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레인코트 킬러 : 유영철을 추격하다』 2부 '킬링 그라운드' 편 리뷰입니다. 전편인 1부가 기준 한국 사회에서 보기 드문 연쇄살인+묻지 마 살인의 등장으로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 관계자들이 얼마나 당혹했는지, 또 그런 범죄가 출현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에 대해 자세한 설명이 나왔습니다. 이 연쇄살인의 피해자는 부유층 마을에 거주하는 노인들이었다가 이후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로 타깃이 변했다는 사실은 매스컴을 통해서도 알려진 바인데, 다만 르포 서적인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과 그 책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를 보기 전까진 살인의 양상이 왜 그렇게 변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습니다.
유영철의 살인 타깃이 변하게 된 계기는 CCTV에 찍힌 사진 때문에 수배가 내려지자 경찰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더 접근하기 쉬운 대상으로 옮겨간 것이라도 다큐에서도 설명을 해 주는데, 당시 2000년 대 초는 여러모로 사회가 병든 기색이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뻘한 생각도 들더라고요. 전편에서 IMF 이후 아노미 현상에 대해 언급했듯이. 그렇다고 지금이 더 낫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당시 성매매에 종사하고 있던 여성들은 사회적인 보호를 전혀 받지 못했고, 심지어 업소와 경찰들 사이에 비리가 있어 거기서 비롯되는 문제도 심각했다는 설명이 나오더라고요.
유영철의 살인 사건과 별개로 당시 이런 사회적인 문제 역시 보는 사람을 답답하고 화나게 했던 부분이었어요. 다큐에서 재연한 당시 사건의 재연은 직접적인 묘사는 없었어도 보면서 좀 섬뜩했던 부분.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서도 아예 잔인한 장면이 없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수위를 어느 정도 조절했음에도 실제 사건이라는 경각심이 있어서인지 오싹한 구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체를 숨길 때 냄새를 방지하려고 김치를 시체와 같이 놔두었다는 둥 교활하고 잔인한 방식이 다큐 쪽에서 좀 더 자세하게 설명되는 편이었어요.
당시 경찰과 업소 사이의 커넥션을 깨뜨리고 피해자들 구제책을 펼친 분이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 경찰서장이라고 하는데, 업소 관계자나 조폭들로부터 딸들을 그냥 두지 않겠다는 협박을 받기도 했다는 둥 보는 사람 혈압이 오를 만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고요. 이렇듯,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던 성 노동자 여성들은 사회적인 울타리가 없었기 때문에 범죄자의 타깃이 되어도 의심을 할 사람이 없어 유영철의 범행이 쉽게 드러나지 않은 이유가 되었으며 업주가 잠적한 피해자의 폰으로 연락이 오자, 그를 의심하여 경찰과 동행하여 범행이 드러나게 된 경위도 상세하게 묘사되는 편입니다.
웃긴 게 유영철 이놈은 여성의 키나 체격이 크면 처리하기 힘들다며 덩치 작은 여자들만 노렸다는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잡힌 뒤에도 범인이 아닌 척 경찰들을 농락하면서 탈출한 이야기도 자세히 나오는 편. 또한 유영철의 살인 행각 말고도 그와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정남규의 살인 행적 역시 경찰들에게 혼란을 주기에 충분했는데요. 비슷한 시기 비슷한 구역에서 연쇄 살인범의 행적이 겹치는 게 드문 일이라고 하며, 이 다큐멘터리가 유영철의 살인 행적에 초점을 맞추어서 그렇지, 정남규가 저지른 짓 또한 피해자들에게 깊은 트라우마를 남겼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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