오는 경찰 관계자들 인터뷰 중에는 아직도 그때의 일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은데, 당시 시스템의 허점을 지적하는 케이스도 있고 허심탄회하게 경찰들의 능력이 부족했음을 인정하는 인터뷰도 있더라고요. 왠지 범죄를 수사하는 경찰 관계자들 정신적인 문제가 남을 수 있으니 이를 보완하는 방식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범죄 피해자 유족들의 심리 상담과 구제도 필수적이며 이때의 사건 이후로 관련 지원책이 발전했다고 나오는 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요. 마지막으로 다큐멘터리는 유영철 살인 사건의 피해자들을 위한 추모제 영상을 비추면서 막을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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