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조선시대 그림을 다룬 책으로 예전에 『단원의 그림책』이라는 김홍도를 다룬 책을 한번 본 적은 있어서 그랬는지 조선시대 민화에도 관심이 좀 생기더라고요. 도서관에서 조선시대 민화를 다룬 책으로 이 책을 처음 읽게 된 셈인데 흥미로운 분야이긴 했지만 관련 책 수도 많지 않고 빌려온 책만큼 깨끗한 것도 얼마 없었습니다. 거기다 이 책은 단순 민화만이 아니라 조선의 전반적인 시대 흐름과 문화변천사를 알 수 있게 하는 유용한 책이기도 했고요. 책의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되어 민화의 생산층과 수요층, 민화가 탄생하게 된 역사적 사회적 배경, 민화 속의 상징과 우리에게 있어 민화가 갖는 의의를 상세하게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책에 따르면 민화는 조선후기에 갑작스럽게 생겨난 것이 아니라 본디 그 흐름이 미미하게 이어져 오다 조선 후기 신분제의 동요와 부유층 상민(부농과 상인)의 대두, 화가들의 전문화, 시대흐름이 성리학적 질서를 벗어나 점차 근대화, 자본주의화 되어가는 흐름 속에 탄생한 것이라는 설명이 나옵니다. 특히 이 민화의 탄생에는 중인이라는 새롭게 상승한 계층의 영향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상당수의 페이지를 할애하면서 설명해주고 있어요. 이 부분이 요약하기 힘들 정도로 내용이 많으면서 흥미로웠는데 보면서 약간의 안타까움마저 느껴지는 게 결국 조선은 그 새로운 흐름을 포용하지 못했다는 게 떠오르기도 했거든요.
다시 민화 이야기로 돌아가면 민화는 철저하게 화가들의 주관과 그림을 수요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비추었다고 합니다. 이것은 그림과 글 속에 도를 담아 계몽한다는 사대부의 성리학적 의미의 시문화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부분이기도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지배계층은 항상 민화를 멸시하였고 그 흐름이 아직까지 이어져 민화가 각광받기 시작한 것도 거의 최근의 일이라고 하더군요. 저자의 글에 따르면 민화의 가치를 인정한 것은 자국인이 아니라 외국인들이며 이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갖는 자문화 열등감의 현주소 같아서 읽으면서 좀 씁쓸했어요. 민화가 대두되던 시기는 대내외적으로 변혁의 시기였는데 당시 유럽은 르네상스 -인본주의-의 열풍이 몰아치던 시대였습니다.
조선 역시 그대로 정체되었던 것이 아니라 새롭게 나타난 계층과 새롭게 등장한 지식인들로 인해 변화의 징조가 보였지만 아쉽게도 그들에게 그 흐름을 이끌어 사회까지 바꿀 힘은 없었던 모양. 다만 시대와 사회에서 약간 비껴서면서 민화와 같은 작품에서 자신들의 욕망과 의지를 그려 넣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또 책에는 상당수의 민화들이 실려 있어서 눈을 즐겁게 하는데 실제 민화만 실려 있는 게 아니라 민화를 재해석한 그림도 실려있어서 그것을 보는 게 즐거웠습니다. 민화가 가지는 의미는 당시 민중들의 소박한 욕망이며 장수, 성공, 귀여운 자식, 부모님 건강, 부부간의 화목 같은 것이고 이건 시대를 초월해서 사람들이 바라는 행복인지라 결국 민화는 인간이 가장 바라는 행복을 그린 그림이라고도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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