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유의 드라마들이 으레 그러는지도 모르겠는데 사이다 한 번 먹었으면 바로 다음에 고구마를 주는 것 같네요. 바로 어제 7화가 박무진의 정치적 성장과 더불어 대행과 대립각을 세우던 사람들에게 보기 좋게 한방 먹이는 장면이 나와 재미있었다 싶더니 이번 8화에서는 여러모로 사방이 막힌 것 같은 상황만이 등장했다는 느낌. 그 와중에 이 드라마는 엔딩에서 끊는 솜씨가 탁월한 것 같습니다. 8화 들어서 새로 갈등이 점화되는 느낌이라 이 드라마가 몇 부작인가 검색을 해 봤는데 (결국 몇 부작인지 못 찾았지만) 다른 드라마들처럼 16부작 예정이라면 딱 절반인 8화에서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고요.
드라마를 보는 내내 테러 배후는 시청자들에게 대놓고 오영석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연출이 많아 굳이 국회의사당 테러 범인이 누구냐 머리를 싸맬 필요는 없지만 문제는 극 상에서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는 인물들이 국정원 측 한나경을 중심으로 한 소수고 청와대 측에서는 그것을 상상도 못하는 처지라... 그래서 박무진이 오영석에게 호감을 표하고 그를 신용하려 곁에 들면 매우 답답한 상황이 연출되겠거니 걱정했는데 의외로 오영석이 쎄한 인물이라는 것을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건 주인공인 박무진이었습니다. 일종의 주인공 버프인지...? 처음 예상과 달리 박무진이 오영석을 신뢰하고 주변인들이 오영석을 경계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버리는 전개가 나왔어요.
한나경의 선배인 정한모가 갑자기 자신이 명해준 살해범이라고 폭탄을 왜 터뜨렸나 싶었는데 테러 배후들이 한나경 주위를 맴도는 것도 그렇고 처음엔 정한모도 뭔가 협박을 받았거나 추측했습니다. 물론 정한모는 뜬금없는 자백 이후 비중이 없어져 그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 수 없게 됐지만 적어도 그가 보인 행동의 위화감 (그리고 윤찬경의 충고) 때문에 그 상황에 의구심을 품은 박무진은 오영석을 의심하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도움 될 만한 충고를 해 준 게 박무진의 부인. 저번 탈북자 사건이 이후로 딱히 비중은 없는데 어째 등장할 때마다 결정적으로 남편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중인 듯.
어제는 거국내각 관련 자료 정리해주고 이번엔 변호사 짬밥을 발휘해서 힌트를 주더군요. 어찌 보면 부인이라 당연한 거긴 하겠지만 드라마 상에서 박무진을 가장 잘 이해해 주는 사람은 결국 박무진의 부인이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런 과정을 통해 박무진 대행이 처음으로 오영석에 대한 의심을 품게 되면서 흔히 나오는 주인공이 악당을 너무 믿은 나머지 휘둘리는 고구마 상황은 나오지 않겠다 안심이 되더라는 거... 그리고 여기저기 오영석이 자기 사람을 심어놓았다는 암시가 드러났는데 국정원 쪽 인물들이 왜 이렇게 쉽게 배후에 농락당하나 싶었던 이유가 바로 위 차장이 오영석 측 인물이었다는 반전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오영석 배후를 밝히려는 국정원 쪽 이야기는 여전히 몰입이 흩어지는 경향을 보이는 것 같더라고요. 정말 이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재미없는 부분이 국정원 쪽 인물들이 오영석 뒤를 캐는 이야기라고 생각. 예고편에서 한나경이 교통사고를 위장한 피습을 받는 장면이 나와 굉장히 긴장감 있게 전개가 되려나 싶다가 그나마 도와줄 수 있는 윤찬경을 의심하여 그녀에게 걸려온 전화를 꺼버리는 판단 미스로 답답함이 몰려왔는데 거기다 내가 이런 장르 드라마에서 좋아하지 않는 러브라인적 요소까지 끼얹으려는 경향이 보여서.. 제발 사랑놀음은 사건 해결한 뒤에 하라고 하고 싶네요.
빌런 이야기로 넘어가자면 오영석이 어째서 테러를 조작했는지 그 심리에 대해서는 줄곧 드라마에서 암시를 해 준 것 같더라고요. (가장 중요한 박무진 대행과 오영석의 대화 장면은 우리 집에 갑자기 난입한 바X벌레 때문에 놓치고 말았지만) 아마 오영석은 백령해전과 그 이후 여러 가지 일들로 말미암아 현 정권을 포함한 여러 상황에 환멸과 분노를 가지게 되어 극단적으로 나가게 된 것은 아닐까 추측하게 되더군요. 그런데 이 테러 배후들 모이는 장소는 영화 『킹스맨』 패러디나 오마주 아닌가 하는 느낌이. 중간에 대사를 좀 놓쳐서 찾아보니 오영석 말고 또 배후가 있다고...? 혹시 한주승일까요? 그리고 의외로 초반 강력한 빌런이라 생각되던 윤찬경이 아군이 될지도 모른다는 예상도 들었습니다. 물론 이 판은 언제 통수를 칠지 모르는 곳이긴 하지만요.
'TV > 드라마(2018년~2021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60일 지정생존자』 10화 리뷰 (2019. 7. 30. 작성) (0) | 2025.01.10 |
---|---|
『60일 지정생존자』 9화 리뷰 (2019. 7. 29. 작성) (0) | 2025.01.09 |
『60일 지정생존자』 7화 리뷰 (2019. 7. 22. 작성) (0) | 2025.01.07 |
『60일 지정생존자』 6화 리뷰 (2019. 7. 16. 작성) (0) | 2025.01.06 |
『60일 지정생존자』 1화-5화 리뷰 (2019. 7. 15. 작성) (0) | 2025.0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