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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과 만화

『십이국기 1 :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리뷰

by 0I사금 2025.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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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엘릭시르에서 새로이 출간된 『십이국기』 시리즈가 새로 들어왔습니다. 『십이국기』 시리즈는 예전에 나온 조은세상 번역본으로 이미 읽은 바 있어요. 하지만 새로 들어온 새 번역본은 책의 디자인도 맘에 드는데다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이 기왕 새로 들어온 김에 정주행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도서관에서 예전에는 없어서 읽지 못한 ‘마성의 아이’를 먼저 빌려본 다음 이번에 1부에 해당할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를 빌려보게 되었습니다.

책에 실려 있는 삽화들은 대강 이런데 속표지에 큰 컬러 삽화가 들어있는 것은 시리즈 공통인 것 같고요. 다만 책 내부의 삽화는 조은세상 버전과는 약간 차이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 신장판이 나오면서 새로운 삽화를 넣었나 싶기도? 이름 번역은 외래어 표기법이 적용되어 타이키가 ‘다이키’로 케이키가 ‘게이키’로 코우린이 ‘고린’으로 번역되어 좀 어색할 수 있다고 하지만 전체적으로 통일성 있게 번역이 되어있습니다. 태보 같은 경우는 타이호라는 일본 발음이 아닌 한자 발음 그대로 ‘태보’ 이런 식으로 되어 있어요. 

그리고 예전 번역본에서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편이 두 권으로 나누어져 나온 것과는 달리 엘릭시르 번역본은 단권으로 묶여 나왔는데 그러다보니 책이 예전보다 작은 사이즈인데 반해 좀 더 두꺼워진 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읽을 때에도 시간이 좀 걸렸는데 그래도 한권으로 되어 있는 편이 들고 다니기는 편해서 도서관에서 빌려올 때 편했다고 할까요? 그리고 책의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목차 페이지에 다음에는 십이국의 지도와 관련 명칭 등 세계관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들어 있어 이해를 도와줍니다. 예를 들면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理)와 여(廬)의 차이라던가 행정 구역의 구분과 교육 기관 등등.

 

일단 이야기의 첫 장을 여는 주인공이 이 십이국 세계에서 났으면서 일본에서 자란 요코이기 때문에 대개 요코가 주변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 물론 그 사람들 중에는 요코를 이용해 먹으려는 심보 나쁜 인간도 있고 라크슌처럼 도와주려는 인간도 있고 각양각색이지만 - 정보를 얻으면서 독자에게 전달되는데요. 『십이국기』 시리즈를 읽다보면 아시겠지만 십이국 세계의 전체 이야기가 나라를 다스리는 왕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이런 민간의 삶과 관련된 제도가 많이 언급될 수 밖에 없는 듯 합니다. 

흔히 무시되기 쉬울 법한 이런 세부적인 설정이 중요하게 언급되는 것도 『십이국기』의 특징인 듯.내용은 전체적으로 낯선 세계에 홀로 떨어진 소녀 요코의 성장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 장대한 세계관을 여는 부분이기 때문에 세계관을 독자에게 설명하는 데 있어 주인공 캐릭터를 그 세계에 아무것도 모르는 타입으로 설정한 것이 효과적이란 생각이 듭니다. 요코가 소설 내내 고생을 심하게 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나마 왕으로 선택받았고 기린의 사령인 조유의 도움으로 언어라도 통하며 동시에 자신을 지킬 무기와 기술을 쓸 수 있는 등 갑자기 낯선 땅에 떨어진 일반인들에 비하면 행운이라고 할까요.

그렇다고 그것을 마냥 좋다고도 하기 어렵고 일본 내에서 불행했다고 해도 그곳에 돌아가고 싶다는 요코의 마음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닙니다. 생존에만 유리하다 할 뿐 그것이 바로 그 세계에 정을 붙이고 정착할 수 있느냐로 이어지는 건 아니거든요. 그래도 왕의 자리를 받아들인 요코의 그 선택이 왕기의 증명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요코의 포텐이 터지는 것은 더 다음에 해당하는 '바람의 만리 여명의 하늘' 편이라는 사실. 다른 의미로 요코에게 닥친 일들은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시달리던 어린 아이가 낯선 세상에 버려졌을 경우 겪는 일들을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는데 『십이국기』 시리즈에 나온 일본의 부모들은 도대체가 긍정적이란 모습이 없습니다. 

심지어 요코의 부모들은 굉장히 시대착오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여성들이 남성에게 의존적으로 살던 시대는 이미 한참 지나서 자기 몸은 자신의 챙길 수 있도록 부모 입장에서 아이의 자립을 도와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요코의 양 부모는 여자는 귀엽고 순종적인 것이 최고라며 아이가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없게끔 양육을 해 왔단 사실. 그리고 그렇게 자란 여자아이가 어느 순간 지켜줄 사람 없는 외딴 곳에 떨어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거든요. 요코가 그나마 성장하는 주인공 타입에 스스로도 그 환경에 불만을 가득 품은 소녀였기에 망정이지 현실에선 저런 식으로 양육된 여성이 있다면 그런 여성이 홀로 된 순간 어떤 꼴을 당할지 참 상상하기 끔찍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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