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정년이』 2화 리뷰입니다. 이번 2화를 본 감상을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천재형 주인공 성장물의 클리셰를 착실하게 밟아가는 것 같은데, 그 와중에 주인공 버프도 많이 작용하고 있고 주인공이 인정받는 과정에서 이건 너무 주인공이 무모하고 막무가내다 싶은 장면도 많이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 언더독 성질을 가진 주인공이 탁월한 재능과 무데뽀와 같은 기질로 기회를 우겨잡는 클리셰는 『슬램덩크』 같은 소년만화라던가 다른 영화 같은 데서도 흔하게 등장하는 일이긴 한데 그래도 주인공 윤정년의 초반 행적은 사람들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뭐 그래도 2화를 재미있게 보기는 했습니다만... 그리고 그런 사실을 작중에서도 인지하는 것처럼 이번에 등장한 윤정년의 라이벌 허영서(배우 신예은 분)로 하여금 윤정년의 문제가 무엇이지 지적하는 대사가 나오기도 했고요.
그런데도 요새는 이런 클리셰에 좀 유해진(?) 탓인지 아니면 작중에서 등장하는 윤정년이 마냥 얄밉지는 않았던 것이 배우가 연기로 구현하는 윤정년의 캐릭터가 정감이 가고 귀엽기 때문일까요? 이번 2화의 오프닝은 늦지 않게 매란국극단의 오디션 자리에 참가한 윤정년이 시험을 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여기서 윤정년이 오디션 자리에서 뛰어난 소리를 보여주기도 하고, 슬픔이라는 주제가 던져졌을 때 전쟁 때 죽은 아버지를 떠올리며 슬픈 연기를 보이는 등 재능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런 장면에서 왠지 『유리가면』 같은 연기를 다룬 만화가 떠오르기도 했고요. 다만 여러 이유로 윤정년은 정식 연습생이 아닌 보결로 합격을 하게 되는데 2화의 전개는 보통 이런 장르에서 그러하듯 주인공이 유달리 가난한 집안 출신이라는 점이 부각되는 구도로 가더라고요.
윤정년이 어느 정도 집안이 괜찮은 다른 연습생들과 달리 특출난 것이 없는 집안 출신이기 때문에, 그 재능이 아닌 문옥경의 빽으로 들어왔다는 악소문으로 다른 이들의 시기를 받고 괴롭힘을 당할 거라는 건 충분히 예상이 가는 구도였습니다. 하지만 연습생 옷을 빼돌린 것 때문에 혼나는 장면은 조금 식상했다는 느낌. 그 와중에 윤정년을 챙겨주는 또 다른 연습생 홍주란(배우 우다비 분)이나, 윤정년과 라이벌 구도를 이룰 허영서(배우 신예은 분) 등 중요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요. 다른 건 몰라도 주란이 같은 경우는 반전 같은 것 없이 착한 캐릭터였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고 할까요. 또 이번에 라이벌로 자리매김한 허영서 같은 경우는 윤정년 못지않은 소리 실력과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여 윤정년을 주눅 들게까지 만들었는데, 작중에서 냉정한 성격으로 싸가지가 없다는 평을 받았어도 틀린 말은 하지 않는 인물이더라고요.
오히려 2화에서 윤정년이 자신을 괴롭히는 무리의 도발에 넘어가 연습생들이 받을 수 없는 정기공연의 대본을 얻겠다고 강소복의 조카이자 선배인 도앵을 찾아가 대본을 달라고 부탁한다거나 연습생 공연에서 중요한 방자 역할을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덥석 받아버리는 등 막무가내 행보를 보인 탓도 있는데요. 작중에선 허영서가 하는 행동이 맞고 윤정년 스스로도 그의 말이 틀린 게 없다는 걸 인정하는 장면도 좀 신기했습니다. 심지어 방자 역할을 두고 허영서의 연기를 보면서 자신의 태도를 반성하기까지 하니까요. 원작은 다 읽지 못했지만 적어도 허영서의 캐릭터가 평범한 라이벌 악녀 타입은 아니겠다 싶더라고요. 이번 2화의 엔딩은 문옥경이 윤정년을 도와주려고 정기공연인 '자명고'의 대본을 직접 건네주는데, 현재 전개를 본다면 윤정년이 정당한 경쟁을 위해 그것을 거절할 거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과거 서사와 관련되어 윤정년의 어머니가 천재 소리꾼이었다는 암시가 2화에서도 몇 번 더 등장하기까지 했는데요. 매란국극단의 단장인 강소복(배우 라미란 분) 같은 경우는 오디션 자리에서 윤정년의 소리를 듣고 어머니의 이름이 무엇인지 물으며, 소프라노 출신인 허영서의 어머니는 레코드에 녹음된 공선이라는 소리꾼의 소리를 들으며 그 천재성에 감탄하는 등 윤정년의 어머니가 아니라면 개연성이 없는 수준의 연출이 나오고 있어요. 그런데 윤정년의 어머니 이름과 강소복을 비롯 사람들이 기억하는 천재 소리꾼의 이름이 다르기 때문에 윤정년의 어머니가 맞다고 한다면 왜 이름도 바꾸고 소리를 포기한 채 힘들게 살아가는 건지 궁금증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또 문옥경의 집에 초대된 윤정년과 홍주란이 영화(마릴린 먼로 주연의 영화로 추정)를 보고 신기해하는 장면이 나오던데, 문옥경이 결국 영화가 대세가 될 거라는 언급을 보아 왠지 시대 흐름을 암시하는 것 같았어요.
※ 드라마 내에서 윤정년의 옷이 단벌인 게 보면서 좀 안타까웠네요. 어째 다른 인물들과 달리 주인공의 옷이 가장 꼬질꼬질한 게 특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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