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엔 미국 드라마 보는 경향이 뚝 사그라든 경향이 있지만 예전에 한창 미국 드라마에 빠져 지냈을 때 그 시리즈가 본진인 라스베이거스든 마이애미이든 뉴욕이든 상관없이 『CSI』 시리즈를 재밌게 보곤 했습니다. 그리고 가끔 TV에서 한때 재밌게 보던 드라마 시리즈가 하는 걸 보게 되면 종종 재밌게 보기도 하는데 확실히 예전만큼 시간대를 챙겨서 보는 경우는 없어요. 아무래도 시즌이 여러 해 되면서 주요 등장인물들이 많이 교체되기도 하고 일일이 시간을 맞추기도 어렵고 해서 그런 경향이 있는데 얼마 전에는 이 『CSI』 시리즈 중 베스트 에피소드라고 방영하는 것을 보기도 했습니다. TV 에피소는 다름 아니라 오래전 끔찍한 살인이 났고 후에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떠 또는 폐허에서 귀신의 집 탐험을 하던 촬영팀이 무슨 공포영화를 방불하게 되는 것 마냥 살해당하는 이야기였는데 요원들은 귀신 소동에 굴하지 않고 그 상황을 나름 유머러스하게 넘기면서 그곳에서 왜 귀신이 나타났다고 사람들이 믿게 되었는지 과학적으로 파헤치게 된다는 이야기였죠. 보면 제가 정이 들었던 캐릭터인 그리섬 반장이나 캐서린, 워릭은 나오지 않고 새로운 인물들이 사건을 담당하며 낯익은 인물은 새라나 닉, 그렉 정도였음에도 내용은 상당히 흡입력 있고 재밌었습니다.
그때 보게 된 에피소드가 뭔가 소재가 제 취향인 것도 있었고요. 사건의 발단에서 해결, 그리고 마지막에 묘한 여운까지 취향 적격의 에피소드였고 새로 보게 된 캐릭터들도 맘에 들었달까요? 하여간 그런 에피소드를 오래간만에 접한 탓인지 이 『CSI』 소설버전이 도서관에 있던 것을 떠올렸는데 도서관 서가에 비치된 것을 보면서 언젠가 빌려볼까 하다가 계속 미뤄뒀던 책들이었습니다. 꽤 흥미로운 내용일 텐데도 계속 빌려보는 것을 미뤄둔 이유는 소설 시리즈가 좀 여럿인 것도 있고 보면 드라마의 내용을 고대로 활자화만 시킨 거라면 내가 아는 내용도 많이 있을 테고 그럼 읽는 재미도 줄어들 테니 나중에 빌리고 싶은 책이 없을 때나 빌려볼까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드라마 에피소드를 오래간만에 접했더니 추억도 떠오르고 그래서 이번에 빌려오기로 결심했는데 책이 생각보다 다른 책들보다 낡아서 확인을 해보니 책이 나온 시기는 2004년도이고 아무래도 그때 『CSI』 붐이 있었을 때라 팬들이 많이 찾아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오늘 다 독파하게 되었는데 읽는 재미도 있고 추억도 생각나고 정감 가는 캐릭터들의 활약도 볼 수 있고 기왕 도서관에 여러 시리즈가 있는 거 한번 차례대로 빌려볼까 생각 중입니다.
다만 이야기가 원래 드라마에 방영된 부분을 다시 활자화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제가 모든 방영분을 꼬박꼬박 챙겨본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읽다 보면 왠지 이것도 드라마의 외전과 비슷한 경향이 있는데 일단 소설 속의 사건은 드라마 방영분으로 본 적이 없는 에피소드예요. 소설의 발단은 라스베이거스에서 토마스 레서라는 인물이 정부 에리카 하디를 살해한 혐의를 운 좋게 벗은 것으로 시작됩니다. 라스베이거스 팀은 그를 궁지로 몰아넣을 증거를 발견하나 당시 유전자 분석 팀의 그렉이 휴가를 간 상황이라 다른 요원 그것도 마약 혐의가 있었던 요원이 대신 유전자 분석을 했고 그것이 빌미가 되어 그들이 발견한 결정적인 증거는 제외되고 맙니다. 결국 토마스 레서는 유유히 라스베이거스를 벗어나게 되고 그리섬 반장은 그가 범인이란 것을 확신하고 있어도 그를 잡아넣지 못한다는 사실에 굴욕감을 느끼는데요. 그 살인범이 떠나게 된 곳은 다름 아닌 마이애미로 그리섬 반장은 마이애미 팀이 악한의 가면을 벗겨내 주기를 바랄 뿐이었죠. 하지만 이 토마스 레서도 여유만만한 초반 모습과 달리 이내 범죄에 다시 휘말리는데 이번에 그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되며 그는 어떤 괴한들에게 납치되어 끌려가고 그 와중에 애꿎은 리무진 운전자인 펠리페가 트렁크에 갇혔다가 질식사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보면 드라마 본편에서도 라스베이거스 팀과 마이애미 팀이 한 팀을 이루어 사건을 추적한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여기선 직접적으로 얽히는 것은 아니지만 일종의 크로스오버라고도 불릴 수 있달까요. 