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정년이』 3화 리뷰입니다. 이번 3화는 볼거리도 많은 대신 주인공의 난관이 많이 늘어났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연습생들의 공연인 춘향전이 성황을 이루고, 윤정년의 방자 연기도 성공하여 호평을 받는 등 성공하나 싶더니 다친 홍주란 대신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매란국극단에서 퇴출당할 위기 플래그가 하나 쌓이지 않나, 거기에다 윤정년의 어머니가 직접 서울로 올라와 윤정년을 데리고 가려고 하면서 또 다른 퇴출 플래그가 쌓였다는 점이에요. 심지어 다음 4화 예고편에선 윤정년이 가차 없이 매란국극단에서 쫓겨나는 듯한 장면이 나오기까지 했는데요. 주인공이 연기를 하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국극 공연인데 설마 어이없이 저걸 포기하고 다른 데(방송국)로 진로를 트나 싶었습니다. 주인공의 퇴출 플래그가 선다고 한들, 뭔가 다른 도움으로 저 상황을 헤쳐 나갈 거라고 예상을 했는데 말이죠.
또 드라마가 12부작이라서 그런지 이번 3화를 보면서 전개가 좀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왜냐하면 이번 3화 엔딩 부근에서 윤정년의 어머니가 누구인지 주요인물의 대사를 통해 직접적으로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윤정년의 재능이 부각될 때마다 강소복이나 다른 사람들이 천재 소리꾼 공선을 떠올리는 장면 연출이 많았던지라 윤정년의 어머니가 그 공선이라는 암시는 많이 나온 편이었는데요. 이번 3화에서 강소복과 윤정년의 어머니가 마주치는 장면에서 공선이라는 이름이 직접 언급되면서 확인이 된 셈이었거든요. 개인적으로 윤정년의 어머니가 윤정년을 직접 찾아와 과거 서사가 밝혀지는 전개는 후반부에 나올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에, 좀 의외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흔한 클리셰라면 반대하는 부모는 주인공이 중반쯤 인지도가 높아지고 조금씩 성공할 때 발목 잡는 역할로 나오기 마련이었으니까요.
일반적인 클리셰와는 좀 다른 점이라면 윤정년의 어머니는 과거에 천재로 인정받았던 데다 뭔가 험난한 사연이 있어 소리꾼을 그만두었을 거라는 암시가 있기 때문에 무작정 딸의 행보를 반대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는 점인데요. 어디서 주워들은 것이긴 합니다만 저 시대에 소리꾼은 대중들에게 인기있던 것과 별개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은 아니었다는 이야기가 있어 윤정년의 어머니 공선이 왜 딸의 결심을 반대하는지는 어느 정도 그림이 그려진다고 해야 하나요. 어쨌든 주인공인 윤정년이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매란국극단의 공연을 보고 난 뒤이니, 어찌저찌 매란국극단으로 복귀할 거라고 믿으면서 보게 될 듯 해요. 솔직히 주인공의 성장과 라이벌 구도, 흥미로운 이야기는 매란국극단에 다 들어있는데 여기서 주인공이 매란국극단을 나가는 전개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다시 본편의 공연 내용으로 돌아가면, 윤정년은 문옥경이 쉽게 자명고 공연의 대본을 건네주었으면서도 자신이 문옥경의 빽으로 들어온 게 아니란 걸 입증하려고 대본을 받는 걸 거절한 뒤 이번 공연에서 맡은 방자 역할을 연기하기 위해 고심하게 됩니다. 여기서 윤정년은 친구인 홍주란과 근방 시장에 쇼핑을 갔다가 사당패 공연을 하는 춤꾼, 그것도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좋아서 자선 공연을 하는 춤꾼을 보며 그에게서 영감을 얻고 자신만의 방자 역할을 터득하게 돼요. 윤정년은 그 춤꾼을 일주일 동안 쫓아다니며 춤을 배우고 공연 직전에 아슬아슬하게 돌아온 뒤 자신이 터득한 방자를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되는데 아무래도 일주일 동안 춤꾼들의 공연을 통해 윤정년은 몸을 쓰는 방법, 말하자면 슬랩스틱을 터득하고 온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https://youtu.be/PiaNnEyzW7c?si=6Pw1k01n_dewIjky
그리고 중간에 난감한 상황 - 박초록 일행이 윤정년을 곤란에 빠뜨리려고 소품 지팡이를 부러뜨리는 일 -이 벌어졌을 때 대처하는 애드리브까지 터득한 모양이던데 결국 윤정년은 특유의 소리 재능과 코믹한 방자 연기로 호평을 끌어내게 됩니다. 또한 춘향전 공연 자체가 짧게 묘사되는 게 아니라 이십여 분 정도 비중을 주면서 시청자들로 하여금 당시 관객처럼 공연을 보는 듯한 재미를 주면서 인상을 깊게 남겼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이 부분은 주인공의 재능으로 어찌어찌 난관을 극복한 것이며, 윤정년이 나름의 학습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합이 맞는지 확인해야 할 리허설 공연이나 연습까지 빼먹었다는 점에선 분명히 다른 단원들에게 폐를 끼친 거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더라고요. 타이밍이 진짜 안 맞았거나 했더라면 공연은 망가졌을 것이고 그나마 드라마는 주인공 보정이 있어서 아슬아슬하게 넘어간 거니까요.
아무래도 공연을 보러 온 문옥경과 서혜랑의 대화에서 자세하게 나오지는 않지만 언급은 된 윤정년의 단점은 작중에서 생략되기는 했지만 주변인들과 조화(합)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뉘앙스가 아니었을지... 윤정년이 단점이 어느 정도 예상은 가는 것과 달리 허영서의 한계는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지만요. 특히 이번 3화에서는 윤정년과 허영서의 라이벌 구도가 두드러졌는데 허영서의 캐릭터가 윤정년 한정 사교성 없이 묘사되지만 책임감이라던가 주변인과의 약속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선 그다지 얄밉지 않고 오히려 저런 곳에선 반드시 필요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반면 매란국극단에서 윤정년에게 가장 호의를 보여주는 건 문옥경과 홍주란인데, 윤정년의 재능을 눈여겨본 문옥경과 달리 홍주란은 거의 조건 없이 응원을 보내는지라 단순 좋은 친구 이런 게 아닌 반전이 있는 인물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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