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스켈레톤 크루』 전 2권은 개인적으로 스티븐 킹의 공포 소설을 좋아해서 산 책입니다. 하지만 현재 소장하고 있는 같은 작가의 단편집인 『스티븐 킹 단편집 : Night Shift』에 비하면 어딘가 구성이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책의 정보를 찾아보면 『스티븐 킹 단편집 : Night Shift』보단 『스켈레톤 크루』가 더 나중에 나온 거 같은데 말이죠. 이 아쉽다는 느낌은 제가 느끼는 호불호랑 분량의 들쑥날쑥함이 맘에 안 든 점이 큰데 그래도 상권에 영화 『미스트』의 원작이 실려있는 건 다행이라고 할까요. 영화는 영어원제목을 그대로 가지고 왔지만 소설은 「안개」라고 번역되어 있습니다. 『스켈레톤 크루』 상(上)권은 거의 「안개」가 반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나마 이 소설이 가장 재밌었어요. 그런데 스토리의 흐름은 거의 영화와 유사한데 세세한 데서 약간 달라지는 면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영화에서 주인공과 친한 중년부인이 공포심을 못이겨 자살하는 장면이나 군인 출신 청년이 미친 마트 사람들에게 살해당하는 장면 등 개인적으로 가장 보기 괴롭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나오진 않아요. 마트를 탈출하는 씬도 약간 다른데 일단 구성원도 다르고 결말이 영화와 다릅니다. 영화 상에서 살아남는 탈출 시도자들은 주인공 부자와 유부녀 그리고 노인 남녀 이렇게 다섯 사람이지만 소설 상에선 주인공 부자, 유부녀 아만다, 레플러부인 이렇게 네 사람입니다. 소설 속에선 주인공 데이비드의 아들을 보살펴주던 친절한 성격의 트루먼 부인(아마 이 캐릭터가 영화에서 자살하는 것으로 바뀐 듯)은 마트 탈출에 성공하지만 거미 괴물에 습격당해 차에 타기도 전에 죽음을 맞이하게 돼요. 영화에선 마트 탈출을 시도한 사람들 중 올리를 비롯 남성 인물들이 괴물들에게 차례로 습격당하는 씬이 등장하는데 소설 상에선 올리만이 가재와 유사하게 생긴 괴물에게 죽습니다.
또 소설 속에선 마트 탈출을 시도하다 포기하고 다시 마트로 들어가는 남성인물이 한 명 등장합니다. 소설에서 살아남은 네 사람은 끝없이 안갯속을 질주하다가 괴물들과 습격당한 거리를 목격하지요. 그리고 사람들이 없는 식당에서 잠시 머물면서 일종의 기록을 남기고 라디오를 통해 어쩌면 사람들이 무사할지도 모를 곳, 그곳에서 흘러나온 생존자를 찾는 방송을 희미하게 듣고는 마지막 희망으로 '하트퍼드'로 향하는 것으로 끝납니다. 소설은 상당히 열린 결말 처리를 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선 스티븐 킹도 상당히 비겁한 결말이라고 못 박아놓고 있다지요. 소설 마무리지을 시간이 부족했던 걸까요? 아마 영화가 이 결말대로 따라갔으면 주인공들이 탄 차가 안갯속을 빠져나가면서 영화크레딧이 올라가는 것으로 마무리되었겠지요. 근데 이런 결말이라면 난 영화를 보고 나서 욕을 했을 것 같네요.
사람들은 영화 『미스트』의 극단적인 결말에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는데 전 개인적으로 영화의 확실한 결말, 처참하긴 하더라도 그래도 현실적인 결말이 더 좋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차피 사람은 자기 눈 앞에 일도 알 수 없다고 느끼니까요. 어디서 보니 스티븐 킹도 영화 결말을 무척 좋아라 했다는 이야기를 본 기억이 나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분명 소설을 쓸 당시에 시간이 없었던 모양. 『스켈레톤 크루』는 「안개」의 비중이 많아서인지 다른 단편들의 인상이 좀 죽는 느낌이 나는데, 개인적으로 맘에 든 단편이 있다면 「원숭이」와 「결혼축하연주」, 「조운트」를 고를 수 있겠네요. 다른 단편들인 「카인의 부활」이나 「토드부인의 지름길」, 「편집증에 관한 노래」나 「뗏목」은 그다지 큰 인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뗏목」은 사람 잡아먹는 기름이라는 소재가 독특하더군요.
「원숭이」는 주인공의 현실적인 상황, 돈에 쪼들리는 상황에 공감이 되기도 했지만 결말에서 주인공 부자의 훈훈한 관계와 공포를 극복하는 과정이 맘에 들더라구요. 「결혼축하연주」는 지나치게 관조적이고 냉소적인 주인공 시선에 좀 화날 수 있겠더라고요. 「조운트」는 sf적 요소가 가미된 가정파탄극이라고 볼 수 있을 듯. 그리고 가장 짧은 단편인 「호랑이가 있다」를 보면서 느낀 게 초등학생들이 선생님을 싫어하는 것은 다 똑같다는 거였습니다. 『스켈레톤 크루』 하(下)권은 미스트와 같이 분량이 긴 소설이 없는 대신 더 많은 소설이 들어갔는데요. 문제는 몇 편의 소설은 제가 이해를 하지 못한다는 점이었어요. 「오웬을 위하여」는 일종의 시고, 「우유배달부」 시리즈는 뭔가 더 장편 느낌이 나더군요. 이 둘은 여전히 이해 못 하는 소설입니다. 개인적으로 하권에서는 「신들의 워드프로세서」와 「사신의 이미지」, 「리치」가 맘에 들었는데요.
「신들의 워드프로세서」는 소원을 이뤄주는 프로그램이라면 나도 그런 걸 갖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사신의 이미지」는 장인이 만든 기묘한 힘을 가진 물건이라는 소재가 끌렸습니다. 거울이 다른 세계로 통한다는 상상은 동서를 막론하고 같은 듯 해요. 「리치」는 죽음을 앞둔 할머니가 지금까지의 인생을 회상하고 정리하면서 자기가 아직 한번도 시도하지 못한 일을 마지막에 해내는데, 이게 뭔가 감동적이더라고요. 마지막에 죽은 사람들도 사랑을 하고 노래를 부를 수 있을 것 같다는 구절이 맘에 들었습니다. 나머지 이야기들은 식인이나 정신분열, 괴물화된 트럭, 타자기 요정 등 어떤 건 예상이 가능할 정도로 식상한 소재들이라 별로 끌리지는 않더라고요. sf적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소설도 있었고 몇 편은 이해 불능인 소설도 있었지만 그럭저럭 킬링타임용으로 즐길 수 있는 소설집이었습니다.
'책 > 소설과 만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리뷰 (0) | 2025.02.08 |
---|---|
『아임 소리 마마』 리뷰 (0) | 2025.02.07 |
『진과 대니』 리뷰 (0) | 2025.02.05 |
『항설백물어』 리뷰 (0) | 2025.02.04 |
『기담수집가』 리뷰 (0) | 2025.0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