라스베이거스의 살인사건 용의자인 토마스 레서는 얼마 안 가 해안에서 토막 시신으로 발견되고 마이애미 팀 반장 호레이쇼 케인을 비롯 요원들은 토마스 레서와 관계된 인물 그의 부인 데보라와 의붓아들 보일, 보일의 호텔에서 공연을 하는 가수 마리아를 만나 증거를 모으는데 으레 그렇듯이 이 과정이 쉽지가 않습니다. 데보라는 자기 남편인 토마스가 살인 용의자라는 것을 전적으로 부정하고, 보일은 그와 사이가 나쁘면서 어머니에게 피해가 갈까 봐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마리아는 토마스 레서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으면서 그것을 일부러 숨기는 등 뭔가 미심쩍은 측면을 보입니다. 하지만 곧 살인 용의자의 모습이 드러나는데 사건은 공교롭게도 살인사건의 무기로 쓰인 총이 1987년 - 소설의 연대에서는 15년 전- 살인청부업을 일삼던 청부업자들이 쓰던 총이라는 것이 드러납니다. 살인청부업자들은 운 좋게 살인 혐의를 피하여 마이애미로 이주했고 케인 일행은 그들의 거처를 찾아 사건에 대한 증거를 모읍니다.
즉, 증거만 아직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았을 뿐 그들이 범인이란 것은 확실한데 소설은 전개되면서 반전이 더 드러납니다. 그런데 이 반전이란 것이 책을 살펴보니 뒤표지에 아주 노골적으로 드러나있더군요. 다름 아닌 호텔의 가수 마리아 차콘이 사건의 배후로 그는 토마스 레서와 관계를 맺으면서 호텔 주인의 아들인 보일과도 관계를 맺는 등 주위 사람들을 자신의 성적매력을 통해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보일은 그가 거짓말을 일삼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에게 반해 가수로 채용했는데 그녀가 자신의 의부와도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을 알자 충격을 받고 그의 정체에 대해서 알려주게 됩니다. 마리아는 과거 살인 청부업자 마피아들의 리더인 치콜리니와 같은 성을 가졌으며 그의 조카이고 자신의 삼촌과 친구들이 돈이 궁하게 되자 다시 살인 청부업을 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고 토마스 레서의 살인을 의뢰했다는 것. 케인 일행은 증거를 발견하여 치콜로니 일행을 몰아붙이지만 마리아의 여죄는 입증하지 못하고 마리아는 오히려 자신이 살인사건에 연루된 것을 홍보의 기회로 사용하는 등 대담한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발견되어 마리아가 이 사건과 관련되었음을 증명하기 위해 치콜로니 일행에게 형량거래를 시도하는 동안 라스베이거스 팀의 캐서린에게 연락 주요 용의자인 마리아의 신변을 부탁하지만 사건은 그야말로 어이없는 결말로 끝나버립니다.
어쩌면 충분히 예상가능할 법한 일이었는데 죽은 토마스 레서의 부인인 데보라는 자신의 남편을 죽인 용의자인 마리아의 공연을 찾아가 그를 총으로 쏘아 보복을 한 것이었죠. 어쩌면 이 결말은 악한에 대한 소설 나름의 응징인 셈인데 보면 사악한 팜므파탈이라거나 노인 범죄 등 여러 요소가 절묘하게 조합된 에피소드라고 할까요. 노인이라고 얕잡아볼 수 없다는 점도 두드러지는 에피소드이기도 했어요. 소설 속 마리아의 죽음은 좀 자업자득에 가까운 죽음이었지만 여기서 호레이쇼 케인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데 사적인 단죄는 자신들이 바라는 것이 아니며 어디까지나 마리아가 법의 처벌을 받아야만 정의가 서는 것이며 그 죽음을 막지 못해 모든 것을 망친 게 자신 탓이라고 자책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면서 이번 소설의 막을 내립니다. 드라마상에서도 호레이소 케인의 고지식하면서도 올곧은 면을 많이 확인할 수 있는 에피소드가 많았었는데 그럼에도 이런 요소가 상당히 매력적인 캐릭터라는 생각이 듭니다. 보면 소설 내에서 라스베이거스 요원들과 전화 통화 하면서 그의 직감 역시 수사의 좋은 방법임을 보여주지만 그리섬 반장은 철저하게 과학적인 것을 우선시한다는 등 성격 대비적인 측면이 드러납니다. 보면 반장들끼리 만난 적은 있었나 싶지만 (뉴욕 맥 반장까지 더불어) 그들끼리도 만나면 사건을 잘 해결해 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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