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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과 만화

『프랑켄슈타인』 리뷰

by 0I사금 2024.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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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실은 일본의 공포 만화가 이토 준지가 그린 만화 버전 『프랑켄슈타인』입니다. 처음 이토 준지 버전의 『프랑켄슈타인』을 읽었을 때에는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지 못했으므로 그저 재밌게 고전적인 유럽 배경의 공포 괴기 만화를 보는 느낌으로 읽었었는데 이토 준지의 만화를 접하고 좀 시간이 흐른 뒤에야 다시 관심이 생겨서 도서관에서 소설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이토 준지 특유의 기괴한 묘사라던가 분위기라던가 하는 것 때문에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책인데 일단 원작자가 따로 있는 것이라 소설의 내용과 만화의 내용이 같은지도 궁금했고요. 책에 대해 찾아본 바에 따르면 이토 준지의 만화가 원작에 상당히 충실한 편이라고 하는데 당시 도서관에서 찾아봤을 때에는 왜인지 손에 들어오는 것이 청소년 대상으로 나온 축약본 '프랑켄슈타인' 소설이었습니다. 다른 번역서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당시에는 좀 빨리 읽을 수 있겠다 싶어 다른 책들보다 얇은 편인 축약본으로 빌려온 셈인데 아쉽게도 내용 축약만이 아니라 일단 읽는 독자들의 나이 대를 염려해서인지 내용 일부를 변경한 것도 없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요.

이번 기회에 딱히 읽을 만한 책이 골라지지 않아 고른 것이 이 프랑켄슈타인 소설 완역본인데, 일단 책의 두께도 부담스럽지 않고 디자인도 깔끔한 양장이라는 게 맘에 들었다고 할까요. 그래도 좀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싶었지만 의외로 짧은 시간대에 완독이 가능했는데 이것은 제가 어느 정도 줄거리를 파악하고 있었던 것도 있지만 일단 소설의 몰입력이 컸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읽어가면서 이토 준지 버전의 만화책과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했고요. 읽다 보니 이토 준지의 만화책 버전과 유사하긴 하되 세세한 부분에서 약간 다르게 구상한 부분이 없지 않았는데 - 예를 들자면 괴물이 잠시 의탁한 펠릭스 일가의 사연이 자세하게 나온다거나, 후반 괴물의 신부를 만들다 실패하는 장면이나 그 보복으로 괴물이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친구와 가족을 몰살한 부분이 약간 달라졌다거나, 마지막 괴물이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죽음을 알고 오열하며 사라지는 장면 등 - 그 정도를 뺀다면 거의 소설과 유사하게 전개를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음에 읽은 청소년본 축약 버전 소설은 후반 내용은 거의 유사한 전개를 하고 있어도 처음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을 창조할 때의 방법을 전기 화학 실험이 아닌 배양액 실험 같은 것으로 바꾸어 묘사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더군요. 오히려 괴물의 탄생 과정은 이토 준지의 만화책 버전이 좀 더 원작에 충실하게 묘사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할까요. 이야기의 시작은 괴물을 만든 프랑켄슈타인 박사로 바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북극 탐험에 도전하던 월턴 선장의 편지로 시작하여 그가 자신의 누나인 사빌에게 안부를 전하는 것으로 서문을 열게 됩니다. 딱히 전개에 있어 중요한 내용은 아니지만 그 동료들에 대한 사연도 약간 언급되며, 편지를 통해 어떻게 프랑켄슈타인과 만나고 그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지 설명이 나옵니다. 즉, 프랑켄슈타인과 괴물의 이야기는 월턴 선장이 그에게서 들은 것을 토대로 편지로 전달되는 형식인 일종의 액자 구성으로 되어 있습니다. 

물론 본편의 내용은 월턴의 시점으로 프랑켄슈타인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관찰자적 서술이 아니라 그냥 프랑켄슈타인의 관점에서 전행되는 이야기긴 합니다만. 초반 이야기는 좀 지루할 정도로 프랑켄슈타인의 가족사에서 시작하여 그가 어떻게 괴물을 창조하게끔 마음을 먹었는지에 대한 설명과 묘사가 이어지는데 일단 소설의 소재도 상당히 파격적인 구석도 있지만 여기서 설명되는 다양한 철학서라던가 과학에 대한 관심이라던가 하는 부분을 본다면 작가인 메리 셸리가 단순 괴기스러운 이야기를 창조하기 위해서 이 이야기를 썼단 생각은 마냥 들지 않는데, 작가에 대한 추가 설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메리 셸리는 진보적인 학자인 부모님 밑에서 태어나 교육을 많이 받았다는 설명이 있더군요. 다만 시대가 시대였던지라 여류 작가에 대한 편견이 있어서 당대의 여성 작가들은 남성의 이름을 필명으로 썼고 메리 셸리 역시 그렇게 했다가 후에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다시 냈을 때 혹독한 비평에 시달렸다는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현대에 고전으로 취급받는 명작들 중에 발표되었을 당시에는 비평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케이스가 적지 않았던 걸로 아는데 이건 너무 소설들이 시대를 너무 앞서간 나머지 당시 사람들의 윤리 기준에 어긋났다던가 하는 경우도 많았을 거란 생각도 들고 아마 메리 셸리와 같은 여성 작가들 같은 경우는 성별이 발목 잡힌 경우에도 해당될 듯합니다. 하지만 그런 혹평과는 상관없이 이 프랑켄슈타인은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아 연극으로 상영이 되었다고 하는데 요즘 식으로 한다면 유명한 소설이 드라마나 영화화되는 것과 유사할 듯싶습니다. 일단 괴기 SF 소설이란 생각이 들 만한 내용이긴 합니다만 오히려 내용을 파고들면 지성이 충만하고 실험정신도 투철하면서 정작 자신의 저지른 행동에선 도망 먼저 치고 입을 닫으려 한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무책임함이나 뛰어난 지성을 가지고 있고 인간의 애정을 갈구하면서도 흉악한 모습을 가지고 있단 이유만으로 계속 배척당하고 결국 증오만 남은 괴물의 모습 같은 것은 어떤 의미론 인간들의 나약하고 모순적인 모습을 잘 담았단 생각도 들었습니다.

책을 자세히 읽어보면 프랑켄슈타인이 가진 자신의 피조물에 대한 감정은 혐오와 모든 불행의 원흉이 자신에게 있다는 죄책감입니다만 가족과 연인, 친구들이 억울하게 말려들어 죽어가면서 그가 겪는 불행 역시 연민을 자아내는 측면이 있습니다. 모든 것은 섣불리 일을 벌이고 도망을 친 그에게 원인이 있다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벌어지는 불행한 사고에 대해서는 솔직히 불쌍하단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었어요. 또한 괴물 역시 인간들에 대한 증오심 때문에 애꿎은 사람을 죽여서 창조주인 프랑켄슈타인 박사에게 고통을 주면서도 정작 그의 죽음을 마주하였을 땐 자신을 알아준 유일한 사람이 죽었다고 절규하는 장면 등을 본다면 그가 자신의 창조주에게 가진 감정은 애증에 가까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런데 괴물이 탄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언어와 지식을 재빨리 습득하고 또 처음엔 인간에게 호의적인 행동을 보인 것으로 봐서 그 모태가 된 시신의 주인들이 원래 성향이 그런 인물들이 아니었나 하는 해석도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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